2월 7일에 경남 함양에서 열린 제47기 국수전 도전2국에서 도전자 최철한 6단이 이창호 9단을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도전자 최철한 6단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독하게 두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전자. 최철한 6단과의 칙칙폭폭 인터뷰를 옮겨본다.
도전2국 - 이창호 9단을 이겼다는 의미
▶ 국수전 도전2국에서 이겼는데 느낌이 어떤가요?
"덤덤해요.음..지금까지 한판도 못 이겼었는데 부담도 사라지고 기분이 편해진 느낌이에요. 이제 3판으로 압축됐으니까 (이번)국수전은 이제 시작이구요. 이창호 9단을 상대로 한판 이겼다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초반 포석의 중국식 포석은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을 상대로 LG배를 우승할 때 썼던 포석이라죠. 미리 두기전에 의도를 했었나요?
"아뇨. 포석을 미리 짜놓고 대국에 임하지는 않고. 두다가 생각을 했죠. 그래서 흑7의 시점에서 평범하게 둬야겠다 싶어서 선택을 했죠."
▶대국에 대해 프로들은 '도전자 최철한의 완승'이라는 분위기인데... 당연히 이길 수 있었고, 원래도 이길 수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기회가 왔던 것 아닌가요?
"하하..세돌이 형도 그렇게까진 얘기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대국은 컨디션 문제도 있는데요. 의심이 드는 구석도 있어요. 너무 쉽게 이겨서...저보다 시간도 짧게 쓴 것 같고, 제가 (도전2국을)잘 둔 것은 맞지만.. 이창호 9단의 컨디션의 나빠서 이긴 것은 아닌가 해서 찜찜한 생각이 약간 들기도 해요."
▶'독사'라는 별명이 있듯이.뉴스에서는 이번 대국을 독하게 둬서 이겼다는 소개를 했는데요. 특히 마지막 좌하귀에서의 패는 쉽고 두텁게 처리해도 최철한 6단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길게 가는 것이 싫었어요. 이창호 9단도 별로 오래 두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던데요. 뭐 독하게 둔 것 보다는 편하게 두었어요. 편하게 두어야죠. 그리고 이겨야죠. 독하게 두면 머해요? 그랬다가 지면 속만 상하지. "(최 6단은 대국이 빨리 끝났다고는 말하지만, 끝난 시간은 오후 5시 30분경이었다. 진행된 수순이 짧았을 뿐이다.)
▶도전3국은 조남철 선생님 댁에서 열린다죠. 1국부터 국수전 도전 5번기는 계속해서 특별한 상황에서 한국기원이 아닌 장소에서 열리는데, 이런 출장 대국은 어때요?
"오고 가는데 하루씩 시간을 잡아 먹어서 컨디션 조절같은 것이 한국기원에서 둘 때와는 많이 틀리죠. 특히 끝나고 나서 오는 길은 언제나처럼 '휑'한 느낌도 들구요.
정상에서의 번기 승부가 존재감을 심어준다
▶좀 있으면 류재형 6단과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 마지막 대국을 두게 되는데.. "국수전 도전3국(18일) 이후에 일정이 있어요. 도전기 대국을 두면서 전과 다른 존재감이 드는 것 같아요. 경험도 많이 되구요. 별로 아무 것도 없는 존재에서 뭔가 있는 존재가 되는 듯한 느낌이요.
"2003년은 성적을 잘 냈는데도 별로 해논 것이 없어서 좀 꿀꿀했거든요. 역시 세계대회에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남들은 승률이 좋고 대국이 많으니까 많이 벌었을 거라고 하는데 내가 뭘벌었는지 모를 정도였거든요. 막판에 천원전에서 우승못했으면 상금이 확 줄었을 거에요" (최철한 6단은 2003년 승률, 다승 1위.)
"작년 천원전하고 국수전 무대에 올랐을 때는 둘중에 하나는 건지자하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천원전을 우승하고 나니 이제는 기성전과 국수전 둘중에 하나는 건지자는 마음으로 바뀌네요. 화장실 갈때랑 나올 때랑 맘이 바뀌잖아요. 히히"
▶마침 인터뷰 메모지가 2월 4일 열린 제8회 LG배 준결승전 이창호 9단과 원성진 6단의 기보였다. - 이 대국에 관한 느낌은 어때요? (같은 송아지 삼총사 의 일원인데)"
"솔직히 (원성진 6단이 이창호 9단을 이겼으면) 배는 아팠겠지만 무척 재미있었을 거에요. 비슷한 또래들이 정상을 향해 우르르 몰려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창호 9단은 '쪼이는(조인다를 강조한말, 이창호 9단의 중종반 마무리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다.)' 데 아주 탁월하잖아요. 도전1국에서도 판은 좋았고 중앙만 잘 수습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판 여기저기서 막 '쪼이기'를 당했거든요. 원성진도 좀 (실리를)팠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어제 이기고 나서 뭐했어요? 잘 안보이던데?
"저녁 같이 하고 나서. 관계자들과 어울려서 술한잔하는 자리에 같이 갔었어요.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만약 졌으면 못 따라 갔을 것 같네요. 밤에는 근처 PC방에서 놀았어요. 이른바 '좀비모드(Zombie Mode)'죠. 밤에 잘 안자고. 덕분에 긴 하루를 보냈어요. (잘하면 PC방에서 서로 얼굴을 볼 뻔 했다.)
▶기차 탈 때나 버스 탈때나 아주 잘 자던데.
"원래 출장대국이 있으면 전날밤에 때 잘 안잘 때가 많아서 그래요. 좀비모드..만약 지면 '폐인'이 되죠."
▶머리는 계속 기르고 있네요. 옷 스타일이나 여자친구에 대한 관심은?
"귀찮아서 내버려두다 보니 기르게 됐구요. 또 기르다 보니 머릴 깎을 데도 짧게 치지 않고 다듬어만 주더라구요. 옷같은 것에는 신경 안써요. 여자 친구는 아직 관심이 없어요."
둘중에 한번은 꼭 이긴다. 그러면 그 다음판도 이길수 있고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주로 프로들의 실전기보를 놓아 보나요?
"아뇨, 사실은 기보를 별로 놓아보지 않아요. 열심히 놓아 본다고 써주시면 모범생이 되겠네요. 히히"
-그렇다면?
"기보는 인터넷을 통해서 모두 살펴보긴 하는데 그렇다고 열심히 놓아보면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동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배울 것이 많아요. 이럴때는 공부에 대한 목적을 가지지 않은 연구가 되죠. 물론 바둑과 상관없는 잡담이 많지만... 이수는 어떨까? 저수는 어떨까 하면서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그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2국 이긴 것 축하하구요. 도전4국이나 5국에서 이런 인사를 받아야 대국자들은 좋겠지만.
"번기를 두는 것이 좋아요. 한 상대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 수 있으니까요. 두판중에 한판은 이길 수 있겠죠. 한판 건지면 다음판도 이길 수 있는 거고..하하..편하게 생각해야죠. "
국수전 도전3국은 2월 18일 한국기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 대국 하루 전, 대국자 및 관계자들은 경남 함양에 있는 구한말 바둑계 일인자 노사초 국수(國手)의 생가(生家)를 방문했다. 생가에 들어서기 전 최철한 6단이 고개를 들어 생가를 쳐다보고 있다.
▲ 노사초 국수의 생가 앞에서의 기념촬영. 가운데 있는 빨간 옷을 입은 할머니가 노사초 선생의 큰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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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2국 - 이창호 9단을 이겼다는 의미
"국수전 도전3국(18일) 이후에 일정이 있어요. 도전기 대국을 두면서 전과 다른 존재감이 드는 것 같아요. 경험도 많이 되구요. 별로 아무 것도 없는 존재에서 뭔가 있는 존재가 되는 듯한 느낌이요.
▶어제 이기고 나서 뭐했어요? 잘 안보이던데?
;)
화목이
괴상어
stup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