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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딩신 9단이 '결투 신청' 글을 올려, 중국 바둑계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리쉬안하오 9단(27)에게 동료 기사 양딩신 9단(24)이 치팅 의혹을 제기하면서 중국 바둑계가 술렁이고 있다.
22일 새벽, 양딩신은 위챗(중국의 SNS)의 그룹채팅난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원래는 내일 글을 쓰려고 했는데 쓰고 자야겠다. 리쉬안하오, 나는 당신과 20번기를 하고 싶다. 화장실에 가면 안 되고 시간 제한도 없이 하루에 한판씩 두는 조건이다. 대국장은 모든 신호를 차단하여야 한다. 대국을 끝낸 뒤엔 기보를 공개하여 만인의 평가를 받자.
만약 내가 당신을 누명 씌운 것으로 드러난다면, 나는 LG배(내년 2월에 딩하오 9단과 결승 대결)를 치른 뒤 은퇴하겠다. 감히 나와 둘 수 있겠는가? 잘 주무시게. 개인적인 메시지는 남기지 말고 이 글에 답을 하라.”
리쉬안하오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 21일 열린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4강전. 신진서(아래)와 리쉬안하오의 대국 장면 [바둑TV 캡쳐]
▲ 리쉬안하오. [오로DB]
양딩신이 글을 올린 시점은 21일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리쉬안하오가 신진서 9단에게 압도적인 내용으로 이긴 다음이다. 이 바둑은 '리쉬안하오의 명국이며 사람이 두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승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이버오로에서 이 대국을 해설한 김진휘 6단은 자신의 시스템에 검토시킨 결과 리쉬안하오가 둔 수의 인공지능 일치율은 85%였다고 밝혔다.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비롯해 딩하오 9단, 롄샤오 9단, 천야오예 9단 등이 동조했다. 천야오예는 양딩신의 글에 "양딩신, 나는 너를 지지한다. 내가 느끼기에도 (리쉬안하오의 바둑은) 진짜 실력이 아닌 것 같아."라고 댓글을 남겼다.
SNS에 글을 쓰기 앞선 시점인 21일 오후, 신진서와 리쉬안하오의 대국이 중계되던 예후(FoxGo) 대국실에서부터 양딩신은 연방 채팅을 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리쉬안하오는 홍황류 소설에 나오는 성인급이다. 그에 비하자면 나는 새내기일 따름이니 몇 십단의 차이가 난다.”고 한 뒤 “성인(리쉬안하오)은 몇 년간 홀로 훈련하였고 우리와는 함께 연구하지 않았다. 그 전엔 우리 같은 하수들의 지저분한 바둑 때문에 성인의 바둑이 정체되었겠으니 부끄럽구나.”라고 했다.
또한 “지금부터 나는 하늘을 이고 자유자재로 서겠다.”라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멘트를 남긴 뒤 시간이 지나서 새벽에 ‘20번기 결투’를 신청한 것이었다.
양딩신은 차분하고 점잖은 성품으로 알려졌다. 이런 그가 동료기사를 대상으로 엄청나게 높은 수위의 비난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서 중국 바둑계는 의아해하고 있다. 심지어 리쉬안하오는 중국 갑조리그에서 양딩신과 같은 충칭팀 소속이다.
20위권이었던 리쉬안하오가 반년 사이에 중국랭킹 2위까지 치솟으며 약진한 데다 한·중의 일류기사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승리하고 있다. 최근 춘란배 8강에선 양딩신 자신도 리쉬안하오에게 완패했다. 이것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진대, 비현실적으로 높은 인공지능 일치율을 보이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 양딩신. [오로DB]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증거도 없는데 정황만 가지고 프로 생명의 끝인 은퇴까지 걸고 부정행위를 밝혀내겠다는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양딩신 또는 주위 프로기사들이 이미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리하여 이미 중국바둑협회에 검증을 의뢰했는데도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지한 채 미적미적해 왔고 결국 어느날 폭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수의 중국 프로기사가 양딩신을 응원하고 나서는 것도 이런 추정에 힘을 보탠다. 물론 지금으로선 그 어떤 것도 알기 어렵다.
양딩신은 22일 또 하나의 글을 올린 상황이다.
“입다물고 조용히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LG배 결승 대국도 치를 수 없게 한다고 한다.”
누구의 지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양딩신이 제안한, ‘은퇴를 건 20번기’까지는 아니지만 ‘양딩신-리쉬안하오 7번기’가 추친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양딩신은 “7번기가 성사되지 않으면 다시 입을 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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