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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수담(手談), 그것을 깨닫는 작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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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수담(手談), 그것을 깨닫는 작은 이유
시각 장애인을 위한 노력, 소통의 수단 바둑, 오사카 대회
| 사이버오로 2010-04-14 오후 10:07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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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내견과 함께 바둑대회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
오랜만에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단체로 찾아오셨다. 매년 오사카에서 열리는 시각장애인바둑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장애인바둑협회 분들과 자원봉사자 분들이 오신 것이다. 내가 이 대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5년쯤 전, 당시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각장애인 송중택씨를 통해서였다.
시각장애인이 바둑을 두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던 당시, 송중택씨가 휴대하고 다니던 바둑판과 바둑돌이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각장애인용 바둑판 세트였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이 바둑판 세트는 일본에서 제작된 것.
 게다가 일본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바둑대회까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한 번 견학하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일본을 찾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된 시각장애인바둑과의 만남이 이제 거꾸로 내가 그분들을 일본에서 맞이하는 입장으로 바뀌다니 감회가 새롭다.
▶일본, 시각 장애인만을 위한 대회가 있다.
오사카의 시각장애인바둑대회는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고베 대지진으로 3년 간 열리지 못한 기간을 포함하면 대회가 시작된 지는 벌써 15년째.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바둑대회가 있지만 이처럼 시작장애인만을 위한 대회가 열리는 것은 전세계에서 오사카가 유일하다. 이런 특별한 대회를 오랜 기간 이끌어 오고 있는 분이 이전의 연재에도 자주 등장한 간사이기원의 모리노(森野) 9단과 그 부인이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뵙는 분들이라 새삼스럽게 인터뷰를 하기도 뭐해 틈날 때 조금씩 처음 이 대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여쭤봤더니 TV에서 본 장애인 올림픽이 그 발단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5년쯤 전, TV로 장애인 올림픽을 보고 있던 모리노 9단이 ‘저런 것이라면 바둑이 더 잘 할 수 있는데……’ 비슷한 말로 운을 띄우고 거기에 옆에 있던 부인이 가능하면 한 번 해 볼까 하고 동의한다.
장애인 올림픽은 경기 종목 자체는 일반 올림픽과 같아도 경기를 하는 방식이나 규칙이 조금씩 변형되어 있고 일반인과 장애인이 대등한 상황에서 경기를 펼칠 수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바둑에서라면 일반인이든 장애인이든 관계없이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은가.
 단지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바둑을 두는 데 있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것은 당연하니 어떤 장애도 바둑에서만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까지도 바둑을 둘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모리노 부부의 생각이었다.
◀ 9줄 대국중인 송중택씨.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로부터 대회가 실현되기까지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참가할 선수를 찾는 것부터 스폰서를 구하고 장소를 마련하고 자원봉사자를 섭외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까지 모두 모리노 부부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바둑을 즐길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의 시각장애인 전용 바둑판과 바둑돌을 만들고, 아직 시각장애인바둑이 생소한 한국, 중국, 대만, 태국, 미국 등의 나라에 바둑판을 전하고 보급하는 일도 두 분이 직접 하고 있다.
그렇게 대회를 유지해 온 지 15년, 얼마 전 중국 바둑잡지 <위기천지>에 소개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분의 활동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올해의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황이었다.
11월 14~15일 오사카상업대학 학생회관에서 열린 대회에는 선수 90명, 자원봉사자 60명, 그 밖에 매스컴 관계자와 후원자 등 약 200명이 참가하였다. 대회는 19줄과 9줄 바둑의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시각장애인들의 대국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9줄 바둑이 메인 대회이다. 대국은 26급부터 최고수인 명인급까지 총 6개 그룹으로 나누어 리그전으로 진행된다. 자원봉사자들은 참가자가 대회장을 찾아 오는 것에서부터 돌아가는 순간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 준다.
 ▲ 일본에서 제작된 시각 장애인용 바둑판과 알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상대방이 착수를 하면 바둑판을 손으로 만져보고 어디에 착수했는지를 찾게 되는데, 이때 자원봉사자가 옆에서 어느 위치에 두었는지 말로 알려주기도 하고, 심지어 대회장에 나오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전화로 대국을 해 주기도 한다.
한국의 신문이나 잡지에도 자주 소개되었던 송중택씨는 이 대회에 벌써 8년째 한국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19줄 대회에서는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고 9줄 대회에서도 일본 챔피언인 나카마루씨를 상대로 4대 4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으니 사실상 시각장애인 중에서는 세계 챔피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실력도 프로에게 3점 정도 치수이니 웬만한 일반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상위급 실력이다. 덕분에 이제 오사카 시각장애인바둑대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VIP선수이지만 대회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일본 측에서 비용을 보조 받을 수도 없고, 한국에서도 특별히 후원을 해 주는 곳이 없어 매년 자비참가다. 장애인의 경우 혼자서는 여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원봉사자 비용까지 드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참가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 일본 챔피언 나카마루씨.
때문에 대회 진행 측에서는 송중택씨가 매년 참가해 주는 것만으로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던 차에 올해는 한국장애인협회에서 많은 분들이 방문했다. 송중택씨가 지난 8년 동안 일본과 한국의 장애인바둑의 가교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양국의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작년 5월의 일이다. 한국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의 초대로 모리노 9단 부부, 뒤에 소개할 츠쿠바기술대학 이사 요시노씨, 오사카상업대학의 타니오카 타츠로씨, 일본 시각장애인바둑기사 나카무라씨와 가키시마씨, 프랑스의 시각장애인바둑기사 피에르씨 등의 선수들, 거기에 자원봉사자까지 이끈 대 부대가 한국장애인바둑대회를 방문한 것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여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데 여러 가지 불편함도 많았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었고 올해는 그 보답의 의미에서 현명덕 회장이 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이번 대회는 일본 내에서 장애인 바둑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의 협력관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일례로 올해 처음으로 일본복지위기협회(福祉囲碁協会)에 소속된 분들이 참석하여 그 동안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 장애인바둑을 위한 어떠한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시각장애인대회가 끝난 후 몇 주 뒤 동경 시부야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복지위기협회 사무실을 방문하여 회장 와타나베씨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조금 해 보자. 위기복지협회란 “바둑을 통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자원봉사단체”로 각지에 있는 장애인시설이나 고령자수용시설, 한센병 환자거주지 등을 방문하여 함께 바둑을 두어 주거나 스스로 바둑을 두기 어려운 사람들을 바둑을 둘 수 있게 도와주는 단체다.
 바둑을 알고 있어도 상대가 없거나 움직임이 부자유하여 혼자서는 바둑을 둘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시설들에서 협회에 연락을 하면 협회에 소속된 자원봉사기사들이 직접 찾아가서 그들과 바둑을 두어 준다. 어찌 보면 정말 하찮아 보이는 이런 활동도 방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와타나베씨의 설명이다.
◀ 대회에 참여한 한 시각장애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언제나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바둑을 둘 때만큼은 가족들도 깜짝 놀랄 만큼 집중력과 생기를 보여 준다. 조금은 그들을 돌보는 일에 지쳐있던 가족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그들을 돌볼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복지위기협회는 내년이면 창립30주년을 맞는다. 긴 세월이 흐른 만큼 초창기 자원봉사자중에는 현재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 이들도 몇 명 있을 정도다. 자원봉사기사들은 보통 1주일에 한 번 정도 시설을 방문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의 운영을 돕고, 1년에 4번씩 발행되는 회보에 기사를 싣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활동을 얼마나 하는가는 어디까지나 자원봉사자에 뜻에 달려있는데 혼자서 8개의 시설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현재 회원은 200명이 조금 넘는 정도이지만 그들이 방문하는 시설이 동경, 카나가와, 치바 등 수도권의 180개소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활동이 많은 협회인지 짐작이 간다. 자원봉사인 만큼 보수가 없을 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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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 |
｜ 2010-04-16 오전 11:2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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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름다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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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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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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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i124 |
｜ 2010-04-16 오전 7:0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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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부천에서 방내기바둑두러 도우미와 같이 다니던 맹인이 있었습니다
기력은 기원급수로 1~2급 정도 되었는데 바둑판에 철심을 박어서 자석으로 된 바둑판을 휴대하고 다녔는데 손으로 더듬으면서 두는데 몇판 두어서 한판도 못이겼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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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얍얍버겟 |
｜ 2010-04-15 오후 8:4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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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어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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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익는향기 |
｜ 2010-04-15 오후 1:55: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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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감동적인 글이네요...
일본은 시각장애분들을 위한 바둑지원이 잘되고 있는것같은데 한국은 매우 취약한듯한 느낌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어느단체에 어떻게 후원할수있는지 자세히 좀 알려 주시면 뜻이 있는 분들이 도움을 드릴수도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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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탉 |
｜ 2010-04-15 오전 10:4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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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이처럼 시각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여러 방면으로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점자 바둑판 세트의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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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층원 |
｜ 2010-04-15 오전 7:4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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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행사로 보입니다.시각장애인은 몰라도 다른 장애인들(신체부자유나 청각장애등)은 보다 많은 시간을 바둑에 집중할 수 있으니 프로진출도 꿈꿔볼 수 있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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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ARI |
｜ 2010-04-15 오전 7:1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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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글 감사드리고..
몰랐던 정보도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치형사범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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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리 |
｜ 2010-04-15 오전 4:4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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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훈훈한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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