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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제도 |
누구라도 알 것이다.
굳이 수순을 표시하지 않아도 초급자부터 유단자까지 주제도가 어떤 상황에서 나온 그림일지 알 만하다. 그만큼 유명한 정석 변화다. 현대 바둑의 대표 정석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터이다.
다만 △는 저급자 중에는 처음 보는 사람도 있겠다. 중급 이상의 기객들이면 상수와의 접바둑에서 보고 호선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났을 것이다.
어찌 됐든 이 '뻔한' 정석을 놓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그건 그렇고 취재수첩’난에 바둑알맹이라니! 이거 아무래도 강좌의 모습을 띨 것 같아 고민된다.
차라리 결론부터 말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이 오래된 정석을 프로기사들이 가만히 놔두고 있지 않음을 발견했다. 그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변형을 가하거나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것을 조명해 봤다.
정석은 생물이다. 흑과 백은 귀에서 중재를 원해서 정확히 5대5는 아니더라도 ‘공평’한 갈림을 요구하며 평형 상태로 되돌아가려 한다. 그렇게 해서 수정되거나, 판단이 반대로 바뀌기도 하고, 균형이 무너졌다는 판단에서 아예 폐기되기도 한다. 변화가 불만이라고 생각하는 쪽은 사용하지 않게 되며 새 변화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적 좋은 모 프로기사 9단에게 이 정석 주변에 대한 생각들을 가볍게 들어봤다.
▼ 그림1
▼ 그림2
▼ 그림3
그림1은 주제도의 수순. 그림2는 같은 정석의 갈래다. 그림2의 화점 정석은 어느 사이엔가 생각의 과정을 빼버린 채 기계적으로 두어지고 있지 않을까. 당연한 변화라고 치부돼 돌 하나하나의 의미를 살리려는 노력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림2에서 백은 100% 선수를 잡는다는 장점이 있다. 귀에서 알기 쉽게 터를 잡고 안정한 뒤 다른 곳으로 빠르게 손을 돌릴 수 있다. 백이 7로써 A에 막지 않는 이유는 그랬다간 흑이 B로 젖히는 게 완벽한 선수로 듣기 때문이다).
그림3에선 흑1이 선수로 듣지 않는다. 백2로 받은 후 4로 붙이면 백이 선수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하 7까지는 하나의 예.
프로기사들은 늘 궁구한다. 돌의 의미가 살아 있는지 확인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그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럼에도 흑이 무언가 귀를 압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꼭 젖히지 않더라도 그림3의 3이나 그 오른쪽 마늘모 자리 등에 흑돌이 놓이는 날이면 백은 약간 옹색하게 살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백이 죽을 일이야 없겠지만 흑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거슬린다. 반대로 생각하면 상변 흑 진영은 그 만큼 튼튼해지는 의미도 있다.
이 같은 흑의 활용 수단을 원천봉쇄하는 변화가 그림4다. 백1로 밀어올리면 흑2로 나와 4로 끊은 뒤 흑12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B 방향에서 백을 괴롭히는 수단은 없다. A 방면에 대해서도 조금이긴 하지만, 두텁다. 백이 완벽하게 살아 있는 덕이다(참고로 백C의 들여다봄은 상황에 따라 조심해야 한다. 흑D로 반발하는 게 강력할 수도 있어서다).
▼ 그림4
▼ 그림5
그리고 상변 흑 진엔 여러 가지 삭감과 타개 수단이 아직 남는다. 가령 그림5 백1로 쳐들어간다면 이하 흑12까지의 수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실리를 다소 도려낼 수 있다. 물론 흑은 막강한 두터움을 얻게 되지만 백은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백으로선 이것 말고도 흑 진을 유리하는 수단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백은 이 정석 변화를 선택함으로써 이 같은 장점이 생긴다. 그렇지만 백은 이 정석을 사용하려면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요점은 ‘선수’다. 흑은 그림4 백11이 두어진 순간 손을 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수가 소중하다면 백은 정석 선택이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프로기사&연구생 사이에서 주제도 백1이 예전보다 더 자주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판단에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선수를 누가 잡는가는 별도로 치더라도 적어도 상변 흑 모양의 맛을 나쁘게 만들고 반대로 백 귀가 받는 흑으로부터의 압박은 적어진다는 건 확실하다는 점이 이유인 듯하다.
▼ 그림6
프로기사&연구생 사이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한 또 하나의 변화는 그림6 백1이다. 그림1이나 지금 그림이나 귀에서 알뜰하게 살아놓겠다 라는 게 백의 생각인 건 변함없는데 한 가지 장점이 더 있다. 상변 방면에서 백 귀를 향해 오는 압박을 확실하게 없애 놨다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아주 확실한 선수는 아니라는 것. 그림8로 흑1로 막아 백2와 교환해 놓고 흑은 손을 뺄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젖힘이 강력하기 때문에 보통은 3으로 받거나 간접적으로 보강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고 보면 백은 준선수 정도의 권리가 있다고 보겠다.
▼ 그림7
▼ 그림8
과거엔 그림7처럼 두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금 시대에도 무난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림8 흑1로 받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두텁게 두자는 의도다. 백2에는 흑3을 한칸 뛰어 받는 것이 모양이다. A 방면에 흑의 뒷문은 아직 열려 있으며 흑이 B의 치중을 노리기는 어렵다.
다음은 실전예다.
▼ 실전(제3회 초상부동산배 2R 2013년 3월 21일 182수 백불계승 흑:판팅위 백:김지석)
▼ 실전(제57기 국수전 예선 결승2013년 4월 25일 121수 흑불계승 흑:김지석 백:김형우)
▼ 실전(2013KB바둑리그 2013년 4월 11일 140수 백불계승 흑:강동윤 백: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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