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에 벌어졌던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4국에서 조한승 9단이 이세돌 9단을 물리치고 종합스코어 3-1로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본격기전에서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해 본 적이 없었던 조한승 9단은 천원전 타이틀을 따내면서 그동안의 우승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 타이틀 홀더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게 됐다.
12월 13일 우승을 결정한 다음날, 화사한 미소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조한승 9단을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만나보았다.
우승을 축하한다. 마지막 대국이 되었던 결승4국을 간략히 총평한다면?
초반 흐름이 좋았다. 중앙 흑대마가 공격 당하면서 조금은 만만치 않다 느꼈는데, 상변에서 백이 너무 큰 악수교환을 해주는 바람에 승부가 결정났다. 그 이후에는 바둑이 한 번도 나쁘지 않았다.
국내 본격기전 첫 타이틀 획득이다. 조한승 9단이 그동안 준우승만 여러번 하다보니 바둑팬들 중에 혹자는 조한승 9단을 보고 '2%부족'하다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 불명예(?)를 이제는 씻을 수 있다 보는가?
이번 천원전을 우승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이다. 예전 2003년도 국수전과 LG정유배(현 GS칼텍스배) 결승에서 이창호 9단에게 모두 패했을 때는 내 실력이 너무 약하기도 했었지만 상대가 이창호 9단이기 때문에 많이 위축됐었고 맥없이 물러났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만약에 그런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그 때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개인적인 욕심도 그때와 지금의 느낌이 어떤지 비교해 보고 싶고…. 앞으로 바둑팬 여러분들께 그런 오명(?)을 듣지 않도록 많은 노력 기울이겠다.
조한승 9단은 이세돌 9단의 바둑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2000년 이후 상대전적이 9승 9패로 호각인 것을 보면 이세돌 9단과 대결하는 것에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을 비교해 보았을 때 어느 기사랑 두는 것이 더 편안한가?
이세돌 9단은 잘 알다시피 자기스스로 무난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스타일이기 때문에 두다 보면 조금 무리한 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무리수인 것 같은데 막상 응징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이세돌 9단 바둑이지만….
그런 전투가 벌어졌을 때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바둑이 쉽게 풀리기도 하고 어렵게 되기도 한다. 이창호 9단과 굳이 비교한다면 이세돌 9단과 두는 것이 조금 더 편하다.
조한승 9단의 기풍은 상당히 유연하고 부드러운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자신의 기풍에 대해 만족하는가? 혹은 기풍 변화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
기풍이라는 것이 내가 바꾸려 한다고해서 쉽게 바뀌어 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두면서 내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자신의 기풍인 것처럼, 내가 지금까지 두었던 방식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낀다면 기풍 변화가 자연스럽게 찾아올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 내가 두는 방식이 절대적으로 만족스럽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 바둑은 끈기있고 조금 더 치열한 면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바둑은 실력이 중요하지 기풍은 단지 개개인의 스타일상의 문제라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천원전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다른 타이틀도 우승 욕심이 생길 것 같다. 가장 눈독(?)들이고 있는 기전이 있다면?
이제 첫 타이틀인데 너무 앞서가면 안된다(웃음). 천원전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열심히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맺어지지 않을까한다.
개인적으로 LG배 4강전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고, 바둑팬들에게 좋은 결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조한승 9단을 보고 바둑계의 최고 꽃미남이라 부른다. 박카스배 천원전 우승도 했는데 조만간 박카스 CF광고 제의가 들어올 것 같다(웃음).
예전 이세돌 9단이 KBS나 MBC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바둑 외적인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었는데 만약 조한승 9단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한 번쯤 신선한 외도(?)를 해보고 싶은 충동은 없는지?
아직까지 그런 제의가 한 번도 들어온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만약에 그런 제의가 들어온다면 한 번 정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끼가 없어서 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웃음)….
천원전 우승을 결정지으면서 많은 바둑팬들이 조한승 9단에게 축하의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바둑팬들에게 인사말 한 마디 한다면?
천원전이 끝나고 관련 기사들을 모두 보았다. 상당히 많은 팬들이 격려의 말씀을 전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그동안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팬 여러분들께 아쉬움을 주었지만 천원전 우승을 계기로 분발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LG배에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올해 우리나라가 중국세에 많이 밀린다고 걱정하시는 바둑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실력적으로 중국에게 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기사들이 더욱 분발해서 예전과 같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믿는다. 팬 여러분들의 아낌 없는 성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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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승, 이제부터 시작이야! 
풀러린
불의폭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