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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바둑돌 수놓인 큰 물고기를 꽉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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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바둑돌 수놓인 큰 물고기를 꽉 껴안았다?
| 이경민 2004-10-19 오후 08:00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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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타이틀 보유자! 김성룡 8단이 김주호 4단을 종합스코어 2대1로 물리치고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우승컵을 꽉 거머쥐었다. 입단 이후 첫 타이틀, 그리고 국내 최대규모의 기전 우승, 그리고 9단 승단. 또 타이틀 획득으로 인해 내년부터는 각종 세계기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는 점은 그 무엇보다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손에 땀을 쥐는 스릴 만점의 결승 최종국을 끝으로 배출된 한국바둑의 또 한명의 스타 김성룡. 국후,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건네받으며 검토실로 들어선 김성룡 8단을 만나 보았다.
91년 입단 후 13년만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자칭 '보급기사'라고 칭하면서도 국내 최대규모의 기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소감이 어떤가?
- 우승한게 믿기지 않는다. 새로 태어난 것 같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나보다 약한 기사는 없는데, 운이 따라줬다. 정말 로또 맞은 기분이다. 이기고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대국전에도 딸 다은이가 컵을 깼나요 혹시?
- 깰뻔 하다가 와이프가 주워줬다. 하하.
생애 첫 우승과 더불어 입신 등극!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한순간에 얻은 셈인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평생 못잊을 것 같고, 지금 이 시간 보다도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날수록 좋은 일들이 있을 것 같다. 하하. 지금은 솔직히 얼얼하고, 머리가 많이 아프다. 그리고 주호 생각이 많이 난다. 주호는 바둑공부만 하는 후배인데, 나는 바둑공부 하나도 안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바둑리그에서도 최대로 해설을 해본 것이 2시간18분이었는데, 오늘 정신없이 바둑을 두다가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끝나고 나니까 시간이 왠지 한참 흘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계를 보니 밤9시20분. 10분짜리 속기바둑을 꼬박 2시간 20분동안 뒀다. 머리가 다 지끈지끈하다.
에이, 이젠 어엿한 타이틀 보유자인데 공부를 안하신다면 여기까지 왔을까요? 거짓말 같다.
- 정말 바둑공부를 안한다. 그저 기보 놓아보는 정도랄까. 기보를 놓아보는 이유는 딱하나, 해설을 하기 위해서다. 신수를 알기 위해서. 방송때문에 공부하는 것이지 나의 성취를 위해서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후배기사들 보기도 미안하다. 이번은 속기바둑이라 운이 좋았고, 바둑리그 해설이 나에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결승 최종국답게 흥미진진한 내용이 이어졌는데, 3국은 어땠나?
- 좌변에서 백이 잡히고 나서 망한 줄 알았다. 들여다보고 끊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 하려했는데 만회가 잘 안되었다. 바둑이 정말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김주호 4단이 너무 큰 실착(흑71)을 두고 말았다. 그 이후 중후반까지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내가 바둑을 낙관한 나머지 우하귀쪽에서 너무 당해, 심리적으로 졌는 줄 알았다.
그런데 끝내기에서 김 4단이 실수를 했다. 흑219로 이은 수로 220수 자리에 밀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음, 내가 이기리라고는 보장 못할 것 같다. 흑219가 실수로 그 뒤로는 승리를 확신했다. 김주호 4단이 바둑이 좋은 상황에서 흥분한 것 같다. 이겼다고 보일 때는 바둑수가 잘 안보이더라. 만일 이 바둑이 팽팽했더라면 절대 못이겼을 것이다. 흑219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실수다.
백번 승률이 좋은 것 같다. 이번 결승도 모두 백번 필승이었고, 본선에서도 줄곧 백으로 이겼는데.
- 결과적으로 백번 승률이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번 왕중왕전에서 이긴 판들은 모두 백번이었다.
2004.10.18 김성룡 8단 : 김주호 4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 3국(최종국) 279수 백2.5집승
2004.10.12 김주호 8단 : 김성룡 8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 2국 274수 백1.5집승
2004.10.11 김성룡 8단 : 김주호 4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 1국 176수 백불계승
2004.10.01 김성룡 8단 : 최철한 8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4강전 262수 백1.5집승
2004.09.14 김성룡 8단 : 최규병 9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8강전 267수 백17.5집승
2004.08.09 김성룡 8단 : 박종열 4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16강전 272수 백10.5집승
2004.07.06 김성룡 8단 : 김종준 5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24강전 289수 백7.5집승
2004.04.26 최규병 9단 : 김성룡 8단 - 제1회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백호부 8강전 158수 백불계승
마지막으로, 왕중왕전 결승전을 치르면서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었다면?
- 최종국을 두기 이틀전 와이프가 꿈을 꾸었다. 큰 물고기를 꽉 껴안는 꿈이었다. 그런데 물고기의 비늘이 일반 비늘이 아니고, 흑과 백이 수놓여져있는 물고기더란다. 그런 종류의 꿈은 보통 태몽일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 같지는 않고. 하하. 그 꿈 얘기를 듣고 왠지 좋을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 최종국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최종국인 만큼 두 기사의 각오가 남다르다. 대국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두 기사.▲Top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잠시 명상을 하고 있는 김성룡 8단.▲Top
김주호 4단의 흑번. 제한시간 10분 바둑인데도 김 4단은 초반 2~3분여의 생각 끝에 첫 수를 착점했다.▲Top
검토실에 안달훈 6단과 최철한 8단이 이날 바둑을 검토하고 있는 모습. 최철한 8단은 이 대회 4강전에서 김성룡 8단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Top
치열했던 승부끝에 가지런히 계가를 마친 바둑판. 차이를 확인하고는 두 기사가 서로 비슷한 모습으로 머리를 감싸안고 있다. 두 기사의 감정표현을 이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을까. "아~!" ▲Top
몇분간의 적막이 흐른 후, 복기를 하는 두 기사. 김성룡 8단은 "좌상귀에서 흑71로 날일자 달린 수로 이 백한점 잡아두었으면 바둑 끝난거 아니야?"라며 의견을 물어보고 있다.▲Top
검토실에 있던 최철한 8단이 대국장으로 들어와 함께 복기를 하는 모습.▲Top
결혼 4년차인 김성룡 8단. 이날은 와이프와 딸 다은이와 함께 와 응원을 펼쳤다. 자세히보니 정말 닮았죠? ^^; 다은이 엄마는 "김성룡 8단 사진 없으면 다은이 사진 쓰세요. 별 차이 없어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Top
역시 피는 못속여~ '3년안에 바둑에 입문시켜서 나중에 프로기사로 키우고 싶다'고 밝혔던 김성룡 8단. 이 모습을 보면 뿌듯하겠죠? 바둑돌을 가지고 노는 다은이의 모습이 넘 귀엽네요.▲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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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짱고일 |
｜ 2004-10-19 오후 8:1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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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김성룡 9단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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