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바둑의 레전드, 조훈현과 조치훈. 두 영웅이 한국바둑 70주년을 기념해 다시 대결을 벌인다. 단판승부이고 이벤트 성격이 강해 승패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대결이라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진정한 승부를 보고 싶은 팬의 입장에서 간보기 차원이 아닌, ‘진검승부’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런 대결을 다시 보기 쉽지 않을 테니.
[김구라의 썰전說戰 - 네번째 '썰']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이번주는 좀 색다르게 인터넷의 장점인 쌍방향성을 살려,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동영상 참고도를 더 추가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고자 한다. 뭐, 이것도 재미니까. 재미있게, 봄날 끄트머리 연휴 즐기세요!
중국 을조리그와 몽백합배 통합예선이 시작되어 왕십리 한국기원은 2주 연속 썰렁했다. 특급 기사들이 모두 중국에 건너가 있으니 ‘썰 꺼리’가 별로 없다. 그나마 여류국수전 결승3국과 조치훈, 조훈현 이른바 조조대결 발표, 갑조리그 뉴스가 있어 다행이랄까. 그래 세 가지 이야기를 한번 맛나게 풀어보지 뭐.
▲ 아...! 반집! 그러나 반집도 엄연한 실력!
5월18일, 여류국수전 결승3국 (김신영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동갑내기 박지연과 김신영의 최종국은 박지연의 반집승으로 끝났다. 번기승부는 매판 누가 이기는가에 따라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단판승부가 아닌 번기승부의 매력. 이 바둑에서 박지연은 시종 우세했다. 상대가 꼼짝 못할 만큼의 완승이었다.
왜 이런 바둑이 나왔을까. 역시 초반부터 안 풀리는 경우. 특히 포석이 자유롭지 못하고 굳어 있는 경우. 바로 부담감이다. 김신영에게 마지막 역전 기회가 있었다고도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이 바둑을 반집 승부까지 쫓아간 것만으로도 승부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음은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집도 실력이라는 것. 프로는 운이 없어서 반집 졌다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 프로의 세계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실력이 약해서 졌을 뿐이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행여 그런 약한 마음이 들어서는 안 된다. 다음엔 아예 그런 기회조차 안 올 테니까.
5월18일 밤, 조-조대결 성사 발표
왜 이날 밤 발표가 되었을까. 다음날에 올려도 톱뉴스일 텐데. 졸지에 박지연 우승이 반감됐다.
몇 시간만 참아주었으면 안 되었을까. 한국 현대바둑7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만든 조조대결은 한 주간 큰 이슈가 될 만큼 대단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단판승부이고 이벤트 성격이 강해 승패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대결이라는 점이다. 이건 팬들이 원하는 것의 30% 정도만 보여주는 느낌. 진정한 승부를 보고 싶은 팬의 입장에서 간보기 차원이 아니었으면 하고 “제발”을 외칠 정도다.
나에게 조치훈이란?
1. 어릴 적 M방송국에서 속보로 보여주던 조치훈의 대삼관 소식을 들으며 바둑을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승리와 박세리가 연못에서 아이언 샷을 할 때와 같은 감동을 주었다.
2. “목숨을 걸고 둔다.” 휠체어 대국 사진, 잊히지가 않는다. 상대인 고바야시 고이치의 삭발한 모습 역시 프로에게 바둑이란 어떤 것인지, 승부를 임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3. 90년대 초 동양증권배 세계대회에서 기록을 할 때 정확하게 “한국말로 초읽기를 해주세요.”라는 말에 너무 놀란 적이 있다. 여섯 살에 일본에 유학 간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한국말을 잘했다.
4. 바둑을 둘 때 성냥을 구해달라고 했다. 25년 전. 지금보다 구하기는 쉬웠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았다. 어렵게 구한 성냥을 부러뜨리는 용도로 사용할 줄은 몰랐다. 양말을 벗고 두는 것도, 자신의 머리를 그렇게 세게 때리면서 둘 줄도. 중얼거리는 소리에 다른 사람이 방해를 받을 정도라는 사실도.
5. 사이버오로에서는, 이미 조치훈 9단의 아이디는 유명하다. 10초 바둑을 수없이 둔다. 이틀 걸이 바둑을 그렇게 많이 두던 승부사가 골프와 인터넷바둑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린 기사들이 레전드와 승부호흡을 하려 일부러 둬보기도 한다. 끊임없는 노력. 죽는 순간이 바둑돌을 내려놓는 순간이라는 일본 기사들의 기도 정신은 내 어릴 적 꿈이기도 했다. 조치훈 9단을 보면 특히 그렇다.
한편 이창호 9단. 하향세를 보이는 이창호를 보며, 우리보다 일찍 바둑을 스포츠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익힌 중국기자들은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은퇴시점을 놓쳐 “신이 인간으로 내려왔다.” 는 표현을 쓰기까지 한다. 바둑을 스포츠와 문화예술로서 반반씩 체험한 나에겐 이 점이 지금도 혼란스럽다.
환갑이 넘은 조훈현과 아직 만으로는 59세인 조치훈은 세 살 차이. 동시대지만 다른 무대에서 뛰었던 두 사람. 이 둘이 숙명의 라이벌이 맞긴 한 건가. 조치훈에겐 고바야시 고이치가 라이벌 아닌가. 조훈현에겐…, 죽어도 서봉수라고는 안 하겠지. ^^ 조치훈! 모처럼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까.
7월12일이다. 잊지 말자.
5월20일, 중국 갑조리그 5라운드
나현(포스코 켐텍 주장)이 중국리그에 간다고 했다. 지난해 바둑리그는 안 좋았지만 중국리그 성적은 좋아 상하이 팀에서 승리수당을 20% 올려 계약했다. 우리의 다른 스포츠가 그렇듯이 중국리그도 한국선수의 처우는 리그 성적으로 좌우된다. 비슷한 실력의 중국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에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젠 정말 인정할 만한 기사만 제대로 대우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세돌, 박정환, 김지석은 중국 톱 기사의 2~3배. 이것이 한국바둑의 자존심이다. 그동안 대우가 좋았던 원성진, 백홍석을 비롯한 군 제대 4인방은 올해 중국진출이 좌절됐다. 그들이 바둑리그에 올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눈여겨본 바둑은 박정환-탄샤오, 이세돌-스웨 전. 중국리그의 흥행요소 중 하나는 주장전이 매번 세계대회 결승 매치업이나 다름없게 이뤄진다는 점.
▲ [장면도1] 박정환(흑) : 탄샤오(백)
[장면도1] 백1로 들여다보는 수에 박정환이 A로 받지 않고 흑2로 등뒤에 붙이는 수를 보라. 상대의 기분 좋은 잽 한방을 거꾸로 무겁게 만드는 한 수다.
흑2는 사실 B로 밀어올리는 수를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것은 같이 무거워질 뿐이다. 고수의 행마로 추천하고 싶은 한 수다.
▲ [장면도2] 이세돌(흑) : 스웨(백)
[장면도2] 흑1의 붙임. 이게 왜 좋은 수인지 안다면 ‘오로 왕별’임을 인정한다. 이세돌의 좋은 수는 한참 생각해 봐야 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흔히 말해 묘수를 두면 '와!' 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뭔데”가 돼 버리기 일쑤다.
바로 흑1이 그렇다.
바둑의 고전 중 최고라고 하는 ‘사카다의 묘 시리즈’와 같이 이세돌 스스로 자신의 바둑을 분석해서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카다 이후 이세돌만큼 난해한 바둑을 두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최고일 때 팬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줬으면 한다.
(이세돌의 수에 대해 팬들이 너무 궁금해한다면 동영상으로 해설을 덧붙이겠다. 이런 게 또 김구라가 오로에 풀어놓는 ‘썰전’의 또다른 묘미 아니겠는가. 단, 댓글이 최소 50개는 달려야 나도 이 황금연휴에 동영상을 촬영하는 노고를 보람차게,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 의욕이 생기지 않겠는지…요. ^^;;) ----> 드디어 동영상을 추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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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이번주는 좀 색다르게 인터넷의 장점인 쌍방향성을 살려,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동영상 참고도를 더 추가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고자 한다. 뭐, 이것도 재미니까. 재미있게, 봄날 끄트머리 연휴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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