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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 여류바둑인의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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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출판사를 경영하는 여류바둑인의 입문기
나는 이 낯선 외국어를 배우기로 결심을 했다.
지난해 봄 내가 경영하는 출판사에 중국사람이 쓴 바둑소설이 하나 들어왔다. 편집부에서는 한국에만도 바둑 인구가 1,000만명이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의미에서 출판을 고려해 보자고 하고 있었고 내가 그 최종 결정을 해야할 판이라 전 10권에 달하는 그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원고를 읽어가는 동안 소목, 외목, 화점, 천원 들 바둑 기초용어를 하나도 모르는 처지여서 소설 속의 반상에서 이루어지는 고수들의 대국에 대한 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46번 채널의 바둑텔레비전을 보게 되었는데 고수들의 대국을 해설하시는 사범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낯선 외국어를 배우기로 결심을 했다.
그 바둑소설은 스토리 전개가 지나치게 중국의 관점에서 쓰여졌고 너무 분량이 많은 까닭에 출판은 안되었지만 소설속에 자주 인용된 바둑의 역사나 바둑에 얽힌 야사와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낯선 도시에 가서 최소한도의 의사소통을 하려면 "안녕하세요?" "이것이 얼마입니까?" 등 기초적인 말을 배우는 것처럼 나는 바둑을 이해하는 ABC를 익히리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바둑 5·6급이라는 남편과 까맣게 흑돌을 깔고 처음으로 바둑을 두기 시작했던 것이다. 머리가 나쁘다느니 바보라느니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는 차츰 바둑이란 두 집을 지어야 되고 자기편끼리 돌을 연결시켜야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나 그 두 집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재미가 붙은 나는 이제부터 내 목표를 적어도 남편을 이기는 5급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되겠다는 것으로 바꾸었다. 서점에 가서 기본정석에 관한 책 몇 권을 사서 읽어도 열심히 지어놓은 집은 남편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집이 뭔지도 모르는 18급!"
자존심이 상한 나는 홍종현 八단의 부인인 친구에게 바둑 선생님 한 분을 소개시켜줄 것을 부탁했고 그 연유로 이상훈 五단(당시 四단)을 만났고 이 사범의 소개로 현재까지 남치형 初단에게 바둑을 배워오고 있다. 여유시간이 거의 없는 생활이라 가끔 남편과 두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균 일주일에 한번도 제대로 배우지 못할 때도 많지만 남편과 나의 접바둑은 어느덧 9개에서 8개, 6개 이런 식으로 두어 지난해 겨울부터는 맞두거나 두 개를 깔고 두게 되었다. (세번 연달아서 지면 두 개로 내려가고 다시 세 번을 이기면 올라가는 식으로)
사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은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남편하고 바둑을 둘 때는 내가 잘 물리거나 엎어버리거나 하기 때문에 정작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해 보려면 내심으로는 좀 찔리는 구석이 없지 않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바둑에 어느 정도의 긴장이 들기 시작한 것은 넉점 바둑이 되고나서부터였다. 그저 남편보다 조금만 잘 해서 이기고 싶다는 사적인 동기로 시작한 바둑이지만, 그리고 겨우 일년의 체험이지만 바둑이 내게 전해준 메시지는 많다.
불리하다 싶으면 양심의 가책도 없이 떼를 쓰며 물리곤 하던 나의 무례함도 어느덧 없어져가고 있었고 둘이서 식사 후에 절을 꾸벅하고 마주앉으면 아주 일상적인 대화로 긴장이 없어진 우리 사이에 색다른 의사소통의 언어가 생겨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흰돌과 검은돌들은 마치 감정의 상태를 표현하는 모르스부호와 같다. 똑같은 사람이 두는 바둑이지만 언제나 다른 수많은 드라마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면 다른 민족과 낯선 역사와 문화가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듯이 이 새로운 언어를 익혀가는 과정에서 동양의 긴 역사동안 사람들이 터득했던 삶의 상징들을 마음과 손가락으로 느껴간다. 바둑이란 정말 무한한 어휘와 상징을 가진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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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언어로 보는 시각... 참신하면서도 멋진 감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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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치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