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春秋)에 우리의 고대사를 언급한 대목이 하나 있는데 놀랍게도 삼한(三韓)의 기록이다. 춘추 '소공 30년조'에는 "삼한은 예를 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고 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돌본다(三韓禮也者 小事大 大字小之涓)" 하고 있다. 춘추가 말하는 삼한은 마한 진한 변한을 말한다. 춘추는 삼한을 예가 살아있는 나라라 말한다. 중국 사서인 진서(晉書)는 삼한 중 마한을 기록하며 서로 전쟁을 하더라도 투항을 해 오면 귀하게 대한다(誰有鬪爭功戰而貴相屈)며 춘추의 기록을 뒷받침 한다.

이 기록들을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조의 기록과 부합한다. 온조가 일족을 거느리고 하남으로 내려왔을 때 마한왕이 영토를 주고 기반을 다지게 해준 대목이다. 싸우지 않고 싸워 이기더라도 패자를 크게 다그치지 않는 것은 예의(禮義)의 정신이라 할 것이다. 하여 춘추시대의 공자도 예가 살아있는 동이(東夷)에 가 살고 싶다한 것일까.

지난 9일 강남 방이동에 있는 한 중식당에서 '대한바둑협회'의 대의원 총회가 있었다. 신임 허동수 회장을 모시고 전국 대의원들이 모여 대바협의 이사진 추인과 지난해의 예산 결산과 금년 예산안 추인 등 중요 안건을 다뤘다. 총회는 의욕적인 신임 회장의 의견에 대의원들의 활발한 의견이 보태져 요식(?)행위로 그치기 십상인 대의원 총회를 내용이 있는 실질적인 회의가 되게 했다. 무엇보다 대바협의 16개 지부에 대한 조직구성 지원금 책정은 이제까지 없었던 것으로 금액의 규모를 떠나 지방 지부에 자극이 되는 것이었다.

대바협의 2012년 총 예산은 24억을 상회했다. 보고된 2013년 예산은 27억을 상회한다. 한국기원과 큰집 작은집으로 갈려 크고 작은 갈등을 빚기는 했으나 작은집 살림치고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대의원들은 금년 인천에서 개최되는 2013 인천 실내&무도(武道)아시아경기대회 상황을 보고 받고 다음으로 대바협의 최대 숙원사업으로 전국체전 정식종목 입성을 꼽았다.
 
다행히 대바협 사무국에서도 이 점을 중시하고 계획을 갖고 있었고 회장께서도 적극 찬성하면서 회의가 끝났다. 바둑은 전국체전에서 아직은 시범종목도 아닌 동호회 종목에 불과 했다. 시범종목을 거쳐 정식종목으로 진입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대바협이 새롭게 정비되고 행정력과 정치력이 보태어지면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의 진입도 꿈은 아닐 것이다.

사실 필자가 협회 총회에 참석한 것은 대밥협의 이사진에 아마바둑의 현안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을 고려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서였다. 필자의 개성(?)이 자칫 예의에 어긋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주변에서 한 것으로 알지만 신임 회장께서 먼저 좋은 이사진을 소개하라 하는 바람에 볼멘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당초 대바협 이사진에 프로기사가 3명이나 들어가 있는 점을 지적하려 했으나 원안에서 한 명이 빠졌고 몇 분을 새로 추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은 다행이다.

모처럼 아마바둑계에 좋은 물결이 느껴진다. 신임 회장께서는 아낌 없는 지원을 할 준비가 되신 듯했다. 좋은 의견, 바둑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극 수용하겠다는 말씀에 그날 참석했던 12명의 대의원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모쪼록 내년 대의원 총회도 이날 같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