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주문화재 연구소에서 신라시대 바둑알 한 벌을 공개 했다. 공개를 하면서 8세기 이전부터 바둑을 두었을 것으로 추정해 왔던 신라의 바둑사를 이 유물의 발굴로 7세기로, 확실하게 100여 년 끌어내렸다는 멘트를 달았지만, 이게 조금 타당치 않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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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돌이 발굴된 경주 용강동 6호 고분은 1970년대 처음 발굴되어 오랜 연구 끝에 정리 공개된 것인데  바둑돌에 대해서는 조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신라의 바둑 유물은 이미 4세기 무덤인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바 있고 유물을 경주박물관이 보관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사연(?)은 차치하고  신라의 고무덤에서 나온 바둑돌을 감상하다 보니 볼품 없는 모양새가 영 감상의 대상이 아닌 듯싶다.

정창원 박물관에 있는 백제 유물 운운하는 바둑돌에 비하면 이건 영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의 수준 낮은 감식안 탓일 것이라 믿고 추사 김정희 선생이 경주 바닷가에서 본 바둑돌 감식안을 떠올려 감상을 대신한다.  


동해안 차성고을에
자연석 바둑돌이 나네.
해변의 소라 전복 껍질이
무더기로 쌓여 서로 부딪고
파도와 모래 뒹굴다가
조각 조각 겨우 모양 갖췄네.
모난 것은 모서릴 접은 듯하고
둥근 것은 저절로 규격이 맞았네.
사방 타원 그 형태에 따라
원형 아닌 것이 하나도 없구려.
맑기를 터럭도 비칠 듯싶고
윤택하기는 기름도 묻어날 듯.

[ 東海車城縣 乃生自然棋  海濱螺蜯殼  堆積相拄搘 濤沙日蕩齧  碎碎各具姿  或方如削楞
或圓自中規  斜方與橢圓  勾股無不爲  瑩淨可鑑髮 膩滑疑截脂]


동방의 미옥보다 월등 나은 것.
성근 구름비 내리고
낙랑장송 맑은 날 바람이 불면
방안에다 방석을 펴고
네 다리 바둑판을 내어
두개의 무늬통에 담긴 흑백알을
솥과 그륵마냥 벌여 놓고
딩굴 딩굴 긴 여름 녹이니
죽림칠현 모인 거나 한가지라네.

[絶勝珣玗琪  疎簾雲雨處 長松風日時  隱囊復方褥 楸盤四脚支 盛之雙紋奩 列置如鼎彝 剝啄消長夏坐盡漢鐵芝]


현모한 세계 실로 여기에 있다니
폐인들이라 비웃음 날리지 마소.
이기고 지는 것 관심 없다오.
지고 이기는 것이야 스스로 아는 것
쌈지돈 거둬 술추렴하고
날을 나누어 즐겁게 노네.
나는 늘상 옆에서 구경하면서.
즐겁게 또 한 잔 보탤 수밖에.

[玄理諒斯在 野狐莫見嗤  輸贏了無猜 冷煖應自知 出錢作飯會 分日以敖嬉 余當傍坐觀
 欣然且一巵]

----- (주) 이 시는 완당집에 있고 필자가 몇 줄을 줄여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