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영어 못 하면 어때?
Home > 컬럼
영어 못 하면 어때?
2006-02-21 조회 5102    프린트스크랩
영어 못 하면 어때? 해야 영어가 된다 세번째 강의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부언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의 이후로 ‘표준영어’ 논쟁이 있었는데요. 사실이 상식과 어긋나서 여전히 오해하시는 분들이 좀 있는 듯 합니다. 별 건 아니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다시 한번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미국 연방정부는 ‘표준말’ 같은 것 정한 적 없습니다. 둘째, 미국 연방정부는 ‘공용어 official language’를 정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실은 지금도 영어를 ‘official language’로 정하자고 주장하는 단체들이 있답니다. 이미 ‘공용어’가 되어 있다면 그런 주장을 할 필요가 없지요. 참고로 그 중 한 단체(http://www.englishfirst.org/). 그리고 ‘널리 쓰이는 영어’와 공용어는 다른 개념이랍니다. 미국방송인들은 뉴욕이나 워싱턴 악센트가 아닌 중서부 악센트를 많이 씁니다. 예전에 듣기로는 월터 크롱카이트의 영향이라나요. 중서부 악센트가 지방색이 가장 적게 들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영어가 이제 미국말이나 영국말이 아닌 세계어이며, 원래부터 우월한 ‘특별한 영어’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저께 거래처 사람을 만나서 내가 영어회화책을 썼다고 하니까 대뜸 묻는 말이, "영어 잘 하세요?" 이럴 때마다 약간 당황스럽다. 사실 나는 한국말도 잘 못하기 때문이다. -_-;; 그런데 영어라고 특별히 잘 할 턱이 있는가. 나는 그저 영어를 '할' 뿐이다. 그리고 영어건 한국말이건 '잘' 하는 사람은 변호사나 개그맨 같은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말솜씨를 타고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쓰면서 비즈니스를 하고, 인터뷰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술먹고 당구치며 놀고 지낸 지가 10년이 넘지만 그 동안 영어가 막혀서 크게 불편했던 적은 없다. 이러면 영어를 잘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영어로 웬만한 의사소통이 다 된다고 해도 섬세하고 미묘한 어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문화적 차이 등을 모두 캐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나는 영어를 못 하는 것인가? 그렇지도 않다. 엄연히 영어를 쓰면서 온갖 일들을 다 해왔지 않은가. 역시 나는 영어를 '잘' 하지도 '못' 하지도 않고, 그저 '할' 뿐이다. 그러니 "영어 잘 하세요?"라고 물으면 "네, 잘 해요."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못 해요."라고 대답할 수도 없다. 그냥 "아뇨."라고 대답하면 상대는 "못 해요."로 받아들일 테니 그렇게 대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럴 때마다 상당히 난처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어째서 “잘해요?”라고 묻는 것일까? 그렇다면 질문 자체가 문제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문제 좀 있다. 우리가 외국인을 만나서 한국말 구사여부를 묻는 질문은 "한국말 하세요?"이다. 또한 전세계 대부분의 영어사용자들이 처음 만난 상대에게 영어사용여부를 묻는 질문은 "Do you speak English?"이지 결코 "Do you speak english well?"이나 “Are you good at english?”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끼리는 서로에게 "영어 '잘' 해요?"라고 묻는 걸까? 우리는 한국사람이 영어를 '잘' 해야지만 영어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은 그렇다. 우리는 영어를 '잘' 해야지만 영어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를 '잘' 못하는 자신을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바로 그런 오해가 영어를 영원히 못하게 한다. 조금 아는 영어를 내뱉으려니 ‘잘 못하는’ 영어실력이 들통날까봐 두렵고 부끄러운 것이다. 그런데 말이란 건 해야 느는 법인데, 겁나고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니 늘 수가 없다. 참으로 딜레마다. 또하나 이상한 점. 필자는 가끔 외국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1)무조건 바로 도망가는 사람. 2) 영어 못 하는 걸 부끄러워 하면서 “I'm sorry” 어쩌고 하면서 도망가는 사람. 3) 영어로 상대를 해주면서도 “I'm sorry. I'm not good at english. 어쩌고” 하면서 쩔쩔매는 사람 등을 보았다. 독자 여러분은 주위에서 이런 사람들 본 적 없는가? 길을 묻는 외국인을 만나거나, 가게나 회사에 외국 손님이 왔을 때 이런 태도를 보인 독자들은 혹시 없는가? 필자가 본 대부분의 (영어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부끄러워 하면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심지어 필자가 옆에서 그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 본인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어서 자리를 벗어나자고 필자의 옆구리를 찌르는 친구도 있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왜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낯선 외국인 앞에서 자신의 모자라는 영어 실력 때문에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외국에 간 사람이 그 나라 말을 조금이라도 공부해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 사람이 현지의 말을 조금도 모르는 게 부끄럽다면 이해가 가지만, 그 현지 사람이 찾아온 사람 나라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필자가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것이, “한국말 하세요?”이다. 물론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질문한다. 그러면 반 정도는 “네, 조금”이라고 대답한다. 반 정도나 되냐고? 사실이다. 한국에 1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떠듬떠듬 의사소통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면 된다. 만약 대화 중간에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나 문장이 등장하면 영어로 설명해준다. 그러면 나머지 반 정도는? 물론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들 중 일부는 “한국말 하세요?”라는 말은 알아듣지만 대답은 “No, I'm sorry.”라고 하며,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Do you speak Korean?”이라는 질문에, “Sorry, I don't”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할 수 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하여튼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들이 예외 없이 “Sorry.”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한국에서 한국말을 못하는 것이 미안한 것이지 영어를 못하는 게 미안한 게 아니다. 적어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영어를 잘 하면 물론 좋다. 하지만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건 전혀 아니라는 말씀이다. 프랑스 사람들, 태국 사람들, 아이슬란드 사람들, 포르투갈 사람들 아니 전세계의 대부분의 비영어권 사람들 중에 영어 못한다고 부끄러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직 우리나라 사람들만 그런 것이다. (일본 사람들도 좀 그건 것 같다.) 부끄럽지 않다면 겁날 것도 없다. 적어도 한국땅에서는 한국말 못하는 게 부끄럽지 영어 못하는 건 괜찮은 거다. 외국인을 만나서 왜 그 나라 사람의 언어를 하지 못하면 부끄러운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장에서도 상대가 조금이라도 영어로 말해주면 ‘이 정도라도 영어를 말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하고 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당신 발음이 듣기에 좀 이상해도, 문법적으로 어긋난 문장을 내뱉아도 상대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당신이 전혀 영어를 내뱉지 못하더라도 상대는 그저 “한국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 절대 당신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 못 하는 것 절대 부끄러운 일 아니다. 이거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필자가 아무리 이렇게 이야기해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굳이 그 자리를 피하려 하거나 남들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싶어할 것이다. 왜냐하면 영어를 '하는'정도로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여전히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부끄럽기 때문이다. ▣유독 영어를 못하면 창피한 이유? 왜 그래야 하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아니, 한국 사람이 영어 못 하는 게 부끄러운 거 아니래도... 그거 알겠다구요? 그래도 부끄럽다고요? 그럴 수 있다. 진짜 부끄러운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다. 영어를 못 하는 게 왜 부끄러운 지 진짜 이유를 말씀 드리겠다. 오래전 조선시대에는 한문 잘 하는 사람이 사회의 지배계급이었듯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지배계급은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영어 능통자가 해방 이후부터 이 나라의 요직을 차지했고, 지금도 그들의 영어 잘 하는 후손들이 소위 '상류 사회'를 차지한 새로운 양반계급이 되어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행동거지도 왠지 남다르다. 따라서 영어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신분의 상징이 되어 있다. 영어 못하는 사람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고 잘 하는 사람은 당연히 '신분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은 '귀한 손님'이고 때로 심지어 나보다 '높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니 영어 못하는 게 부끄럽고 창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틀리게 말할까봐 조금 아는 영어도 입으로 내뱉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옆에 나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입을 열어 영어 못하는 걸 드러낸다면, 나의 낮은 신분을 만인에게 알리는 것과 똑 같다. 자존심 팍 상하고 열등감 확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자존심 상하고 열등감 일어나서는 영어 실력이 늘 수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실을 보자. 우리 사회가 아무리 영어실력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매긴다고 해도, 영어란 원래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영어를 잘 하고 어떤 사람은 힘이 세다. 힘 센 건 좋은 일이지만 그걸 너무 자랑하면 우습게 보이지 않는가. 영어도 마찬가지다. 힘 센 사람이 역도 선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듯이 영어 잘하면 무역상이나 번역가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가 역도 선수나 무역상이나 번역가가 되지 않을 거라면 영어도 힘도 그리 필요없다. 영어는 '기능'이다. 그것도 보통 사람들에게 필수적이지 않은 기능이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영어를 '신분의 상징'처럼 꾸민다고 해도 역시 영어는 기능이다. 세뇌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이걸 명심하자. 그러니 혹시 주변에 영어 잘 한다고 잘난 척 하는 인간 있으면 그 인간의 왜곡된 마인드를 비웃어주자. 영어 못 한다고 기죽은 친구가 있으면 그거 별 거 아니라고 말해 주자. 영어,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고 심각하게 접근하면 배우기 정말 어렵다. 이것이 영어 콤플렉스 극복의 시작이다. 다시 말해서, 영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야 영어가 된다. 못하면 어때? 이렇게 생각하면 영어가 쉬워진다. 곽동훈은.. kayhoon@yahoo.com <콤플렉스를 부수면 영어가 터진다>의 저자. 유학이나 어학연수 등의 경험없이 한국에서만 영어를 익혀서 외국인들과의 비즈니스와 사교에 써먹고 있는 사람. 국내최초의 인터넷 문화잡지『펄프』 편집장, 영국의 웹디자인 전문지 『cre@te online』 한국판 편집장을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여성 망명 정부에 대한 공상>, <베일 벗기기: 기호학으로 풀어 읽는 현대문화>, <웬디 베켓 수녀의 명화 이야기>, <시대를 움직인 16인의 리더> 등이 있다.
  • 페이스북
  • 구글+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트위터
이전 다음 목록
┃꼬릿글 쓰기
별빛가득 |  2006-02-21 오후 12:2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초를 쳐 그렇지만 정리하면 영어못하는게 쪽팔린게 아니니깐 씩씩하게 쓰면 된다~ 이거 아닙니까?  
마이싱5 |  2006-02-23 오전 9:5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밌네요, 저도 영어가 재밌으면 좋겠습니다.  
재훤애비 |  2006-02-23 오후 6:1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맞습니다 맞고요  
인체공학 |  2006-02-26 오후 12:2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뛰어난 안목입니다..굿~  
평리거사 |  2006-03-04 오전 11:3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영어못해 부끄러운게 아니고 그만큼 배우고도 제대로 못하니 그게 쪽팔리는것입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