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한 바둑 국가대표팀에 대한 환영행사가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허동수 한국기원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바둑계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 코칭스태프는 유난히 따뜻한 목소리로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것도 스물네 살의 어린 나이에 여린 외모의 한 여성에게…. 그리고 이름을 불린 그녀가 잠시 일어나 목례를 하는 순간, 행사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에 파묻혔다.
김여원!
바둑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그녀를 ‘금메달 싹쓸이’의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그녀는 바둑 국가대표팀의 ‘주무’였다. 그러나 보통 주무는 아니었다. 대표팀의 모든 스케줄 표가 그녀의 손에 의해 작성됐다. 특히 혼성페어의 경우 대표팀을 강하게 만들 스파링 상대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그들을 섭외하고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 그녀에 의해 이뤄졌다.
선수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고, 대표팀의 예산을 관리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훈련 중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사적인 일이 생기면 잔심부름도 해야 했다. 한마디로 그녀 없이는 대표팀이 굴러갈 수 없었다. 코치를 맡았던 김승준 9단은 “김여원씨의 손과 발이 대표팀이라는 수레를 끄는 바퀴였다. 대표팀의 궂은일은 김여원씨가 다 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녀는 한때 프로를 꿈꿨던 바둑 강자다. 연구생 1조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운이 없었는지 입단의 문턱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실패자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바둑의 길을 찾았다. 바둑 대중화에 힘을 보태는 일이다. 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승부의 현장에서 계시도 보고 있는 그녀는 TV의 바둑프로그램 진행에도 도전해 볼 요량이다.
한편 김씨뿐 아니라 한국기원의 조연재 사원도 ‘광저우 신화’를 이루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김씨가 ‘대표팀 안의 손발’이었다면, 조 사원은 대외적 행정을 깔끔히 처리한 ‘대표팀 밖의 손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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