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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맏형의 저력. Kixx의 최고참 안조영(34)이 마지막 5국에서 김현찬을 물리치며 대역전극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지난 시즌, 스마트오로팀은 ‘도깨비팀’ 이었고‘미운오리팀’이었다. 도깨비팀은 말도 안 되게 불리한 상황에서 승리해내며 바둑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저력을 뿜곤했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붙은 별명이었다. 미운오리팀이란 별명은 바둑리그 10개팀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에 급조된 팀이란 의미에서 붙여졌다. 당시 미운오리는 한번 ‘미치면’ 무서운 힘을 보여주곤 했고, 신생팀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그 스마트오로의 핵심 선수들이었던 김승재, 이영구, 안조영(락스타엔 박지연)은 모두 올 시즌 Kixx의 선수들이다.
Kixx가‘미친 오리’정신을 발현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3라운드까지 한 번도 승리를 해 보지 못한 Kixx는 점점 초조해지는 가운데 4라운드를 맞이하고 있었다. 1지명 김승재는 첫째날 무너졌다. 김승재는 4연패의 나락으로 빠졌다. Kixx의 이희성은 상대팀 1지명 조한승을 상대로 선전했으나 마지막에 실족했다. 최강 대열에 올라 있는 티브로드는 여유롭게 2승을 챙겼다. 둘째날도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1승만 추가해도 승리하는데 티브로드엔 불패의 양현(이지현•안국현)이 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티브로드는 퍼펙트 승리도 기대하는 눈치. Kixx엔 절망에 절망이 포개졌다.
둘째날, 기적이 일어났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국에서 Kixx 2지명 이영구가 이지현을 꺾으며 희망을 쐈고, 장고 4국에선 한상훈이 날았다. 5국에선 안조영이 김현찬을 눌렀다.
6월 1~2일 이틀간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KB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에서 Kixx가 선두 티브로드를 상대로 2패 후 3연승이라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4연승을 목전에 뒀던 티브로드는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3위로 밀려났다.
■ 아깝다, 이희성
이희성은 역대 전적에선 조한승에게 3승 11패로 조한승에게 밀리고 있었지만 최근 전적은 2승 1패로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의 이희성은 과거의 이희성이 아니다. KB리그 2승1패 포함 21승 4패로 다승 13위, 승률은 무려 84퍼센트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사실을 의식했을까. 중반 들어 이희성의 대마를 잘 몰아가던 조한승은 한순간 손을 멈추었다. 계속 '고'를 외치면 대마의 숨통을 끊을 것도 같았지만 갑자기 심장이 떨려왔다. 조한승은 흔들렸고 이희성은 대마를 살려냈다. 흔한 역전의 스토리라면 바둑은 이희성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2국의 김승재도 용기백배해 승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Kixx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우세해진 이희성은 안전한 길만 찾다가 역전을 허용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Kixx 검토실도 이내 찬물을 뒤집어쓴듯 조용해졌다. 끝까지 계가했으면 1집반의 차이였지만 이희성은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거두었다(215수 흑불계승).
▲ 1국-이희성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막판 형세판단 착오로 무너졌다. 한 순간 희망에 부풀었던 Kixx의 분위기 역시 고무풍선에 바람빠지듯 가라앉았다.
■ 지난해 다승왕, 4연패로 추락하다
"워낙 실력이 탄탄한 선수라 곧 회복될 겁니다."
4라운드 대국 전까지 3연패를 기록중인 김승재에 대해 최명훈 감독은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승재가 지난해 다승왕(13승 5패)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기보다 랭킹이 낮은 상대에겐 여간해서 지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기본 제 몫은 해줄거라는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 또는 믿음이란게 걸핏하면 실망이나 배반으로 돌아오는 게 우리네 인생사가 아니던가.
김승재(랭킹 11위)는 이날 랭킹이 한참 떨어지는(31위) 김세동에게 졌다. 그것도 102수 만에 중앙 요석이 잡히며 무기력하게 졌다. 패배가 확정된 순간 최명훈 감독은 웃음기가 싹 가신 채 서둘러 검토실을 빠져나갔다.
▲ 2국-이번에야말로 꼭 해줄 거라 믿었던 김승재(右)가 다시 상대 하위랭커에게 발목이 잡히자 Kixx는 할 말을 잊었다.
■ 무너진 '양현' , 살아난 한상훈
이번 시즌 티브로드가 1지명 조한승이 신통치 않은데도 3연승을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2지명 이지현과 3지명 안국현, 소위 '양현'의 활약 때문이었다. 둘은 그동안 나란히 3연승을 거두며 티브로드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고, 4지명 김세동과 함께 '공포의 트리오'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3국에서 양현의 한 축인 이지현이 이영구에게 패하자 다른 한축인 안국현도 크게 흔들리면서 티브로드는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전 경기까지 3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던 한상훈이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한 것도 티브로드에겐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 3국-분수령이었던 제3국에서 이영구(右)가 이지현을 물치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 판은 끝까지 승부를 알수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이영구가 자충을 이용해 상대 진영을 돌파하는 수를 찾아내면서 극적으로 승부가 기울었다(254수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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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국-장고대국의 종국장면. 심판이었던 박상돈 7단이 'KB리그의 명국'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상변 철통 같은 백진 속에 한상훈이 뛰어들어가 패를 만든 장면이 이 바둑의 백미. 이 흥정을 놓고 엄청난 바꿔치기가 이뤄졌는데 그 결과 한상훈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결과는 딱 반집. 하지만 뒤짚기 어려운 반집이었다. 이로써 승부는 2-2.
■ 안조영, 대역전극 마무리
4국에서 한상훈의 승리가 확실해질 무렵 Kixx의 마지막 주자 안조영이 대국장에 들어섰다. 상대는 티브로드의 락스타 리거로 지난 경기에서 최철한을 꺾은 바 있는 김현찬. 백전노장 안조영으로서도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상대였지만 쫓기는 입장의 김현찬에 비해 안조영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중반 들어 우변에서 김현찬의 거친 플레이를 잘 막아내 안조영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실리를 챙기며 상대를 압박해 갔다. 불리한 김현찬은 하변에서 승부수를 던지면서 버텼지만 결국 좌변에서 폭탄 같은 꽃놀이패가 터지는 걸 보고선 더 둘 기력을 잃고 항복을 선언했다(166수 백불계승). 기적 같은 Kixx의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 5국-노장 안조영이 패기의 김현찬을 따돌리며 각본 없는 드라마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락스타 대승이 역전극의 힘 돼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Kixx의 분위기를 살린 주인공은 락스타 선수들이었다. 2일 낮 열린 락스타리그에서 Kixx는 티브로드에 4-0 대첩을 거두었다. 그 중에서도 홍일점 박지연이 티브로드의 강자 류수항을 꺾었다는 소식에 주전 선수들은 놀라워하는 눈빛들이었다.
▲ Kixx의 잔다르크 박지연. 가라앉은 Kixx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최명훈 감독, '락스타 중용하겠다"
선두 티브로드를 상대로, 그것도 2패 후 3연승이라는 기막힌 스토리로 첫승을 따낸 최명훈 감독은 승리 직후 "우리 팀의 락스타 선수들이 다 괜찮다. 다음 경기부턴 눈여겨 본 락스타선수들을 활발히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첫번째 시험대는 6월 25일~30일 중국에서 열리는 을조리그 기간이 될 것같다. Kixx에선 이 기간에 1지명 김승재와 2지명 이영구이 자리를 비우는데, 그 자리를 락스타 선수, 그 중에서도 지난 LG배 통합예선에서 장웨이제와 창하오를 잇달아 꺾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최홍윤이 일착으로 메울 공산이 크다.
8개 팀이 더블리그로 14라운드를 치르는 2013KB바둑리그는 다음 주 LG배 본선 관계로 6월 6일~9일의 일정을 쉬고 6월 13일부터 4라운드 3경기를 속개한다.
▲ 록키 이영구. 이 날 3국을 승리하며 연패 탈출의 물꼬를 텄다. 지난 라운드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컨디션이 회복됐음을 알렸다(2승 2패).
▲ 김승재와 더불어 3연패로 부진해 최명훈 감독의 속을 태웠던 3지명 한상훈(25). 하지만 2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좋은 내용을 펼쳐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원래가 실력파인데 발동이 늦게 걸리는 게 흠이라면 흠(1승 3패).
▲나란히 3연승을 달리다 동시에 무너진 티브로드의 이지현과 안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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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한 라운드를 쉬었던 안조영이 다시 등판한 후 여전히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2승 1패).
▲ 김현찬은 낮에 락스타리그에서 Kixx의 최홍윤에게 패한 다음 다시 본 리그에서 안조영에게 패하는 이중의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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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1지명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김승재가 팀의 연패 탈출이 유력해지자 모처럼 웃고 있다.
▲ 이번 시즌 들어 보기 어려웠던 이상훈 감독의 심각한 표정.
▲ '이 정도면 끝난 거 아닌가…' 최명훈 감독이 입술을 바싹 태우며 5국의 결말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협조 | 바둑리그 운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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