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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한 끼움수, 불각의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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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한 끼움수, 불각의 일격
| 한창규 2005-05-27 오후 00:56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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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중국1위를 고수하고 있는 구리. 그에게는 ‘안방퉁수’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자국 지명도에 비해 초라한 국제기전 성적표.
문밖으로 나오면 고개를 떨군다. 삼성화재배 4강이 최고 성적. 가산점 높은 세계대회 활약이 그러한 데도 1위를 지키고 있다는 건 중국내의 성적을 짐작케 해준다. 4관왕으로 최다 타이틀 보유자. 아이러니한 ‘안과 밖’이다.
제8회 한중신인왕전 3번기 제2국
○박영훈 9단(한국) ●구리 7단(중국)
- 장소 : 중국 황산
- 날짜 : 2005. 05. 26
- 결과 : 282수끝, 흑1집반승
장면 (간과한 끼움)
2국은 양웅간의 세 번째 대결장. 여태까지 박영훈이 두 판 모두 이겼다.
정석을 둘러싼 좌상의 공방은 흑이 약간 재미있는 절충. 구리는 흑1로 바짝 다가서며 고삐를 죈다. 이때 응당 붙이고 싶은 기분이 드는 백2가 이 바둑을 내준 근본요인이 됐다. 흑3의 끼움수를 경시한 것.
참고도1 (불만)
끼움수를 당한 백의 응수가 껄끄럽다. 1쪽에서 모는 것은 흑8까지 소중한 △ 두점을 잃는다. 좌상 백이 이대로 완생이 아닌 점도 신경 쓰이는 요소.
수순 중 백5로 6에 내려서면 흑A, 백B, 흑C로 틀어막는 수가 두텁다.
참고도2 (최악)
물론 한점을 축으로 제공하는 그림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백5에는 살짝 비켜받는 흑6이 경쾌한 행마. 더욱 나쁜 결과를 낳는다.
실전진행1 (흑의 무드)
위쪽에서 몬 백1은 부득이한 선택. 백3 때 흑4가 따끔하다. 백의 안형을 무너뜨리는 수.
고민 끝에 박영훈은 5쪽을 이었다. 대신 흑6에 의해 좌상 백은 1수 들여야 완생이다. 당장 손질하지 못하는 건 어려운 처지를 대변해 주는 대목. 20까지 힘차게 머리를 내밀게 해줄 수밖에 없었는지도 의문. 흐름이 흑쪽으로 꺾였다.
참고도3 (괴롭다)
▲로 젖혔을 때 순리대로라면 백1로 따내야 할 것이다.
박영훈은 흑2로 끊기는 게 더 아프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흑6까지는 분명 백이 괴로운 형태. 석점의 운신이 상당히 거북해진다.
참고도4 (봉쇄 불가)
백3으로 올라서는 변화. 흑6까지의 손실을 백7로 압박해서 만회해야 하는데….
백9로 봉쇄할 수 있느냐가 관건. 흑10으로 끼우는 수가 있어 여의치 않다. 이 참고도는 흑의 일부분을 잡았지만 두 번 빵따냄을 당한 출혈이 크다. 백13으로 A에 따내고 흑13을 허용해서도 곤란하다.
참고도5 (우상의 호처)
우상쪽은 흑1이 호처. 귀의 실리를 확보하면서 백에 대한 공격도 엿본다.
백2로 움직여도 수가 안 된다. 이 부근에 누구의 손길이 먼저 가느냐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실전진행2 (필승태세)
좌상 백이 살고 난 후 좌중앙 공방에서 흑1, 3이 힘을 축적하는 행마. 여기서 박영훈은 손이 근질거리던 우상을 향했는데 약간 성급했다.
흑5가 임기응변의 빈삼각. 그런 다음 7부터 일사천리로 필승태세를 확립했다. 공배 연결에 바쁜 백에 비해 흑의 한수 한수는 등을 두텁게 다지는 실속 있는 착점들.
참고도6 (자중)
결과를 놓고 볼 때 ▲의 다가섬에는 잠자코 백1로 잡아두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상대방의 수단을 제한시키는 자중의 수.
불각(不覺)의 끼움수를 당한 이후로 백이 앞선 장면이 한 번도 없었다. 구리의 안전책과 방심으로 차이가 좁혀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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