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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허리’가 끊어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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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허리’가 끊어진 스토리
| 한창규 2005-05-03 오전 02:16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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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중국 순으로 한번씩 우승컵을 나누어 가졌던 CSK배. 같은 국가대항 단체전 진로배와 농심배에서 단 한번도 패권을 놓치지 않은 한국이지만 CSK배에서는 체면치레하는 성적에 그쳤다. 그런 점을 놓고 볼 때 성격이 다른 연승전 시스템에서 불패신화를 이어나가는 이창호의 업적은 단연 돋보인다.
한국의 첫 상대는 대만. 최강 전력 장쉬를 5장에 배치시킨 거나 린하이펑이 흉내바둑을 들고나온 거나, 대만팀이 머리를 싸맨 흔적이 역력하다.
제4회 CSK배 1차전 2장전
○린하이펑 9단(대만)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서울 프라자호텔
- 날짜 : 2005. 05. 01
- 결과 : 251수끝, 흑2반집승
장면 (자멸의 전조)
전혀 뜻밖이었을 것이다. 존경하는 대선배 린하이펑의 흉내바둑에 심기가 불편했는지 이창호의 행마는 평소답지 않았다. 그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화를 입었다.
대어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린하이펑.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을까. 낚아채 올리는 마지막 동작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그 바람에 그물이 터져 버렸다. 백1이 자멸 행위의 전조(前兆).
참고도1 (차분한 관망)
아주 여유로운 형편인 백으로서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전혀 없었다.
스스로 멸망하는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대로 골인이다. 백1이 집을 도모하며 부실한 흑의 연결고리를 노리는 차분한 관망. 세계최강을 쓰러뜨린 역사적인 날로 기억됐을 것이다.
실전진행1 (드러나는 틈새)
단체전이 아니었다면 이창호는 진작에 패국을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비관적인 상황이었다.
흑1부터 좌충우돌. 이와 같은 궁여지책의 흔들기에 린하이펑의 이중허리가 비틀거린다. 63세의 고령에다 초읽기의 압박. 기어코 흑15의 역습을 얻어맞는다.
참고도2 (파멸 코스)
▲의 기습을 당한 린하이펑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란다. 후회와 번민이 시시각각으로 교차한다.
백1, 3으로 살리려 해도 흑14까지 파탄. A와 B, 두 곳의 약점이 동시에 노출된다.
참고도3 (파국)
흑은 4쪽을 꼬부리는 수도 가능하다. 공격하기 위해서는 백5로 끌고나와야 하는데 12로 따내고 나면 백은 A의 곳은 물론 위쪽 대마도 걸린다.
이 변화 역시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
실전진행2 (비틀거리는 백)
판이 어지려워졌다. 자초한 일. 린하이펑은 시간연장책을 써가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설상가상 백3의 악수가 회복불능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일련의 과정에서 흑은 상하를 연결시킨 것만이 아니라 10의 곳을 선수로 챙겼고, 18이 무엇보다 통쾌무비한 한방. 좌변 백모양을 일그러뜨렸다.
참고도4 (수습 불능)
한판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처리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법. 린하이펑의 힘이 한계점에 다다랐을까.
이미 백에게 용이한 수습책이 없다. 1로 막으면 흑2로 끊겨 그 이후가 이어지지 않는다.
참고도5 (대동소이)
백1, 3으로 움직이는 변화는 <참고도3>과 대동소이하다.
백은 하변쪽 공방에서 20집 가량 손해를 입었다. <장면>의 백1이 꼭 나빴다기보다 괜한 분란과 시빗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전패한 린하이펑의 자책과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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