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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 훅 그리고 카운터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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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 훅 그리고 카운터 펀치
| 한창규 2004-12-06 오전 11:51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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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청년!
천원전→국수전→기성전→천원전. 절정 기량의 최철한이 타이틀전을 연속 승리하는 기세를 이어갔다. 거침없는 진군. 이번에는 완봉승이다. 일류로 발돋움하는 데 디딤돌이 됐던 천원. 감회 어린 타이틀을 꽉 붙잡으며 국수, 기성과 더불어 3관왕 입지도 굳혔다.
가파른 상승곡선은 정상급과의 맞대결 성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창호 7승 5패, 이세돌 2승 1패, 박영훈 1승, 조훈현 3승, 유창혁 2승 1패. 송태곤에게만 1승 1패를 기록 중일 뿐 올 들어 상대전적에서 모두 우세를 보인 그다.
제9기 천원전 결승5번기 제3국
○최철한 9단 ●안달훈 6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4. 12. 03
- 결과 : 216수끝, 백불계승
장면1 (잽)
치밀함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틈새를 연거푸 찔러간 최철한의 수들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좌하귀에 35집짜리 패를 만들어 초반 분위기는 흑이 주도했다. 다만 팻감이 모자라는 백이 △ 등으로 이득을 구하려 했을 때 서둘러 해소한 흑1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6이 그 잘못을 꾸짖는 잽. 9까지 흑이 조금 당했다.
참고도1 (치밀한 교환)
잽싸게 흑1로 끊어 백2와 교환시켜 두는 것이 흐트러짐 없는 수순. 그런 다음에 3으로 손질해도 늦지 않았다.
실전처럼 귀의 흑집이 납작하게 움츠러드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장면2 (훅)
집차지에서 우세를 점한 흑. 우변을 가로 단속하기보다 좌중앙 백모양을 적절히 견제하면 승세를 닦을 수 있다고 판단한 안달훈은 4, 6으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여기서도 치밀함에 구멍을 드러냈다.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 백7이 실은 날카로운 일침. 잽을 뛰어넘어 훅에 가까운 힘이 실린 수였다.
실전진행1 (혹독한 죗값)
흑의 과오는 백6에서 뼈저리게 죗값을 치른다. 다음 백7의 젖힘을 견딜 수 없으므로 흑7.
백6은 단순히 몇집이 오가는 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백10을 선수로 듣게 한다. 그러고 나서 2선에 내려선 12가 엄청 큰 수. 역전 무드로 바뀌는 순간이다.
참고도2 (긴요한 선수)
5에 앞서 3을 망설임 없이 선수할 곳. 이 한수가 있고 없고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상당한 차이다.
백12에는 13과 같이 달리 응수할 여유도 생긴다(백A, 흑B, 백C는 후수. 중앙 흑은 D가 선수여서 안형 확보에 끄떡없다). 또 백12로 D에 나오면 흑E. 계속해서 백12에는 흑C로 꽉 받아서 털끝만큼의 빌미도 제공하지 않는다. 흑F가 선수이므로 끊길 염려가 없는 것이다.
장면3 (카운터 펀치)
그래도 아직 무너진 건 아니다. 흑1로 백 넉점을 노리며 끝내기 승부를 기약하는 안달훈. 여기서 부풀어 오르는 중앙 흑집을 방치한 백2가 주목할 수. 우하에서 흑집이 불어날 곳을 방지하는 수다.
흑3으로 가일수해서 꽤 큰집이 완성됐다 싶은 순간 백4가 작렬한다. 상대가 애써 1수 더 들인 곳을 찌르는 독수. 장차 가의 후속수단 정도만 생각 중이던 검토실에서 ‘독사’라는 소리가 진동하기 시작한 바로 그 장면이다.
실전진행2 (거덜난 흑집)
<장면3> 백4는 단단히 수비하고 있는 가드 위에다 그대로 내리꽂은 핵주먹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힘이 실렸고, 파괴력 또한 대단했다.
흑은 대책이 전무하다. 만일 백△가 흑이 ▲로 지킬 것을 예상하고 둔 수라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14까지 흑집이 거덜났다.
참고도3 (반격할 수 없다)
흑에게 반격할 힘이 없다. 12로 끊어 패로 도발하려는 것은 우하쪽에 백의 팻감이 여러 개 있어 못 당한다. <실전진행2> 흑7의 굴복도 같은 이유.
또 흑4로 5에 두어 이쪽의 흠집을 방비하면 백A, 흑B, 백4로 간단히 연결. 흑은 자충 때문에 백을 끊을 수 없다.
참고도4 (결과론)
폭파작전은 1수 더 지켰을 때 성공한다면 위력이 몇 배로 증폭된다. 1수 보강하기를 기다려 깨러 간 수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중앙이 속절없이 허물어질 바에야 우하의 실리를 챙기느니만 못했다. 5까지 벌어들인 다음 7로 유유히 추격하는 구상. 그러나 결과론일 뿐 그 상황에서는, <장면3> 백4가 놓이기 전에는 아무도 꿈꾸지 못했다.
안달훈이 영봉패로 물러난 건 못내 아쉽다. 2, 3국은 판을 잘 짜고도 뒷심 부족으로 놓쳤다. 바꿔 말하면 최철한의 파워가 압도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공격력에다 미미한 틈새를 놓치지 않는 날카로움까지도 몸에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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