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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낚아올린 32알짜리 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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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낚아올린 32알짜리 대마
| 한창규 2004-08-30 오후 02:18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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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몰락과 중국의 비상. 오랫동안 한국이 독주해 왔던 세계바둑계의 판도가 차츰 한중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올 들어 한국은 농심배 LG배 후지쯔배를 차례로 우승했고, 중국은 CSK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을 품었다. 아직까지는 조금이라도 무게중심이 한국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CSK배에서 단체전 불패신화가 깨지는 등 위기감이 커져 간다.
응씨배에 이어 도요타덴소배도 한중 2대 2의 4강구도. 치열한 힘겨루기다.
제2회 도요타덴소배 준결승전
○이세돌 9단 ●콩지에 7단
-장소 : 일본기원
-날짜 : 2004. 08. 27
-결과 : 184수끝, 백불계승
※ 기보가 보이지 않는 분들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장면1 (보상 심리)
16강전에서 유창혁, 8강전에서 이창호를 꺾고 ‘한국킬러’의 명성을 과시한 콩지에(孔杰). 이세돌이 나서서 ‘괘씸죄’를 선고할 차례다.
우하 방면은 백이 실리를 양보했으나 갖가지 활용수단이 많아 두터운 곳. 이세돌은 그 두터움을 40으로 바짝 접근하며 보상받으려 했다. 백3의 압박이 연관된 구상.
실전진행1 (주객전도)
결과부터 밝히면 좌상 공방에서 백은 한층 더 깊은 상처를 입는다.
콩지에의 타개책이 주도면밀했다. 흑1이 교과서에도 나오는 맥. 직접적인 대응이 곤란해진 백이 2로 기대기로 나왔을 때 흑3으로 젖혀 안방을 차지할 태세다. 공격의 첨병이었던 △도 상당히 허약해졌다.
참고도1 (강공은 무리)
상변에서 강수를 구사했지만 막상 ▲의 붙임에 대한 신통한 후속타가 받쳐주지 않는다. 백1이 성립하면 좋으련만 축이 안 되는 게 흠.
11로 씌우고 15로 백 두점을 제압하는 정도로는 흑에게 16, 18로 허리를 끊겨 한참 밑지는 거래. 따라서 <실전진행1> 백2는 축머리 겸 기대기 공작이다.
실전진행2 (수렁에 빠진 백)
상변에서 주객이 바뀐 모습이다. 공격 나팔을 불었던 백이 오히려 좌우의 몸을 추슬러야 하는 불편한 심기가 됐다. 흑이 한번 손뺀 좌변에서 통렬하게 추궁하지 못하면 괴로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응징하기는커녕 흑쪽이 좀더 강렬하게 맞설 수 있었음에도 콩지에는 욕심 내지 않고 간명한 길은 택했다. 8까지 백의 소득은 전무(全無). 상식적인 A가 아니라 9까지 발을 뻗친 수에서 다급한 처지가 고스란히 읽힌다.
장면2 (문제의 단수)
8강전에서 늦추는 통에 역전 위기를 맞았던 콩지에. 오늘은 일관된 강수가 분란을 일으켰다. 우반부의 대마가 쫓기는 우를 저지른 것인데 다행히 가까스로 정돈해서 결승점을 눈앞에 두었다.
그런데 문제의 한수가 등장한다. 흑4가 그것. 시간 연장책으로 무심코 행사한 단수 하나가 천추의 한이 될 줄이야.
실전진행3 (먹잇감 포착)
순간, 여태까지 시빗거리를 찾아 악전고투하던 이세돌의 눈은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마냥 광채가 났다. 백6으로 옥집을 만들고, 백10으로 흑대마의 폐부에다 창끝을 들이밀었다.
거대한 흑말에 눈이 없어졌다. 그 전 우하의 수순은 시의적절한 선수 활용.
실전진행4 (대마 함몰)
최후의 장면. 흑1로 한눈은 만들었으나 백2의 치중, 그리고 흑3에 백4의 늘어섬이 패버팀을 주지 않으며 안형을 빼앗는 호수. 1선의 급소 두방으로 대마의 숨통을 끊었다(흑3으로 A는 백B로 그만. 백4로 B는 흑C, 백6, 흑D로 패).
돌의 개수만 무려 32개나 되는 거대한 흑말이 바닥에 길게 드러누웠다. 줄곧 리드하며 손안에 들어왔던 승리였기에 콩지에로서는 망연자실했을 터. 한동안 바둑판을 쳐다보기조차 싫지 않을까.
참고도2 (살아두면 우세)
△로 안형에 위협을 가한 시점에서 하필이면 A로 끊어 시간을 벌자고 딴청을 피웠을까. 흑1, 3으로 순순히 돌보았더라면 콩지에는 필시 중국바둑의 영웅으로 추대받으며 금의환향했을 것이다.
반면 이세돌은, 털끌만큼의 방심도 절대 용납지 않는 승부세계의 냉점함과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참고도3 (주의할 점)
백A로 끊는 것은 물론 흑4로 패. 언뜻 백1, 3으로 곱게 잡을 수 있다고 여기기 쉽상인데 오산이다. 흑10까지 찢긴 그물망 사이로 대마가 빠져나간다.
상대 실수를 등에 업긴 했어도 초읽기의 압박 속에서 완벽하게 잡으러 가는 수순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이세돌은 복잡하게 얽힌 사활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탁월한 솜씨로 천신만고 끝에 결승무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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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선생 |
｜ 2004-08-30 오후 4:5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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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깊이 있는 내용을 밝혀 줄 수 없었는가요? 세돌이에게만이라도 직접 물어봐도 몇 가지 꽤 중요한 열쇠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인데.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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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선생 |
｜ 2004-08-30 오후 4:5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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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이라고 해 놓은 해설에 실전진행 기보가 반 이상이나 되고 결정적인 부분에 대해 콩지에가 뭐라고 했는지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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