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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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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립니다.
오지도 않는, ‘고도’를 기다리냐구요?
아니죠. 지금 시각 오전 10시 10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대국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장소는 한국기원 본선대국실.
오늘은 세 판의 본선대국이 벌어질 예정입니다만, 우연치고는 묘하게도 세 판의 대국이 모두 ‘대기발령’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대기발령자는 송태곤 5단과 조한승 5단.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신원파악이 쉽지 않습니다만, 감각적(?)으로는 이재웅 2단이 아닐까 싶습니다.(아니면 말구요 ^^)
제각각의 표정들을 하고 있지만, 모두들 마음속은 한결 같을 겁니다.
‘제발 나오지 말아다오!!!’
우리들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억 한 토막. 학창시절, 중간고사를 앞두고는 모두들 열렬히 기원하지 않았던가요?
‘비나 왕창 내려서 학교에 가지 않았으면 …’
‘교수님이 갑자기 급성 장염이라도 걸리셨으면 …’
‘전쟁이라도 안 나나 … (이건 좀 심하군요 -_-)’
프로기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세상에 가장 ‘맛있는’ 승리가 반집승이라지만, 어디 기권승의 졸깃하고 고소한 육질만이야 하려구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상대방 역시 대국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만큼 지각은 있을지언정 기권은 99.9% 없습니다.(요즘은 그래도 조금 떨어져 99.3% 정도)
‘혹시나 …’ 싶었던 마음은 어느덧 ‘역시나 …’로 바뀌게 되고,
돌을 가리고자 돌 통을 여는 대기자의 표정은 그야말로 ‘便 씹은 얼굴’이 되어버리고 마는 거죠.
그래서인지 묘하게도 승률은 지각자 쪽이 더 높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일부러 느지막하게 대국장에 나타나(대국장 문 밖에서 몰래 안을 들여다보며) 상대로 하여금 초조+불안+기대감에 빠지게 하는 것도 나름대로 훌륭한 작전일 수 있겠군요 ^^
 아, 물론 이것은 프로기사들에 한한 이야기이지, 사무국 직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출퇴근 관리를 위한 타임 레코더(무서운 놈 -_-)라는 게 있기 때문이죠. 직장인 독자시라면 다들 아시는, 바로 그겁니다 ^^;
고로, 직원이 입실(보통 출근이라고 합니다만)이 늦을 경우 초조+불안+기대감에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국장님, 부장님이 아니라 바로 지각자 당사자일 밖에요. 프로기사는 지각 시 지각 시간의 두 배가 제한시간에서 공제되지만, 직원들은 봉급이 공제됩니다 -_-;
생각해보니, 프로기사들에게도 타임 레코더 같은 게 있다면 참 재미있겠군요.
지각자 : (헐레벌떡 대국실에 입장) 헉헉! 에고, 늦었당.
기록원 : 카드 찍으셔야죠.
지각자 : 아차, 그렇지. (철커덕!!)
기록원 : (카드를 들여다보며) 14분 늦으셨네요. 두 배인 28분을 공제하겠습니다. 이번 달 들어 네 번째 지각이시군요. 앞으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각자 : 야! 너 연구생 몇 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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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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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지각하면 대국료 공제를 ㅋㅋㅋ 넘 엄한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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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범님 바둑판위에는 착수가 되어있는걸로 보아,,대기발령은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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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가님 되게 예리하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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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pid |
｜ 2003-07-21 오후 4:2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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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양실짱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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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닭II |
｜ 2003-07-22 오후 1:5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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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지각하면 청소시키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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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mjssim |
｜ 2003-07-22 오후 10:5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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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글 재미있게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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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실짱님 글 넘 재밌네요 ^^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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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재밋당...대국자덜 시간 두배루 제한다믄 지각해두 대국료 제한다믄 칼같이 올것인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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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로 지각하는 기사도 있다던데요. 아무튼 이유없는 지각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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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디만쉐 |
｜ 2003-08-08 오후 11:5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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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약속은 소중한 것이죠 ^^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이 승부에 임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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