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月城)은 반월성(半月城) 또는 신월성(新月城)이라고도 부른다. 반달 모양으로 깎은 구릉(丘陵)에 흙과 돌을 섞어 성을 쌓아 영락없이 초생달 모양이지만 대왕이 머무는 곳이니 재성(在城)이라고 운치 있게 불린다. 성을 쌓을 때 풍수비기(風水秘記)에 의하면,

형국이 작은데 상잔하면 마땅치 못하니

작은 땅이라도 귀히 아껴야 한다

주위가 넓다면 어찌 넓힘을 싫어하리

많은 집이 천년을 지속하리라

(形局小者 不宜傷殘 寸土惜如寸玉

垣局闊者 何妨充廣 千家任住千年)

반월은 상현(上弦) 달이라고도 하며 월령(月齡) 7일인 달의 모습으로 풍요와 번성을 뜻하는 만월(滿月)을 기약한다. 큰 길지(吉地)를 형국으로 나타낼 때 곧잘 쓰인다는 의미다. ‘산호’의 사랑도 월령(月齡) 15일인 만월(滿月)에 하고 ‘게’의 왕성한 번식활동도 만월(滿月)에 이루어진다. 이때 잡힌 게는 살이 적고 뱀장어 등의 생물처럼 만월(滿月)을 종족 보존의 때로 삼는다.

만월(滿月)의 15는 하도(河圖)의 생수(生數) 1, 2, 3, 4, 5에서 양수(陽數)의 합은 9이고, 음수(陰數)의 합은 6이니 15다. 음양이 교구(交媾)하는 수니 풍요와 번성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6, 9를 형상적으로 가까이 놓으면 태극(太極)을 의미하며 주역에서도 음효(陰爻)를 6, 양효(陽爻)를 9라 칭하니 신라 900년간의 궁성터로 손색 없는 것이다.

신라의 궁도를 살피면 낭산(狼山)은 주산(主山), 금오산(金鼇山)을 안산(案山)으로 자리매김한 반월성(半月城)은 경주의 중심을 가르는 남천(南川)에 연접해 있다. 4대 탈해왕(脫解王)이 재위 전 이 땅을 얻어 5대 파사왕(婆娑王) 22년(AD101년)에 궁성(宮城)을 축성(築城)한 후 월성(月城)이라 불렀다.

반면에 만월성(滿月城)은 월성의 북쪽에 있다. 둘레가 4,945척(尺)으로 흙으로 쌓았는데 왕궁터로서 이름을 날렸으나 흙담을 쌓은 탓에 장맛비로 인한 손실이 너무 커 옛 영광은 사라지고 없었다. 지소태후는 이 곳에 나무를 심고 보수공사를 은밀히 서둘렀다. 공사에 착수하기 전 중원의 학문을 익히고 돌아 온 일묵선사(一黙禪師)를 불러들였다.

“중원에서 도가(道家)의 비법을 배웠다는 소문이 서라벌에 파다하게 퍼졌는데 무엇을 배운 것이오?”

“빈도는 불법을 배우러 갔습니다만,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넓은 중원이라도 순서를 지켜야 한 탓에 먼저 발을 담근 동반(同伴)들이 있어 빈도는 스승을 찾아 나서던 중 청성산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도인이 빈도의 운수점을 쳤지요. 그 분은 일행선사(一行禪師)의 속가제자였습니다.”

그는 첨자첩(籤子帖)에서 숫자를 뽑아들었다. 일(一)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말했다.

“그대는 불제자가 아닙니다. 만물은 하나로 시작하나 하나로 끝나지 않고 세세토록 무궁하게 이어집니다. 모든 법은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니 그게 부처의 가르침이죠. 이른바 법력(法力)이라고나 할까요. 그대의 운수를 풀어보자면 ‘한 일(一)’이니 이것은 삶이 끝나고(生) 죽음이 시작되는 글잡니다(死). 그러니까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니라는 뜻이지요. 내가 보기에 당신의 법력(法力)은 수행 여하에 따라 ‘기류환생(氣流還生)’을 깨우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성산에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청성파는 특이하게도 외부인에게 그들만의 비급(秘笈)을 공개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스스로 깨우치든지 선각자에게 구전(口傳)을 받아 깨달음을 얻어야 했다. 그러던 중 시간이 흘러 일행선사의 속가제자를 만났는데 그가 고향 얘기를 들려준 것이다.

“이제 신라는 늘 바쁜 생활을 할 겁니다. 닭이 숲에서 울어 새벽을 깨우면 바빠지는 건 누구겠습니까. 여인이지요. 그래서 계림(鷄林)이라 했는지 모르나 그대가 청성산에 있을 때 나는 바다 건너 신라 땅을 돌아보았소. 월성 북쪽에 만월성(滿月城)이 있는데 장마통에 허물어져 반월성(半月城)을 쌓았다 들었소. 성이 완성되어 지금까지 탈없이 지나온 것은 여인네 힘이 강성하기 때문이오. 반월은 여성의 음기가 차오르는 형상이니 음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집니다. 지금 반월의 기운이 무르익어 신라를 장악하고 있으니 사내들은 제왕이라 한들 언제나 뒷전일 것이오. 해서···.”

반월성의 기운을 은근히 조정하는 방법은 만월성에 사내의 기운을 북돋아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방법이 복숭아나무를 옮겨 심고 성안 연못을 메우고 수많은 사내들을 불러 연회를 여는 일이라 했다. 그것을 일묵선사는 ‘음기’의 치솟음을 억제시키는 것이라 설명했다. 신라가 음기에 휩싸이는 걸 막자면 양성(陽性)이 강한 자가 다스려야 한다고 것이다.

5월에 접어들었으니 날은 차츰 더워지기 시작했고 신록(新綠)은 한껏 짙푸르기만한데 지소태후는 만월성에서 어떤 연회를 연다는 것인가?

▸교구(交媾) ; 성행위

▸첨자첩(籤字帖) ; 점을 칠 수 있는 글자가 들어있는 책이나 상자

▸일행선사(一行禪師) ; 중국 풍수의 대가

▸일묵선사(一黙禪師) ; 신라인으로 불경을 공부하러 갔으나 도교의 기류환생(氣流還生)의 법술을 배워 옴

▸기류환생(氣流還生) ; 몸은 그대로 있고 영혼만이 몸을 빠져나가 원하는 일을 보는 것

▸위에 보이는 옥구는 남녀가 성행위 때에 남자가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는 이것을 쥐고 여인의 뭉쳐있는 근육과 혈을 눌러서 풀고 원만한 성행위를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