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추경은 호흡을 추스르며 뒷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듣고 있는 이 얘긴 동파(東派)의 비급 <방호외사(方壺外史)>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이것들을 잘 추슬려 들으면 여러분들에게 찾아온 기회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새겨들어야 합니다. 자, 얘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어깨는 기가 지나가는 하나의 관문이니 시간을 느긋하게 잡아 애무해야 효과가 좋다.

“그런가하면 발가락은 손가락과는 달라 가장 긴 게 엄지발가락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둘째발가락이 더 긴 사람도 있어 <방호외사>에서는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을 가장 말단으로 보고 애무를 하게 됩니다.”

발의 애무는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에서 시작하여 차츰 위쪽으로 옮겨간다. 종아리에서 시간을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겠으나 넓적다리에 이르러서는 지체하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넓적다리 안쪽의 부드러운 부분도 원기를 저장하는 탱크기 때문이다.

손에서 어깨까지, 발에서 넓적다리의 샅 부분까지 애무가 끝났으면 그 다음엔 왼팔로 여인의 등을 껴안고 바른손으로 옥문 바깥쪽을 어루만져준다. 그런 형태에서 다음엔 코 끝을 여인의 이마에 대고 차츰 미간을 타고 내려오다 눈 아래쪽을 코로 지긋이 눌러준다.

“여러분들은 왜 입술을 사용하지 않는지가 궁금할 겁니다. 왜 코를 대용품으로 사용했는가? 그게 궁금할 겁니다. 코는 숨을 내쉬기 때문에 콧김은 상대방을 간질이는 작용이 있습니다. 코를 이마와 눈 밑에 찰싹 붙이면 바야흐로 입술이 나설 시기라는 것입니다.”

입술은 일단 상대의 입술을 흡취한다. 방법은 보통의 접문(接吻)과 다를 바 없다. 선도라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접문으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으면 이젠 입술을 목 부분으로 끌고 내려간다. 잠깐동안 목줄의 튀어나온 후골(喉骨)을 빨거나 목덜미를 빨아주는 둥 목 부분에 자극을 준다.

그 다음으로 입술을 유방까지 내린다. 당연히 꼭지의 흡취가 따른다. 처음엔 자신의 입술로 상대방의 꼭지 전체를 빨아들이는 형태가 되고 잠시 동안 그렇게 하다 혀를 활동시켜 간질이는 부위도 꼭지 전체가 아닌 정수리 부분을 목표로 이동시킨다.

처음부터 꼭지의 정수리 부분을 대뜸 간질일 경우 너무도 색간지러워 상대방이 진저리치며 혐오감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반드시 꼭지 전체를 어느 정도 흡취한 후 정수리로 목표점을 이동시키는 게 올바른 방식이다.

혀로 꼭지를 간질이는 수법에 이르러선 자극이 상당히 강한 편이지만 어느 정도 강한 여자라면 대개가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무리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유두부(乳頭部)의 자극은 이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번엔 이를 가지고 유두의 맨 정수리를 간지럽혀 주어 자극을 더 한층 강화시켰다.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심코 물어버리는 실수를 하는 경우다.

본시 여인의 유두는 물어뜯으면 그 충격으로 즉사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어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하다. 이것이 <하음각>에 들어오는 여인들이 기본적으로 익혀야할 수련이었다.

물론 여기에서 끝난 건 아니었지만 수련의 1단계인 <방호외사(方壺外史)>의 기본 공부는 끝이었다. 이렇듯 은밀한 일들은 곧 사도왕후의 전각으로 새어들었다. 사도왕후 처소의 약사 독지차(篤支次)는 지소태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나름대로 결론짓고 있었다.

“왕후마마, 신이 보건대 태후마마의 이러한 행동은 은밀한 계책이 숨어 있나이다. 더구나 반월성(半月城)을 축조할 당시 모여들었던 인부들의 선조가 만월성(滿月城)에 모여들어 복숭아 나무를 심고 무너진 성곽을 수리하는 게 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일이라 보여집니다.”

“만월성을 수리하는 건 어디서 들었습니까?”

“그 일을 감추기 위해 지소태후는 비밀리에 공사를 추진했으나 워낙 공사가 커 여러 달 걸린 바람에 서라벌 사람들이 알게 됐습니다. 왕후마마, 태후께서 복숭아 나무를 심고 민간의 처녀들을 궁으로 불러들인 건 무엇이라 보십니까?”

“글쎄···. 나는 영문을 모르겠소. 지소태후가 나를 내쫓으려 암계(暗計)를 꾸미는 건 알고 있으나 만월성을 수리하고 민간의 처녀들을 궁으로 불러들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안 됩니다.”

“신이 보건대 이것은 대왕마마의 마음과 신하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태후마마의 계책인가 싶습니다.”

“독지차 약사! 그게 무슨 소리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지소태후마마가 엮은 색계(色計)가 분명하옵니다.”

“무어요, 색계?”

▸암계(暗計) ; 어두운 계략

▸독지차(篤支次) ; 왕후 전각의 약사로 진흥왕이 마운령에 갔을 때 그가 동행했으며 소사(小舍)라는 직책에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占人喙部與難大舍, 藥師篤支次小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