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시킴 그리고 티베트바둑
2. 백면의 외국인이 보여준 기보(棋譜)
3. 우리의 것들.
먼저 이 글을 쓰기 전에 한가지 답변을 해야겠다. 필자는 본 칼럼란에 아래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시킴바둑을 소개하며 시킴바둑이 시킴지역의 인근 지역인 네팔과 부탄 등에도 두어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 말에 정색을 하고 당신이 봤느냐? 묻는 사람이 있었다. 단순한 바둑마니아가 아닌 나름 바둑을 연구한다는 사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이 글이 그 분의 질문에 대답이 되길 바란다.
(시킴지역은 티베트불교의 사대파 중 하나로 스승과 제자의 은밀한 관계로부터 마음을 전하는 갸큐파(백교)의 영향으로 이웃나라인 네팔이나 부탄보다도 더 외부와 고립되어 히말리야의 오지 중의 오지로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캬큐파를 위시한 티베트불교는 12년마다 한번 돌아오는 원숭이해 후년후월(猿年猿月 ) 11일에 연화생보살 즉 '파드마 삼바바'의 탄생일을 축하하는 대법회를 중요시한다. 티베트인의 생활속에 12지신(神)의 잔상이 자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은 불교가 티베트의 토속신앙인 본교(本敎)와 융합된 것으로 보여진다.
시킴을 포함한 티베트지역에 이미 간지 12지신(神)이 있었고 그 영향 아래 바둑에 12점을 배치하는 형태가 도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연구 과제를 생각할 수 있다. 17도 바둑은 시킴 외에 부탄 네팔 등에서도 발견된다. 시킴뿐만 아니라 티베트 전 지역에 이 형식의 바둑이 두어졌다는 근거가 된다 하겠다.)
최초의 바둑이 몇 도(줄)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차치하고 문헌과 고고학적인 발굴의 일치를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망도' 17도 기반과 '한단순'의 저작 예경(藝經)이 쓰여진 한말(漢末)에서 위(魏)나라시대에 17도 바둑이 두어지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한단순'은 '조조'(曹操, 155 ~ 220) 부자(父子)의 총애를 받은 학자로 투호부(投壺賦) 천여 수를 지어 바둑 탄기 투호 등에 흠뻑 빠졌던 조조부자를 즐겁게 한 사람이다.
"예경'은 사실 완전한 저본이 존재하지 않고 그 일부가 '사고전서'등에 흝어져 전하는 책으로 바둑에 대한 기록이 온전하게 살아있는 중요한 책이다. 예경은 바둑을 이렇게 말한다.
바둑 두는 법. 바둑판은 가로세로 17도다. 모두 합치면 289도다. (그 위에) 흑백 기자(돌 또는 나무)를 각각 150개씩 갖고 둔다. (碁道. 碁局縱橫各十七道 合二八十九道 白黑碁子各一百五十牧)
예경은 이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바둑인이 입에 달고 사는 입신(入神)이니 좌조(坐照)니 하는 구품(九品)이란 말도 예경이 출발점이다. 예경은 새삼 바둑의 역사와 바둑이 담아내고 있는 세계관이 얼마나 연원이 깊은지를 깨닫게 한다.
17도 바둑은 수나라 말기에서 당나라 초반을 거치며 19도로 바뀐다. 이 점은 다음에 따져보기로 하고 필자가 새삼 17도 바둑을 다시 거론한 것은 한 백면의 외국인(peter. shotwell)이 발표한(바둑학회 통권10호) 논문 때문이다.
피터는 티베트바둑이 그 지역의 전통적 종교와 연관성이 있다는 논지를 전개하며 한 편의 기보를 수록하고 있다. 필자는 운남성 일대에 아직도 두어지고 있는 (시킴식)바둑이 반가워 피터의 논문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기보만을 소개한다.
먼저 시킴바둑이 세상에 불쑥 나타난 것은 1954년 일본을 방문한 시킴왕국의 한 왕자로부터다. 그는 17도 가죽바둑판(?)을 갖고 일본을 방문하여 당시 바둑의 강국이던 일본에 시킴바둑을 소개했다. 이 기록이 일본 '위기'지에 상보로 보도되어 있다.
시킴식바둑의 룰은 생소한 것이었다. 흑백이 각각 6점씩 배치하고 잡은 돌을 모두 돌려주는가 하면 단수를 하여 잡을 수 있는 수순에서 곧바로 착수할 수 없는 룰과 사귀생에 30집 통어복에 20집을 어드밴티지 하는 등의 룰(이 룰은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티베트지역의 바둑룰도 조금씩 다른 듯하다)은 일본식 바둑과는 너무도 다른 파격이었다.
자. 다음편에서 백면의 외국인이 전해준 17도 바둑의 실전보를 보겠다.
2편 보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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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선도
용인하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