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로 등장한 은섬(銀蟾)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산골엔 모든 나무 그늘 지우고

못물 위엔 푸른 그림자 흐르고 있네

날아도니 어디멘지 찾을 길 없고

이슬만 연잎에 방울져 있네

다음이 비경(飛瓊)의 작품이다.

조그만 살구나무 눈을 못 튀고

홀로이 대숲만 푸르렀구나

가벼운 그늘이 무거워 뵈는

지금은 날이 저문 황혼이외다

그 다음은 자란(紫鸞)의 것이다.

낮으막한 문 어귀에 깔려 돌더니

아스라이 높다란 나무에 빗겨나르네

어느새 간 곳 없이 다 날아가고

남은 것은 앞 시내와 뒷산 뿐이네

그 다음은 보련(寶連)의 것이었다.

산골은 그늘 속에 묻혀 버리고

물 기운에 장안은 잠겨 있구나

인간이 살고 있는 추한 세상을

어느 사이 신선궁을 만들어 내네

부용(芙蓉)의 작시는 이러하였다.

하늘로 날아올라 비가 되더니

어느덧 구름 되어 땅에 떨어지누나

묏빛이 어두운 저녁 가까워

남몰래 고운 님 그려보지요

십궁희(十宮姬)의 마지막에 도전하는 운영(雲英)의 작시는 이러하였다.

遠望靑煙細

佳人罷織紈

臨風獨限張

飛去落巫山

바라보니 푸른 연기 가는 한 줄기

베 짜던 아가씨 손길 멈추네

바람 앞에 홀로이 한숨 짓는데

날아서 무산 위에 떨어지누나

이렇게 하여 안평대군은 후세에 남을 ‘열 명의 궁녀’를 가려뽑아 함께 시문을 즐겼는데, 그들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녀들의 피가 한스럽게 어두운 세월을 노래하는 걸 보면, 예나 제나 그런 세상은 있었나 보다.


이제 <투정여화>의 글을 접으면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얘기는, 종래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조선특별수사대 별순검>의 ‘경성기방 살인사건’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제 독자 여러분에게 시 한수를 선물하고자 한다.

강산천양호(江山千樣好)

풍월일반청(風月一般淸)

강산은 여러 가지로 좋고

바람과 달은 맑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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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뒷 얘기를 쓰려다가 ‘십면매복의 수’는 더 이상 진도를 나가는 게 의미 없다는 판단 아래 글을 맺습니다. 글에 대한 어떤 전념성이나 흥미감, 또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등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독자의 조회수가 적었던 것이라 보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 동안 힘을 보태주었던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설하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