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黃海道)는 경기도와 평안도 사이에 위치하여 대개는 백두산 남쪽을 타고 함흥부의 서북쪽에서 떨어져 검문령(劒門嶺)의 턱받이가 된다. 그곳에서 쪼르르 다람쥐 걸음으로 달리면 노인치(老人峙)가 되고 이곳에서 두 주먹 불끈 쥔 역발산처럼 두 산맥으로 나뉘어 하나는 남쪽을 향해 끊어질 듯 말 듯 잇대어져 철령(鐵嶺)이 되면 다른 하나는 곡산(谷山)을 지나 학령에 이르러 길은 다시  선녀의 옷자락처럼 세 갈래로 펼쳐진다.

첫째는 토산 · 금천을 지나 오관(五冠)의 송악(松嶽)이 되고, 둘째는 신계(新溪)를 거쳐 면악(綿岳)이 된다. 셋째는 곡산 · 수안을 지나면서 큰 산 높은 재를 넘나들며 자비령과 절령이 되었다가 서쪽으로 시위하듯 쏘아가면 황주 극성에서 멈춘다. 평산읍에서 남쪽으로 20여리 정도 내려가면 가마골(釜洞)이 나타나는데 그 옛날 신선들이 이곳에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다 하여 ‘선암(仙岩)’이라 부른다.

오산(鰲山) 김성양(金性養)은 평산팔경의 하나인 이곳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岩花節俗鎖煙霞

落子聲中歲月斜

莫使傍人看久住

樵柯欄處却忘歸

바위 사이 좋은 꽃들 놀 안개 속에 피웠는데

바둑돌 놓는 소리에 세월만 흐르누나

여보게, 둘러선 사람들아 너무 오래 보지 마오

도끼자루 썩으면 언제 집에 돌아가리

이 지방 사람들은 ‘선암’을 은선암(隱仙岩)이라 부르는데 판서 민진량(閔晉亮)이 만년에 정자를 짓고 바둑을 두었다 하여 정자를 난가정(爛柯亭)이라 부른다. 왜 ‘난가’라는 말을 썼을까. ‘난(爛)’은 익는다는 뜻이고 ‘가(柯)’는 도끼자루니 그것들을 풀이하면 ‘도끼자루가 썩는다’는 뜻이다. 이게 어떻게 바둑과 관계 있는 것일까.

‘십궁희(十宮姬)’에 세 번째로 도전한 옥녀(玉女)는 그 부분을 [술이기(述異記)]에서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