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안평대군은 태종의 넷째 이들 성령대군(誠寧大君)이 비명에 횡사하자 대군의 부인 성씨(成氏)의 양자가 되어 장성했다.
자신이 머무는 곳을 ‘수성궁’이라 이름 짓고, 송나라 때 주자(朱子)가 무이정사(武夷精舍)를 마련했음에 맞서 북문 밖에 ‘비해당(匪懈堂)’이란 정사를 지은 후 스스로 별호를 낭간거사(琅玕居士)라 하였다.
문을 열자 소문을 들은 시인 · 묵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평대군은 그들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십궁희’에 도전하는 첫 번째 처녀가 앞으로 나섰다. 이름이 ‘소옥(小玉)’이었다.
“소녀는, 최치원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얘기가 시작되었다.
최치원. 그는 육두품 출신이다. 이 관직은 요즘 말로 불순성분자마냥 제6위 관인 아찬(阿飡)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나이 12세에 홀로 당(唐)나라 유학길에 올라 그의 나이 18세 때, 빈공과(賓貢科)에 응시해 떠억 금방(金榜 ; 장원)을 차지하여 선주표수현위(宣州漂水縣尉)가 되어 벼슬길에 오른다.
관에 나가서도 학문 연구에 힘을 기울여 <증산부궤집>을 저술하여 문명을 크게 떨쳤는가 하면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고병(高騈)의 종사관이 되어 황소를 규탄하는 <토황소격문>을 지어 반적의 간담을 써늘하게 해 백기를 들고 항복하였다.
<다만, 천하의 사람이 모두 죽이기를 생각할 뿐 아니라 귀신들도 이미 죽이기를 의논했노라!>
이렇듯 최치원이 종횡무진으로 중국 땅에 명성을 날리고 귀국할 때에 우의가 반석 같았던 고운(顧雲)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한 편의 시를 읊었다.
내가 들으니 바다에는 세 마리 금자라가 있어
그들은 머리 위에 높은 산을 이고 있고
산 위에는 황금의 궁궐
산 아래에는 한 없는 바다로되
그 중에 푸른 계림이 있어
그곳에 특이한 인물이 태어나니
나이 12세에 바다를 건너 와
문장으로 중원을 감동케 하다가
18세에 문단에서 맘껏 겨루며
화살 한 대로 금문책을 맞추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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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