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모양 역시 앞서의 문제처럼 첫 수는 17-A 지점이었다. 그렇게 보면 쓰노다는 혹시 한 부분을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이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중복된 장소를 나타낸 것으로 이해 되었다. 그러나 연속된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도형의 풀이만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육도선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구에 마련된 여직원의 안내석에 도착했을 때였다. 한쪽에 못을 박고 거기에 걸린 것은 이곳 열람식의 도서를 배치할 때 참조했다는 ‘140음도’였다. ‘가’에서 ‘히’까지 기록된 숫자는 칸 수가 140개였다.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그	기
나	냐	너	녀	노	뇨	누	뉴	느	니
다	댜	더	뎌	도	됴	두	듀	드	디
라	랴	러	려	로	료	루	류	르	리
마	먀	머	며	모	묘	무	뮤	므	미
바	뱌	버	벼	보	뵤	부	뷰	브	비
사	샤	서	셔	소	쇼	수	슈	스	시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
자	쟈	저	져	조	죠	주	쥬	즈	지
차	챠	처	쳐	초	쵸	추	츄	츠	치
카	캬	커	켜	코	쿄	쿠	큐	크	키
타	탸	터	텨	토	툐	투	튜	트	티
파	퍄	퍼	펴	포	표	푸	퓨	프	피
하	햐	허	혀	호	효	후	휴	흐	히

여기에서 상단의 왼쪽에 1을 넣어 연속적으로 숫자를 나누어 대입하면 인접한 숫자가 나타나는데, 그건 <123, 13, 17, 73>과 <7, 123, 13, 17, 73>이란 숫자였다. 이것을 140음도에 맞도록 대입하면, 아리송한 문장이 나타났다.

‘퍼너누어 퍼너누어 구퍼너누어.’

육도 선생은 당혹감을 참지 못했다. 도대체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짐작할 수 없었다. 일단은 ‘오로관’으로 돌아와 검게 옻칠이 된 상 위에 올려놓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열어놓은 작은 창으로 봄 향기를 실은 바람이 들어와 종이조각을 살랑살랑 건들더니 후루루 저만큼 쓸어가 버렸다. 그 바람에 종이 조각이 뒤집혀 바닥에 내려앉았다. 거기엔 뜻밖에도 ‘보고가오, 보고가오, 나 보고가오’로 나타나 있는 게 아닌가.

육도선생은 서둘러 역사문제연구소로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