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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신두(鎭神頭)의 묘수를 두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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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를 ‘둔다’는 것과 어떤 수를 ‘두어본다’는 것의 어감(語感) 차이는 참으로 대단하다. 적어도 바둑을 직업으로 삼는 필자에게는 그러하다.
술과 기행(奇行)으로 유명한 후지사와 9단은 평생에 걸쳐 단 한 수라도 얻을 수 있다면 기사로써 만족한다 했다. 그럴 것이다. 실로 후대에 남을 한 수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생을 보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필자 같은 범인(凡人)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까? 그래도 바둑을 배우고 두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으니 후지사와 선생을 본받아 소박한 포부라도 하나 가져볼까? 그렇다고 그런 한 수?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언감생심! 그러나 약간의 호사는 부리고 싶다. ‘현현기경’과 같은 고전에 나오는 묘수를 두어보는 정도의 사치는 누리고 싶다. 비록 사본(寫本)이라도 말이다.
지난 10일(월)의 일이다. 해가 기운 저녁나절 창틀에 잡힌 들녘을 바라보면서 인터넷에서 바둑 한 판 즐길 때다. 얼마나 기쁜지 시간도 잊지 않는다. 나직하고 어스름한 황금빛에 싸인 들녘의 저녁 한 때. 바로 그 때 진신두(鎭神頭)의 묘수를 필자가 얻었던 것이다.
기보를 보자. 흑백이 수상전에 돌입한 장면이다. 흑은 공배 a 3개가 남아 3수. 백은 어떻게든 4수를 만들어야만 한다. 흑1은 좋은 맥. 백2도 최선이다. 백2를 5에 단수하면 흑3으로 되치기 당해 한 수 부족이다. 자,점차로 초점이 잡힌다. 백10이 멋지다. 진신두(鎭神頭)의 묘수-진신두는 고대 중국의 정석의 하나로 이견(異見)도 없지 않다-라 일컬어지는 바로 그 기수(奇手). 백의 수수를 4수로 만드는 절수(絶手).
정말 즐겁고 유쾌했다. 그 날은 약간 언짢은 소식도 접했는데 ‘까짓거’ 했다. 세상 살다보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어디 하나라도 쉽더냐! 잘되고 못되는 게 어디 따로 있더냐? 그렇게 맘을 먹었다. 그렇다. 상대가 대국을 청했기에 진신두의 묘수도 얻을 수 있었으며,하변 돌의 배치도 제때를 맞추었다.
그런데 고민이다. 허영을 부리고 싶은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으면 아쉬운 게 사실. 그러니 보아주시라. 필자도 고금(古今)의 유명한 묘수를 두어봤다는 것을. 발견이 아니니 ‘두었다’고 하기는 곤란해도. 그래도 어디냐. “두어보았다!”
(2003-11-13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진신두 관련글
▶진신두 천년의 묘수인가
▶이창호의 진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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