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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날붙이기] 제1장 : 글에 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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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날붙이기] 제1장 : 글에 들어가면서
2011-04-21     프린트스크랩



[1권 날붙이기] 제1장 : 글에 들어가면서


시작도 어려운 것.
끝도 시작도 여러운 것.
그러한가.
그런가.

지금 시간은 2004년 10월 25일 오후 6시 10분.
나는 책을 한 권 쓰려고 한다. 내일 밤까지는 마칠 생각이다.
지난 한 달 나는 책을 9권 썼다. 그 전에 준비해 둔 것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나는 지쳤다.
이제 애초에 한 번 정도는 써두려고 했던 책을 대략 마치게 되어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러니까 지난해 10월 치질 수술을 받을 즈음 술을 끊었는데 그때부터 아침에 일찍 깨게 되었다. 뭘 할까. 이책 저책 손에 잡히는 것을 읽고 또 잠도 많이 잤는데 그래도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들었다. 내 무엇을 할까.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내 나이 47이니 일찍 잠을 깨는 것이 생리적으로 당연했다. 좌우간 심심할 때도 없지 않아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만화도 보고 이것저것 소일거리 잡곤 했다.
가끔 한 것이 바둑 프로그램을 켜두고 내가 아는 게 뭔가 하고 흑백을 그려두곤 했었다. 주제로 잡은 게 대략 30을 넘으리. 아침에 한 시간 정도 하면 주제 하나에 대한 기본적인 상상은 그리고 마칠 수 있었다.

묻어두었다.

그러다가 그 자료를 쓰고자 맘을 먹게 되었다. 물론 바둑의 발견과는 다른 것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은 수법에 관한 것이었다. 대략 10권 정도 쓰자고 8월경엔 다산출판사와 얘기도 했다. 집중해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어디 내 맘대로 되든가. 만성편도선염 - 이거 술 탓일 게다. 그 오랜 기간 버텨준 편도선에 감사할 일이지 - 이 갑자기 부어올라 입원을 하고, 절제 수술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아이스케키도 먹고 했다.
그러나 빚은 갚아야 하는 법. '바둑의 발견' two를 쓰겠다고 맘을 먹은 것도 있는데 그건 뒤로 미루자. 이 수법에 관한 것을 먼저 마치자. 그리 맘을 먹었다.
'바둑의 발견' two는 다 써둔 것과 진배없다. 그런데 말이다. 바로 그 때문에 사실 미적미적 미루고 있는 것이다. 하! 안다. 그 까닭을 어렴풋이 안다. 굳이 심리적 설명은 아니해도 되리.
10월에 집중했다. 오늘 낮 1시에 9권째를 탈고했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 9권째의 책인 '늦춤의 묘' 원고가 갑자기 컴에서 사라진 일이 일어났다. 이럴 수가! 검색을 해보아도 나타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했는데도 검색에 잡히지 않았다. 이런! 이런!
30분정도 지났을까. 당황하지 말자. 까짓 거 없어져싸면 다시 쓰던지, 아니면 아예 버리든지 하지. 그리 맘 먹었다.
홍길동이 둔갑술을 익힌 것이 사실이었다. 임꺽정이 분신술을 사용해서 팔도강산 여기저기에 출몰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컴에 파일이 다시 잡혔던 것이다. 세상에! 그것도 무려 3개나 되는 똑같은 파일이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하! 한편으론 안도가 되었지만, 그건 순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안식은 긴장감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법.
빨리 10권째를 마무리해야겠다. 그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물론 내일 써두려고 했었다. 주제는 장문으로 잡아두었고, 자료도 있었다. 부족하면 책 보고 찾으면 되는 것이었고.
그런데... 시간이 불안을 추가하고, 또 전화를 받고 일을 한두 가지 처리하면서 마음이 변했다. 후속 series 라고 이름 붙인 폴더를 열어봤다. 꺼냈다. '날붙이기'

날붙이기.

'날붙이기'라고 이름 붙여진 폴더를 꺼냈다. 그래, 이걸 쓰자. 맞아. 이건 쓸 만할 거야. 내가 그동안 9권을 쓰면서 배운 것도 있지 않아?
두점의 배붙임이 왜 맥으로 활용되는가?
線分에 대한 이해가 바둑에의 이해를 얼마나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던가.

지쳤다. 그래서 예민해졌다. 대단히 예민하다. 지금. 나는.
글자판 두드리는 것도 힘이 든다.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 나이에 이렇게 일해도 되는 걸까.
그러니까 하는 거다. 그래. 나는 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 이 책을 아니 쓰면 또 언제 쓰랴.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바둑은 나에게 노동. 노동 자체도 목적이 될 수 있지만, 노동은 노동이다. 내가 왜 일을 하는가?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예민해진 신경이 예리한 정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까 30분 여 누워서 일본책 手筋大事典을 살펴보았다. 자료를 잔뜩 모아놓은 책. 맥의 집대성. 분류는 정리되어 괜찮지만, 설명력은 약하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다만 기보로 모아둔 것이다. 하긴 아니 그런 책이 어디 있던가.
바둑역사에서 현대는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그런 믿음은 난 없다. 영원한 진보에 대한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말이 많다. 좌우간 난 책을 한 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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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산박새 |  2011-04-21 오전 11:13: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사범님은 지금 어디 게신지요?
스님이 되셨다는 풍문도^^;;  
李靑 조우석의 오보구요. 구도자 처럼 사신다는 걸 겁니다.
X맨815 |  2011-04-21 오후 12:52: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사범님 어서오십시요.^^.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하이디77 |  2011-04-21 오후 3:19: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산에 들어가셨으면 바둑과 관련된 좋은 책 쓰시면 싶은데요.
문사범님 책은 매우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  
靈山靈 |  2011-04-22 오전 6:15: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사범 수염 쪼금 깍으슈 ㅎㅎ  
靈山靈 |  2011-04-22 오전 6:23: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수 대 그리고 뭐라고 쓴 한자 멉니까?  
chosr |  2011-04-22 오전 11:56: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근자로 보이는데요. 수근대사전?

아, 중이 되신건 아닌가 보군요. 기사가 하도 구체적이어서. 홀땩 믿었드랬는데요.
 
靈山靈 수근대사전? 책이름이 그래요? 1박2일 수근은 아니고요^^ ㅋㅋ
빈지수 |  2011-04-22 오후 1:11:53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애호가들이 조금씩 모아 문용직 사범을 후원하면 바둑 역사에 남을 책들이 많이 나올 것 같지 않나요? 그 똑똑한 인재가 이혼하고 산속에서 수도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오로바둑이 나서 후원 구좌라도 하나 띄워 주시면 애호가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칠현27 |  2011-04-29 오전 1:18: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언듯 소식을 들은 듯 한데 오늘 낮에야 글이 올라 있는 것을 알고는 글 읽을 생각에 종일 골몰했는 데 자정 지나서야 정독을 하게 되네요. 우선 반가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고 마침 바둑실력을 키우고자 벼르던 참이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읽고 애써 궁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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