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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수법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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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사와 슈코의 기본수법사전 上■下
기자가 이 책을 만난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맥과 급소에 관련된 서적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시내 대형서점에 들렀던 기자는 바둑책치곤 꽤나 두툼한, 그것도 두 권이 한 질로 된 전집을 보게 됐다.
볼륨이 말해주듯 책제목에도 ‘사전(辭典)’이란 단어가 훈장처럼 붙어 있었으니 바로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의 「기본수법사전」상■하권(오성출판사 간)이었다. 당시 기자는 책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저자의 이름만 보고 일단 구입하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기자가 정작 이 책의 진가를 깨닫게 된 것은 이후 많은 프로, 아마 고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다니면서부터였다. 또한 수년 전 본지에 연재됐던 「나는 이렇게 1급이 되었다」라는 코너를 담당하게 되어, 고수들의 다양하고도 진솔한 체험담을 접하게 되면서 더욱 이 책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고수 반열에 오른 사람 중 상당수가 이 책을 탐독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도 1급의 꿈을 향해 맹렬 정진하는 애기가들의 필독도서라는 점, 특히 모양의 맥과 급소를 한눈에 찾아내는 ‘일감’의 개발에 이 책이 최적의 안내판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하긴 ‘일감 개발’이라는 점에 있어 후지사와라는 사람 이상의 찰떡궁합을 과시하는 저자가 있을 성 싶기도 하다. 후지사와 九단이야말로 당대 최고의 감각을 과시하던 ‘감각파의 대부’. 특히 초반 판짜기의 화려한 감각과 수읽기의 스피드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비기(秘技)였다. 이는 후지사와 九단의 감각을 고스란히 전수받은 조훈현 九단 역시 마찬가지였고.
후지사와의 「기본수법사전」은 포석에서부터 끝내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바둑의 ‘급소’를 집대성한 ‘급소 사전’이다. 후지사와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급소는 바둑의 미학적 근거가 된다. 다만 급소는 쌍날의 칼과 같아 자칫 내 몸을 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소에 대한 연구를 무시하는 일은 바둑의 진(眞)에서 눈을 돌리고, 바둑의 선(善)으로부터 등을 대는 일이며, 결국 바둑의 미(美)를 더럽히는 것이 된다.”
후지사와의 「기본수법사전」은 후지사와 자신의 순수 창작물은 아니다. 「활기신평(活碁新評)」, 「관자보(官子譜)」, 「발양론(發陽論)」 등 옛 고서들을 다수 참조하였고, 정석 변화, 실전보 등에서도 풍부하게 예제를 발췌했다.
조악한 번역이 옥의 티
「기본수법사전」에도 아킬레스건은 없지 않다. 당장 눈에 밟히는 것은 조악한 번역. 일본 투의 문체를 고스란히 직역하다보니 여간 읽기에 뻑뻑한 것이 아니다.
“흑1의 내림으로 귀의 땅을 굳히면서 백으로의 공격을 강조하며 만족이라는 국면도 있을 것이다.”
“백1의 잇기가 좌우 마주보는 강수. 귀만으로 말한다면 흑2의 젖혀 끊기로 수에 지는 것이나 백5의 끊기로 뚫리고 만다.”
이쯤되면 이것이 도대체 우리말인지조차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분명 한글로 된 문장이건만 의미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번역이라면 위 문장은 다음 정도로 고쳐볼 수 있을 것이다.
“흑1로 뻗는 수가 귀를 굳히면서 백에 대한 공격을 엿보는 좋은 수이다.”
“백1로 잇는 것이 양쪽을 맞보기로 하는 강수. 귀 쪽 사활만을 본다면 흑2로 뻗어 백의 수가 모자라나 백5로 끊는 수가 있어 흑이 곤란하다.”
외국의 원전이 지닌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번역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 문학류와 달리 바둑과 같은 전문서는 조금만 성의를 보여도 한결 읽기 쉬운 번역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들어서야 전문 바둑서를 내는 출판사가 제법 늘었지만 80～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재)한국기원을 제외하고는 시중에 나돈 대부분의 바둑책이 일본책을 마구 번역한 해적서였던 게 사실이었고 그러다보니 전문성을 갖출 수 없었다. 부디 조악한 번역체로 인해 「기본수법사전」과 같은 양서의 가치를 떨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형모 기자/ryuhon@badu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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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