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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의 이해, 봉수(封手)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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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의 이해, 봉수(封手)란?
2003-02-26 조회 7785    프린트스크랩
'바둑사이트'를 자주 드나드는 팬들의 즐거움 중 하나는 신속한 국내외 바둑소식일 것이다. 필자도 그중 한 사람인데 언제인가 제56기 本因坊戰 도전5국에서 '약관의 장쉬 7단이 왕밍완 本因坊을 벼랑으로 몰아넣었다'는 최신뉴스를 보다가 문득, 封手라는 용어가 눈에 띄어 몇 자 옮긴다.

지금은 한국이 세계최강국이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세계바둑의 메카는 일본이요, 당연히 세계최강국도 일본이었다.

새삼, 自由棋法으로 개량된 바둑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들인 일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튼 그 때문에 바둑에 관한 한 규칙이나 제도, 도서출판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거의 없는데 특히 대중문화로서의 뼈대를 이루는 용어가 그렇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의 바둑용어는 일본용어를 직역한 것이다. 互先置石제의 고대바둑을 自由棋法의 현대바둑으로 개량한 것이 저들의 공로인 만큼 그런 정도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문제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용어까지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바로 封手라는 용어가 그렇다. 얼마 전 TV 녹화방송에서 '이 수가 봉수점인데, 곧 점심시간이니까 그냥 시간을 넘긴 것 같다'고 설명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때 封手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다.

점심시간에 맞춰, 두던 바둑을 멈추는 것은 그저 일시중단일 뿐이다. 바둑의 룰과 제도를 통해서, 또 번역된 책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일본 바둑문화에 젖은 많은 바둑 관계자들이 습관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인 封手는, 문자 그대로 '手(수)를 封(봉)한다'는 뜻이다.

수를 봉한다고? 그럼, 바둑은 어떻게 두지? 그렇다. 수를 봉하면 당연히 바둑을 둘 수 없기 때문에 봉수는 대국의 '마감'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마감은 대국을 아주 끝내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대국을 재개하는 일시중단이다. 확실히, 封手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 시간에 맞춰 다시 바둑을 두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앞에서는 점심식사 전의 일시중단을 封手라고 표현한 것이 틀렸다더니 금세, 같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그렇다, 바로 그 차이다. '같다'는 말과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 엄연히 다른 것처럼, 封手가 일시중단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지, 封手가 곧 일시중단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封手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일종의 儀式이다. 封手의 기원을 따지자면 네 개의 바둑가문이 치열한 爭棋를 벌였던 江戶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여기서 일본바둑의 역사까지 탐구하자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현재, 이틀바둑으로 진행되는 일본 3대 타이틀전(棋聖×名人×本因坊)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양식이라는 정도만 밝힌다.

이틀바둑이니까 당연히 첫날의 마감시간이 있고, 그 마감시간 직전에 두게 된 기사가 이튿날 둘 첫 수를 종이에 '몇의 몇(일례로 13의 八)'이라고 기입한 뒤 봉투에 넣어 입회인에게 넘겨주는, 첫날 대국의 마무리 儀式이 바로 封手다. 이 봉투는 이튿날 대국개시에 맞춰 입회인의 주재 아래 개봉돼 종이에 기록된 위치에 돌을 놓게 된다.

우리는, 일찌감치 바둑의 세계화를 꾀하고 바둑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주장을 펼쳐온 일본이 왜 TV중계에 맞지 않는 지루한 이틀바둑을 고수하고 있는지, 그것도 大三冠이라는 특별한 명칭으로 부르면서 세계타이틀보다 더 많은 상금을 걸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바둑은 道와 藝와 技의 각기 다른 일면을 가지고 있다. 국익을 위해서 세계화를 꾀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게임의 성질로 이해할 수 있는 技의 바둑이다.

技의 바둑을 특화하면 서양인들도 어려운 동양의 道나 藝의 일면을 이해하지 않고도 무리 없이 바둑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장치를 부가하고 이벤트화해도 바둑이 가진 고유의 품위는 해치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바둑이 가진 技의 일면이니까.

전통문화로서 바둑이 가진 道와 藝의 일면은 3대 타이틀전으로 보존해나간다. 세계화한 바둑을 통해 좀더 차원 높은 정신세계에 목말라하는 서양인이 있다면 그때는 道와 藝의 바둑을 보여준다.

封手라는 儀式은 그때 서양인의 푸른 눈을 감동으로 물들일 극적 장치이다. 게임으로나 알았던 바둑이 그런 엄숙한 儀式을 갖춘 고고한 정신문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그 순간부터 헤어날 수 없는 바둑의 숭배자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가. 이것이 일본의 바둑정책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바둑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바둑을 스포츠로 전환시키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좋은 얘기다.

그것이 바둑을 장려하고 세계화하는 데 필요한 사전작업이라는 것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문제는, 바둑을 스포츠로 전환시키면 마치, 종래에 지켜왔던 道와 藝로서의 바둑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유연하지 못한 일각의 思考에 있다(사실, 이런 발상은 유치하다. 바둑을 무엇으로 바꿔 부른들 수천년을 이어온 바둑의 본질이 바뀌겠는가?).

살아 있는 棋聖으로 존경받는 吳淸源 선생이 왜 '바둑은 調和'라고 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지 않은가.

2001-06-30
( 손종수 농심 신라면배 관전필자 / wbstone@baduk.or.kr )

○... 원래 이글의 제목은 소제목으로 붙은 '封手에 관한 몇 가지 오해로부터… '가 원제로 2001년도에 wegobaduk 싸이트에 게재되었던 칼럼이다.

●... 일본의 바둑제도인 봉수에 관한 폭 넓은 이해가 되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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