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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전의 이해 2 - 통합예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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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전의 이해 2 - 통합예선이란?
2002-12-18 조회 5876    프린트스크랩
단체전으로 열리는 세계 프로 기전은 현재 농심 신라면배가 유일하다. 농심의 후원하에 대회를 여는 (재)한국기원은 예선을 통해 한국팀의 5명 선수를 선발한다. 그런데 이 예선의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바둑팬들이 2002년도에 상대적으로 많았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이세돌 3단, 유창혁 9단, 목진석 6단, 최철한 4단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박영훈 3단은 제4회 농심배 1차전(중국 北京)의 서막을 질풍같은 4연승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나서 11월 말에 박3단의 4연승의 열기가 아직 식지않은 상태에서 부산에서 열린 2차전에서 한국팀은 박영훈 3단을 비롯, 김승준 7단(73년생)과 윤현석 7단(74년생)이 연달아 모두 패배했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좀더 인지도가 높은 정상급기사를 내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팬들이 다시 한번 예선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과연 예선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농심배의 예선방식은 무엇이었을까?

거의 모든 프로기전의 예선방식은 99% 토너먼트 방식이라 보면 된다. 일명 Knock-Out Tournament로 불리기도 하는데, 정해진 토너먼트 대진안에서 한번이라도 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는 방식으로 수많은 개인이나 단체가 참여해 기량을 겨루는 각종 프로대회에서 이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농심배는 단판승부 토너먼트(Knock-Out Tournament)를 채택하고 있지만 다른 메이저 프로기전의 일반적인 예선방식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일명 통합예선이라는 이름의 방식으로, 뜻은 예선에 참여하는 프로기사의 단위(段位)에 상관없이 初단부터 九단까지 평등하게 처음부터 대진한다는 뜻이다. 예선방식은 뉴스나 다른 매체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으므로 통합예선이라는 방식이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바둑계에서 농심배의 통합예선과 같은 방식은 조금 드문 편에 속한다.

[1,2차예선 방식]

프로기사들은 다른 부문의 프로들과는 달리 단(段)으로 표현되는 독특한 단위(段位)제도를 가지고 있다. 승단대회를 통해 한단씩 승단해야 하는 프로기사의 단위는 그 자체가 그 사람의 경력과 활동사항을 어느정도 나타내며 전통적으로 많은 프로기전에서 프로기사들의 단위를 인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던 것이다.

편의상 '2차예선 방식'이라 부를 수 있는 이 형태는 현재 거의 대부분의 국내 메이져 프로기전이 채택하고 있다. 즉 初단에서 五단까지의 프로기사들이 참여하는 1차예선에서 12~24명정도의 인원을 선발하고 다시 六단에서 九단이 참여하는 2차예선에 1차예선 선발자를 포함하여 각 대회에 맞는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방식말이다. 모든 프로는 똑같은 호선으로 두지만 엄연히 단위의 기득권과 권위를 보장하는 방식이 바로 예선의 2차예선 방식이다.

참고로 나이가 50 근방에 이른 프로기사들은 지금의 이 일반적인 2차예선 형태도 자신이 활동하던 저단진 시절보다 훨씬 더 나아진 것이라 이야기 한다. 자신들의 시절에는 보통 3차예선이 보통이라서 본선에 나가는 것은 일단 2차나 3차예선의 참여자격이 부여되는 단위까지 승단을 해야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2차 예선 방식의 단점은 역시 공평한 조건에서 싸워야 하는 프로들의 세계에서 부합되지 않는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될 것이다. 반면 장점은 팬들의 인지도가 높은 고단진의 본선 무대 진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기존 단위제도의 운영에도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이 있을 것 같다.

[통합예선의 출현]

처음에 통합예선이라는 - 단위의 구분없이 초단에서 구단까지 처음부터 예선에 참여하는- 이 파격적인(?) 방식은 말만 무성했던 편이었다. 하지만 통합예선이 슬며시 추진되기 시작한 세계기전이 있었는데, LG배 세계기왕전과 함께 한국이 주관하는 양대 세계기전인 삼성화재배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98년 제3회 삼성화재배는 기존의 1,2차예선방식을 폐기하고 외국참가 선수들과 初단~九단의 모든 프로들이 처음부터 공평하게 예선에 참여하는 통합예선을 실현시킨 것이다.

타이밍도 좋았다. 98년은 IMF의 해다. '공평한 경쟁과 실력'이 한국사회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가 되었고, 게다가 IMF와 같은 극단적인 경기침체의 상황에서는, 프로기사를 포함한 한국기원 내부에서는 설령 반대의견이 있었더라도,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 대해 크게 이견과 우려의 목소리를 후원사에 대해 낼 처지가 못 되었던 것이다.

과연 통합예선이 실행되기로 결정되었을 때 개별적인 불만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그것이 공론화되는 일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프로들의 바둑세계는 나이나 단위보다는 결국 실력이 우선이 될 것이라는 것에 모두들 동의하고 있었고 역시 무엇보다도 '이기는 자가 장땡'이기 때문이다.

[청년강호들을 통해 본 통합예선의 이해]

농심배의 통합예선도 98년에 시작된 삼성화재배의 통합예선과 다르지 않다. 단위의 구별없이 공평하게 예선부터 겨루기 시작한다. 5명의 선출자중 한명은 한국기원과 농심이 시드로 지명을 하므로 (현재는 100% 이창호 9단) 예선에서는 4명을 뽑게 된다.

다른 국내 메이저 기전과 비교할 시, 역시 저단진의 신예 강호들일 수록 아마도 통합예선의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야기를 돌려 본다.

(재)한국기원의 연구생제도가 확실히 정착을 하면서 연구생 출신 신예기사들의 활동이 전에 없이 왕성해지기 시작했다. 이창호 9단이 연구생 출신임을 생각하면 이창호 이후의 세대부터가 해당될텐데 앞서말한 김승준, 윤현석등의 청년강호들도 이창호 9단과 같은 세대의 프로 기사들이다.

아마도 유행처럼 자리잡은 '九단잡는 初단'이란 표현도, 이들 세대의 프로기사 시절부터 더 현실적으로 많은 바둑팬들에게 다가갔고 '신예는 무조건 강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거의 이들 세대부터일 것이다. 또 기존의 1,2차 예선이 이들 왕성한 신진들의 예기를 꺾고 큰 활약의 기회를 제약한다는 근거로 부터, 최종에는 통합예선이 등장하는 한가지 주요한 논리는 역시 이들 세대부터 부각이 되었음이 틀림 없다.

이 중 김승준 7단과 윤현석 7단은 저단진일때 타이틀전에 참여를 했었으니, 2002년으로 치면 박영훈 3단이나 송태곤 3단같은 인상으로 당시의 바둑계에 비쳤을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이창호 9단과 비슷한 연배의 프로들은 대부분 군대에 다녀왔다. 한창 활동에 불이 붙던 시기였으므로 다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좀 있었을 것이다.

세월과 더불어 그들을 호칭하는 말도 '신예강자'에서 '청년강호'로 바뀌었고 그들도 어느덧 고단진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전통적인 2차예선방식의 본격적인 수혜자가 된것인데, 하지만 대세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통합예선의 방향으로 틀어지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 같다 . 그리고 군대에 다녀온 시간 동안 나름대로의 규모를 갖춘 신예기전(비씨카드배, SK가스배)이 둘 씩이나 생겨났는데 이들 청년강호들은 그야말로 신예강호시절에는 별로 이들 기전의 혜택을 입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낀 세대(?)가 되버린 격이다.

2002년 이들 청년강호 그룹중 김승준 7단과 윤현석 7단이 고단진의 혜택이 없는, 공평한 제4회 농심 신라면배 한국 통합예선에서 다른 상대를 모두 누르고 당당히 한국 대표로 진출했다. 대진표 자체에 고단진에 대한 배려가 없는 단판승부 토너먼트를 뚫은 것이므로 우연과 행운이 자리잡을 여지는 그다지 없다. 당연히 실력하나로 저단진의 신예강호들과 고단진의 청년강호들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것으므로 대표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볼 때 아마도 바둑팬들이 프로기전에서의 통합예선과 1,2차 예선의 방식을 조금만 더 이해하고 있었다면 매정한 비판보다는 좀더 격려와 성원이 많아 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기전에서 본선이나 결승대국보다 역시 주목을 받기는 힘든 예선전이지만, 어떤 방식의 예선이건 치열한 경쟁을 수반하게끔 되어있다. 또 그중에서도 통합예선은 현재 프로기전에서 가장 경쟁이 공평하고 치열한 방식이라 볼 수 도 있고 말이다.

[ badukdol / drago@ba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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