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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윤필의 '바둑 그리고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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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윤필의 '바둑 그리고 예술'
2002-11-11 조회 9408    프린트스크랩
조영남, 그는 자칭 화수(畵手)라 부른다. 이말을 처음 들을 땐, '그림 그리는 가수'를 강조하기위해 만든 조어로 생각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노래부르는 '가수'로 유명해졌으므로 설명을 듣기 전에는 누구나 '가수(手)'에 무게중심을 두고 '화(畵)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청담동 그의 집은 가수의 집이라기보다는 화가의 집이라는 인상을 훨씬 강하게 받았다. 거실 한켠에 있는 왜소한 오디오보다는 베란다와 책장을 제외한 양쪽벽면에 자리한 그림들이 더 눈에 띄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가수(歌手)라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화수(畵手)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림 그리는 사람은 화가(畵家)라 부른다. 화수라는 칭호는 아예 없다. 왜 그토록 다른가. 차등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사회의 인식은 가수보다는 화가를 우대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조영남의 '그림도 그리는 가수'가 아니라 '가수이면서 화가'였다. 하니 화수이다. 화가라 칭하지 않고, 노래로 대중과 교감하듯 그림으로 대중과 교감하고자 하는 '화수'임을 자칭한다. 이런 그가 시사만화가 윤필과 만난 것은 어쩌면 예고된 인연이었는지 모른다. 마당발로 소문난 조영남이 '형님,아우'하는 사이가 적지 않지만 윤필과의 형동생은 밑그림부터가 다르다.

'태극기 시리즈'를 그리며 인공기를 그렸다가 전시가 거절된 조영남과 세태를 '촌철살인'의 몇 컷 만화로 풍자하는 시사풍자 만화가 윤필의 만남은 굉장히 오래 되었을 것 같은데, 막상 얘기를 듣고 보니 몇 년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 윤필이 거주하고 있는 그곳에 조영남이 갔을 때 두사람을 각각 알고 있는 한 지인이 다리를 놓았다.

갑작스런 연결이 아니라 두 사람의 기질을 잘 알고서 오랫동안 벼른 끝에 성사시킨 만남이었던지라 둘은 만나자마자 마치 전생의 인연을 만난 듯 소통했다고 한다.

조영남 : " 말하자면 코드가 같은 셈이지요, 성격이나 생활 등 어떤 부분이라기보다 전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맞는 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선의 암수 코드처럼 이건 억지로 비틀어서 끼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경우가 참 드물죠,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어요"
윤필"제가 미국에서 돌아온 뒤로는 가끔 보는 것이 아니라 가끔 보지 못할 때가 있을 정도로 항상 봅니다."
조영남 " 그건 니나 나나 홀애비라 그런거고..."

누구도 바둑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없기에

진보적인 시사풍자만화를 그렸던 윤필은 86년 5공시절 심의,검열을 피해 이 땅을 등진 아픈 기억이 있다. 그의 시사만평은 유머와 해학이 넘쳐난다. 그리고 독자가 씨익 웃고 뒤돌아 설때 그의 풍자가 벼락같이 뒤통수를 때린다. '우리의 만화'를 추구하고 있는 그는 성과 정치를 적절히 사용, 사회의 단면을 표출하고자 한다.

그는 바둑광이기도 하다. 아마3단 실력인 윤필은 89년 월간 [바둑생활]에 '상수는 몰라'라는 바둑만화를 연재해 바둑팬들도 낯이 익은 인물이다. 스토리작가 김세영, 추리 소설가 한대희 등과 함께 '꽁수회'를 만들어 허구헌날 장작 패듯 바둑판을 두들겨 댈 정도로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바둑을 배웠으니 만화보다 기력(棋歷)이 오래된 셈이다.

조영남은 바둑을 못둔다, 바둑을 주요 오브제로 한 상당수의 그림으로 미루어 볼 때 의외였다. 이것은 그가 화단에서 '화투시르즈'로 유명하지만 고스톱을 못친다는 것과 같다,

"바둑판에는 현대 미술이 말하는 점, 선, 면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요. 조형학적으로 볼 때 최고로 완벽한 형태입니다. 바둑판에는 몬드리안의 선과 면, 그리고 흑백의 바둑돌의 미학이 담겨져 있죠."

92년부터 '바둑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바둑판위에 밀레의 '만종'을 패러디하고 있다. 그의 바둑판에는 이삭줍기도 있고 나물캐기도 있다. 바둑은 이기고 지는 삶이 들어있지만 그의 그림에서 바둑은 누군가로부터 놓여진 삶일 뿐이다. 바둑돌은 어떻게 놓여질지 모른다. 이것은 곧, 미정의 삶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오브제는 바둑과 함께 화투, 바구니. 태극기 등 다른화가들이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팝아트적 성격을 관철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작품소재로 이용하고 있는 그는 난해가 난무하는 미술판에서 나름대로 알아먹기 쉬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게 유명미술관을 다니며 그림공부할때 무궁무진한 그림 소재 중 화투는 찾을 수 없더군요, 화투가 생활과 밀착된 놀이기구로 다채로운 민중적 철학이 깔려 있는 데다 토속적인 색감 때문에 주목했어요. 화투의 색감은 우리의 본색이며 무속의 색이며 본능을 표출한 색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투를 즐기면서 혐오하고 있습니다. 이중적으로 꼬여있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죠,

즐기고 좋아하는 것을 왜 남 앞에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합니까. 화투그리기는 꼬여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며 뒤집기죠. 48장의 화투에는 우리나라 서민의 애환과 슬픔, 희망이 담겨져 있어요."

그는 음악은 대중성이 있어야 하지만 미술은 독자적이고 독창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화투나 바둑에 주목한 이유다.

"화투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어요. 현대미술은 결코 어렵지 않지요, 그러나 남 흉내만 내는 건 진짜가 아닙니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는데 현대미술의 묘미가 있습니다. 독창적인 것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죠."

네모난 바둑판, 네모난 캔버스, 네모 컷, 그 네모속에는 바닥모를 블랙홀이 있다. 바둑을 모르는 조영남이 조형미에 반해 바둑그림을 그리고, 바둑을 아는 윤필은 반상처럼 네무난 컷 속에 우리네 삶을 담는다. 내일은 축머리에 몰린 사회가 아니길 빌면서.

<월간바둑 2001년 9월호/ 現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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