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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신두의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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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선종 때 일본으로부터 어느 왕자가 중국으로 건너가 임금을 찾았다. 왕자와 함께 동행한 많은 사신들은 여러 가지 보물과 토산물을 임금에게 바쳤다. 이를 받아들인 임금은 답례로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또 왕자가 바둑의 명수임을 익히 들었던 임금은 당대 중국 바둑 1인자인 고사언과 어전대국을 갖도록 명했다. 고사언은 임금의 바둑 상대역을 맡고 있는 대조였다.
여기에 쓰인 바둑판과 돌은 유명한 추옥과 냉난옥 진품이었다. 추옥이란 중국산 가래나무로 만든 바둑판이며, 냉난옥은 일본산 흑백 자연석으로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붙여진 바둑돌 이름이다.
바둑을 시작해보니 왕자의 바둑실력이 예상 밖으로 강하여 당나라 제일을 자랑하는 고사언도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기보에서처럼 서북(좌상)쪽에서 불이 붙은 싸움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사분오열, 접전의 연속이었는데 양분된 고사언의 돌 중 어느 것이든 하나는 축으로 몰려 죽게 되는 비참할 만큼의 불리한 국면이었다. 고사언은 임금을 욕되게 할까봐 마음의 부담은 커져가고 두려움으로 신음을 토하기도 했다.
이마와 손은 이미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건만 그래도 머리를 짜고 또 짰다. 대국인 중국의 일인자가 소국 일본의 한 명수에게 패하는 날이면 대당제국의 체면은 그야말로 몰골이 말이 아닌 것이다.
순간, 고사언의 머리를 번득이게 하는 묘수가 떠올랐다. 이 한 수로 양쪽 돌이 동시에 타개되는 것이다. 기쁨과 함께 생기를 되찾은 고사언은 힘있게 돌 한 개를 내려놓았다. 후세에 이 한 수를 진신두(鎭神頭)-기보의 45를 말함-라 부르고 있다.
"앗."
놀란 왕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필승의 국면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던 왕자는 그만 그 한 수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임금은 매우 만족하며 희색이 만면한 채 고사언의 기예를 높이 사는 한편 왕자를 위로했다. 그날 밤 왕자는 당나라 안내관인 홍로에게 물었다.
"오늘, 그 고선생이라는 사람은 귀국에서 몇째나 되는 고수인가?"
"예, 저 고선생으로 말씀 드리자면……."
홍로는 말끝을 맺지 못한 채 망설이며 잠시 생각을 했다. 제1인자임엔 틀림없으나 오늘 대국의 내용으로 봐서는 분명 고사언의 고전이었다.
만일 그 묘수를 발견하기 못했더라면 패했을 것이다. 자칫 제1인자 따위로 소개하였다가는 위신이 서지 않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셋째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제3인자라. 그러면 제1인자와 두고 싶은데 귀공이 어떻게 주선해 줄 수 없을까?"
홍로는 낭패감을 느꼈으나 재치있게,
"왕자님, 제3인자와 그리고 다음에는 제2인자에게 이기고 난 뒤, 비로소 제1인자와 대국함이 순서가 아니겠습니까?"
왕자는 실망하여 어깨를 떨구면서,
"아아, 소국의 제1인자는 대국의 제3인자에게도 비할 수가 없단 말인가……."
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 기화(棋話)는 '옥해(玉海)', '두양잡편(杜陽雜編)', '태평광기(太平廣記)' 등 여러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 왕자는 출가한 자각대사란 설이 있는데 문덕천왕의 아들 고악친왕이라 한다.
'진신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하지만 모두 근거가 희박하며 오늘의 '모자'란 바둑용어로 해석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참고로 바둑돌에 대해서 보면 냉난옥이란 일본에서 나는 자연석 흑백구슬이라 하였지만 최근에는 흑돌만 자연석이고 흰돌은 일본에서 산출되는 곳이 없다고 한다. 대신 흰돌은 큰 조개껍질에서 만들어 내는 것을 최고급품으로 친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래로 바닷가에서 나는 작은 조약돌을 흑돌로 쓰고 엷은 조개껍질을 쪼개어 흰돌로 써왔다. 백돌은 상아나 옥들로 만든 것도 있다.
옛날(1615년) 우리 나라 바둑의 고수였던 이약사가 일본의 초대 본인방 산샤(算砂)에게 선물로 보냈다는 바둑돌은 도자기로 구워 만든 진귀한 바둑돌로써 일본 동경 적광사에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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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겟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