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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장을 옮긴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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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제9기 동야증권배 3차예선에서 생긴 일이다. 당시 입회인은 조훈현 九단. 일본에서 유학한 조九단은 일본기사들을 잘 알고 있는 편인데, 가타오카 사토시(片岡聰) 九단이 자꾸 대국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금연실에서 대국을 하게 돼 어쩔수 없다고 한다.
골초 가타오카 九단이 불쌍하기도 하고. 외국 기사 쪽에 편의를 봐 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고, 또 지금은 담배를 끊어 금연상까지 탔지만 한때 자신도 장미 담배 3갑이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골초가 아니었는가.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조九단은 주최측에 얘기를 해 점심시간 이후 대국을 흡연실에서 할 수 있도록 선행(?)을 베풀었다. 결국 금연의 족쇄에서 풀려난 가타오카 九단이 그 판을 이기고 본선 16강전까지 진출했다.
이것은 대국중 대국장을 옮긴 최초의 사건이다. 원래 대국 시간과 장소는 천재지변이 아닌 한 옮길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인간사에는 다 정(情)이 있는 것이 아닌가.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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