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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돌을 들어내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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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근 九단이 한번은 KBS바둑왕전에서 사석을 들어내다가 미처 돌 하나를 들어내지 않은 적이 있었다. 속기이다 보니 이런 해프닝이 생길 수 있다. 자, 앞서와는 반대로 죽은 돌을 들어내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바둑룰 제2장 착수 제10조 따내기에는 '한쪽의 착수로 상대방의 돌이 바둑판에 존재할 수 없게 된 경우 상대방의 돌을 모두 따내야 한다.'라고 돼 있다. 따라서 죽은 돌을 들어내지 않은 것은 반칙이다.
또 앞서 말한 바둑룰 부칙 제4조 대국분쟁 제2항을 유추해서 거꾸로 해석해도 마찬가지로 반칙이 된다. 여기서 시점의 문제가 생긴다. 따내지 않았을 때 언제 이의를 제기해야 반칙이 되는가. 들어내는 행위가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말해도 상대가 따내는 중이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
또 이쪽에서도 미처 보지 못했거나 으레 다 들어냈거니 해서 착수를 할 수가 있다. 그때 상대가 착수 중(따내는 것도 착수에 포함)인데 착수를 했으므로 역으로 반칙이라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서로 수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만일 대국종국 후 계가를 하다가 발견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제4조 3항에서는 '상대방이 반칙을 했을 경우 즉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반칙 이후 수수가 진행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현재는 종국을 하고 승패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반칙 행위에 대해서는 대국도중 이의제기가 가능하다.
다만 대국이 끝나고 승패를 인정한 다음 이것이 발견됐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현재는 관례적으로 승패를 인정한 다음에는 어쩔 수가 없다. 다른 문제는 바둑룰에 규정되지 않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가. 이때는 한국기원의 심사위원회를 열어 판정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사소한 실수를 갖고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프로기사들 중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바둑은 승부를 가리는 경기이므로 모든 것은 명확히 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몇 만 분에 한번쯤 생길지 모르는 일,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을 어떻게 모두 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차라리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정하고 그 관례를 따르자.
또한 원로기사 김인 九단은 '바둑은 도(道)인데 모든 것을 딱딱한 법으로 구속한다는 것은 너무나 낭만과 멋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김九단, 홍태선 七단 등 룰 제정위원들이 모여 바둑룰 제정, 대국분쟁 문제에 관해 수십 차례나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법과 상식(常識) 그리고 인정(人情)의 선을 긋기란 쉽지가 않다.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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