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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방한 다케미야도 못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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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초 제3회 삼성화재배 때 일이다. 통합예선을 치르므로 한국기원 2층 예선대국장에는 국내기사, 외국기사가 섞여 대국을 벌이고 있었다. 오후에 즈음하여 바둑이 몇 판 끝나고 대국이 끝난 기사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판에 모여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서 높은 옥타브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九단이 한 소리한 것이다. 이유인즉, "왜 상대의 초읽기때는 천천히 아다지오로 하다가 내 초읽기가 되면 프레스토, 초스피드로 하느냐!"는 것이다. 작은 키에 걸맞지 않게 호쾌한 우주류를 펼치며 평소 호방한 성품으로 누구에게나 미소를 잃지 않던 다케미야九단이 앓는 소리를 할 정도면 얼마나 초읽기의 형평성이 없었는지 알 만하다.
'가재는 게 편'이고 '손은 안으로 굽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애국적인 초읽기는 이제 국수주의라는 소리밖에 안된다. 계시원들이여, 세계적인 초읽기를 합시다. 또 그때는 한철균 六단도 한때 초저속 초읽기에 대해 주최측에 따졌다. 이 바람에 계시원을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수읽기에 한참 빠져 있는 상태에서 들리는 초읽기는 저승사자가 걸어오는 소리와 같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피를 말리는' 소리라는 표현까지 나왔겠는가. 따라서 사람의 심리상 자기 때는 천천히 해줬으면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상대의 초읽기 때 천천히 읽는 것이 보이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특히 동시에 초읽기에 몰렸는데 자기 쪽은 바르게, 상대 쪽은 느리게 한다면 끓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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