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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시보로 시간패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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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말 어느 본선대국이다. 강훈 七이 헐레벌떡 한국기원 5층 대국장으로 뛰어 올라왔다. 시간은 11시 안팎이다. 자신은 아직 세이프이라고 생각하며 대국장을 들어섰는데 기전진행자가 아웃이라고 한다.
“아니, 내 시계는 아직 11시 전인데 무슨 소리냐.”
하지만 기전진행자는 “한국기원 대국장 시계는 이미 11시를 넘어섰습니다. 시간패입니다.”라고 단호하다. 대국개시 시간은 보통 10시이고 늦은 시간만큼 두배의 시간을 공제하는 것이 대국규칙이다. 이때 1시간이 넘으면 시간패가 된다. 시간패는 일종의 기권패. 기권패가 되면 대국료를 한푼도 받지 못한다. 이 바람에 옥신각신, 설왕설래가 오갔다.
이 경우 어느 쪽 주장을 받아 줄 것인가.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가?
당시 결론은 대국장 시계가 기준이 됐다. 개인의 시계는 개인적인 것이므로 기준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국장 시계라고 언제나 정확하라는 법이 있는가. 건전지가 닳으면 시간이 틀릴 수도 있고 그때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이 다음부터 한국기원 기전진행자는 11시에 즈음하여 대국자가 오지 않으면 라디오를 들고 대국장으로 간다. 라디오에서는 정각에 시보가 나온다. 라디오시보는 정확하지 않은가.
“삐～삐～삐～～, 11시를 알립니다.”
이 소리가 나오면 시간패가 되는 것이다.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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