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 학회지(學會誌)가 왔다. 학회지는 '현현기경'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청원이 해설을 한 일본판(平凡社발행 1980년)을  번역한 것이었다. '현현기경'은 송나라시대 '안천장'부터 시작하여 원나라 사람인 '우집'이 편찬한 책으로 여러 종의 '저본'이 전해오는 책이다. 내용도 조금씩 가감 또는 삭감 이탈되어 '정본'을 찾는다는 것이 난망한 책이다.

현현기경을 1940년대 출간한 바 있는 '최남선'도 후대로 내려오며 서로 '첨가'하여 종내 시말을 알 수 없는 것이 된 게 현현기경이라 한 바 있다.

오청원은 바둑의 전문가답게 묘수풀이의 해설과 현현기경의 또 다른 부분인 기론(碁論)에 대해서도 장황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현기경의 난해한 한문장은 쉬운 것이 아니어 오청원의 해설은 다소 실감이 떨어진다. 이 점은 오청원이 한문 전문가가 아닌만큼 이해가 된다.

필자는 수년전 '한국학연구원'에서 현현기경을 발견하고 이 칼럼란과 월간바둑 등에 소개를 한 적이 있다. 최남선을 통해 재탄생한 현현기경 이전의 얘기다. 현현기경 속에는 반고(班固 32-92)의 ' 혁지(弈旨)라는 '기론'이 있다. 반고는 역사학자로 한서(漢書)의 편찬자다.

한서는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고대사 방향타로 한고조로부터 왕망에 이르는 12대 230년간의 단대사(斷代史)다. '기전체'의 '사기'와는 다른  역사서 편찬 형식의 모범이 된 사서(史書)다. 단대사란 의미는 '후한'이라는 한 나라의 역사서로 훗날 '원사' '명사 '등이 그것에 해당된다.

반고는 역사학자로 당시대의 실용학자라 할 수 있다. 역사는 문학과 과학을 함께 포용하는 것이기에 반고의 인간적 면모 또한 문학과 과학의 인식이 깊은 사람이었다.

반고는 바둑판 속에서 대학의 명덕(明德)을 구하고 바둑알 속에서 음양(흑백)의 도와 천문(天文)의 형상을 떠올린다. 바둑판의 직방(直方)과 직선(碁路)에서 자연의 원칙과 자연을 살고있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세계관인 음양과 천문관을 생각해낸 것은 참으로 반고답다.

현현기경 '반고'론.

반고는 바둑판이 곧 천하라고 말한다. 천하는 인간의 생도지망과 그 인간들이 엮어내는 풍운(風雲 역사)이 명멸하는 전장(戰場)이기도 하다. 삶에는 규범이 있고 전쟁에도 지켜야할 금도가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과 역사에는 '겸손'과 '상도(商道)' 그리고 '중용지도' 등이 천둥과 우뢰마냥 공존한다는 것이다. 하여 바둑에도 지켜야할 도가 있다는 것이다.

반고는 어쩔 수 없는 유학(儒學)이다. 유학답게 반고의 바둑 속에도 유학이 깊게 스며있다. 반고는 다시 말한다. 바둑은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을 정도의 즐거움이 있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란 것이다. 즐기면서 지나치지 않고 슬프면서 마음을 상하지 않는 정도를 지키란 것이다. '논어'의 그것이다. (樂而不淫哀而不傷)

역사서의 편찬자인 '반고'가 보았던 바둑...그  바둑관이 아스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