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에 물가정보배(盃)가 있다.  IMF환난시절 국수 왕위 명인전 등 전통의 기전(棋戰)들이 중단한 후 만들어져 벌써 다섯 해를 맞고 있다. 금년의 타이틀홀더는 '김지석'이다. 물가정보는 '기전'의 이름으로 스폰서의 사명(社名)이기도 하지만 물가정보라는 말은 참으로 역사가 깊다.

[춘추(春秋)]에 애공16년 공구(공자)가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물가정보는 공자보다 2세기를 먼저 살다간 관이오(菅夷吾)의 저작에 보인다. 관이오는 관자라고 부르는 바로 사람이다. 관자는 제나라의 수상으로 있었다. 제의 환공은 어느날 관자에게 물가를 다스리는 방법을 묻는다.

환공이 물었다. 물가조정의 방법이 있나?  관자가 답했다. 물가조정은 답이 없습니다. (다만) 물자의 움직임에 따른 대응과 정보에 따라 조치할 뿐입니다. (하여) 국가의 경영은 천하의 재물을 모으고 천하의 백성을 모으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輕重有數乎.菅子對曰.輕重無數.物發而應之.問聲而乘之.故爲國不能來.天下之財.到天下之艮.則國不可成)

경중(輕重)은 고대사회의 물가를 말한다. 환공은 국정의 중요한 축의 하나로 물가를 고민하며 관자에게 묻고있다. 관자는 정답은 없으나 물류(物)의 이동(發)과 정보(問聲)를 잘 이용하면 차선의 답은 될 수 있다는 모범답안지를 내놓는다. 관자는 서기전 7세기에 이미 국가의 원동력이 시장경제력임을 간파하고 참으로 빛나는 경제학을 보여준 사람이다.

시장은 재화유통의 중심이다. 모든 재화는 저렴하고 부당한 이익이 없어야 하며 부당한 이익이 생겨나게 해서도 안된다. (市者貨之準也.是故百貨賤則.百利不得.百利不得百事治).

관자는 물자(物資)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조절과 유통을 고민하며 춘추시대의 서막에 해당하는 제의 '환공' 시대에 놀라운 경제식견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다. 관자는 자신의 저작 속에 (고)조선을 기록하기도 한다. 당시로는 고가 상품인 표범의 가죽이 (고)조선의 특산물이라며 언급하여 한반도의 고대사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관자의 덕목은 질서(治)와 잘사는 것(富强)이다. 국가의 운영은 질서와 풍족한 살림이 지선이란 것이다. 법이 살아있고 사회구성원들이 잘사는 나라는 선진국이다. 관자는 유교의 완고한 이념과 도교의 뜬구름 같은 이상보다는 실용이라는 키워드로 제자백가의 한 유파를 연다.

관자는 물자의 이동과 정보가 사회를 튼실하게 하는 지선의 방법임을 말한다. 물가정보배의 스폰서인 물가정보사(社)는 바로 관자가 말한 경중문성(輕重聞聲)을 업무로 하는 회사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기전(棋戰)이라는 고립된 섬과 같은 문화 사업을 5년째(?) 후원한다는 것이 놀랍다. 오너가 바둑마니아라 해도 그렇다.

마침 [월간바둑] 9월호에 물가정보사 오너의 인터뷰가 있다. 그는 기업운영의 덕목을 '과유불급'이라 말한다. 과유불급은 형세(形勢)와 조화(調和)다. 바둑은 형세와 조화를 대변하는 반상게임이기는 하다.

춘추에 애공16년에 공자가 죽었다고 했다. '좌구명'은 '좌씨춘추'에서 이 간략한 춘추의 구절을 보충한다. 애공14년에 노나라 서쪽 벌판에서 큰 사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영물을 잡자 공자가 와서 본 후 '기린(麒麟)'이다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기린은 용과 봉황과 더불어 고대동양의 상서로운 동물이다. 기린이 나타나면 정치에 성군이 태어나고 시대는 태평성대를 맞는다는 것이 고대동양의 인식이다. 

현대자동차. 기아산업. KT 등이 손을 든 기전사업에서 물가정보배의 등장은 한국바둑계에 나타난 기린이다. 지난 5년간의 노고를 박수치며 물가정보배에 보다 많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