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의 저자가 허균이란 직접적 증거는 이식(1584-1647)의 택당집이었다. 이식의 문집 속에 허균이 수호전을 빗대어 홍길동전을 지었다 한다(均又作洪吉同傳以水湖)는 이 기록이 홍길동전의 저자가 허균이라는 특정을 하게 만든 것이다.

사실, 오늘날 전하는 홍길동전의 책자에 허균이라는 저자명이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은 당황스런 일이다.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었으므로 당연하게 그랬으리라는 믿음이 있던 까닭에 더욱 놀랍기도 하다. 이식의 기록도 풍문으로 들었다는 추측이지 확실한 말은 아니다. 이 점을 주목한 이능우 김진세 등은 아예 허균과 홍길동전을 분리하는 언급을 했고 최초의 한글 소설이란 연구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리고 한동안 갑론을박을 거쳐 일단은 현존하는 홍길동전은 허균의 작으로 하고 16세기에 쓰여진 오리지널 원본을 기다리자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학계의 공론이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은 것이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결론의 주요 근거는 허균의 혁명적이고 자가당착적인 삶이 홍길동전의 사상과 부합한다는 것도 참작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문 문장의 대가였던 허균이 과연 한글로 소설을 지었을까라는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은 것은 인정을 하더라도 한글로 창작을 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일부의 시각은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홍길동전의 원본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택당 이식의 언급이 없었다면 홍길동전의 저자는 작자미상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졌을지 모른다. 이식은 박학다식을 덕목으로 하던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학자다. 성호 이익과 비슷한 성격이다. 이식은 자신의 문집에 바둑을 언급한다. 아들에게 준 편지글 속에서다.

가난하고 고난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오직 방정 떨지 말고 차분하게 자신의 내부를 지킬 것이요, 험액(險阨)과 환란(患亂)을 당할 때에는 오직 강인한 의지로 참아내면서 떨쳐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심기(心氣)가 생활풍파를 이겨낼 수 있게 될 것이니, 이른바 물과 불도 다치게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하겠다.

마음 속에 매인 바가 없어서 어지러워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지인(至人)이다. 반면에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란 어떻게 해서든 외물에 의지해서라도 안정을 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실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을 때에는 외물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법이다. 바둑 같은 작은 기예를 가지고도 근심 걱정을 모두 잊을 수가 있는데, 더구나 옛사람의 글을 읽고 옛사람의 마음을 찾으면서 자나깨나 생각하고 붕우와 함께 강론한다면, 그 즐거움이 어떠하겠느냐.

(當飢寒困勞。惟靜默內守。當險阨患難。惟剛忍奮發。此心氣勝外物。所謂水火不能傷也。
心無所繫而能不亂。此至人也。衆人之心。須寓於物而安焉。若篤好之。則外物可輕也。博奕小技。皆可忘憂。況讀古人書。求古人心。寤寐思之。朋友講之。則其樂如何耶)

이식은 안성에 오랫동안 칩거하고 살면서 많은 책을 쓰고 후학을 길렀다. 이식은 바둑에 십요(十要)가 있다고도 했는데 위기십결, 혁가십결, 기설십요 등 여러가지로 불리던 그 말이다. 바둑으로도 세상근심을 잊을 수 있다고 한다. 책으로는 천하의 근심도 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자료는 기설십요란 말로 위기십결을 요약한 것으로 이식의 것은 아니다. 참고가 될 듯하다.

 * 위기십결이란 말의 출현도 정확한 정리가 있어야 할 듯하다. 도무지 어떤 것을 기준을 삼고 참고를 해야할지 중국의 문적도 혼동이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