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5사(史) 중 한반도 기록에 가장 충실한 것으로 평가된 사서 중 하나인 '주서'는 고구려 백제에 저포 축국 투호 위기가 유행한다 했다. 그중 백제는 바둑이 특히 유행한다 기록한다. 저포 축국 투호 위기 등은 중국의 고대 사서 곳곳에 보이는 것으로 일본서기 등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유행하던 놀이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놀이들이 한반도로 전래되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후기까지 여전히 유행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이수광(1563-1628 )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수광은 실학자로 불리는 학자로 지봉유설 속에 유의론(遊意論)을 전개한다.
- 예경(藝經) 격양(擊壤)은 옛날의 놀이다. '풍토기'에 말하기를 양(壤)은 나무로 만든다. 앞이 넓고 뒤가 뾰족하여 길이는 3-4촌이고 모양은 신발을 닮았다. 상고하건대 '황보밀'은 나이 17세 때 길에서 격양을 했다고 한다. 이미 진(晉) 나라 때 이 놀이가 있었던 것이다. 고서에 보면 '조자건'이 쌍륙을 만들었다 했다. 퍠사(稗史)에 쌍륙은 아희(雅戱)라 한다. 서축에서 시작하여 조위(曺魏)로 와 양, 진, 수, 당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하니 이 말로 볼 때 쌍륙은 서축에서 온 것으로 조자건이 만들었다는 말은 틀렸음을 알 수 있다.
당 채부의 '타구편서'에 타구(打毬)는 옛날의 축국이다. 황제가 만든 것이다. 군대의 놀이로 무사의 훈련의 일종으로 발전된 것을 알게 된다. 조선의 풍속에 정초에 남녀가 모여 뼈와 나무조각으로 만든 네 토막을 들고 던져 이것으로 승부를 겨루는데 이것을 일러 '탄희'라 하는데 훈몽자회는 척(擲), 즉 저포(樗捕)라 한다.
'격양가'라는 말이 있다. 농부들이 모여 노역을 하며 서로의 힘을 돋구거나 이와 비슷한 경우에 부르던 노래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수광의 기록을 보면 '격양'이 흙을 다진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기물'로 만든 놀이기구였음을 알고 짐짓 놀라게 된다. '탄기(彈碁)'가 있다. 탄기라는 한자의 조합을 보고 바둑 장기 알까기 등 여러 해석을 하는데 탄기는 바둑 장기 알까기 등과는 다른 또 다른 반상게임이다.
고려의 바둑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유령같은 에피소드 한편이 있다. 그것은 거란과의 국운을 가르는 건곤일척의 대전쟁을 앞두고 고려의 총사령관인 장군이 진중에서 한가하게 바둑을 두다가 전쟁을 망쳤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의 출처를 놓고 고려사와 고려사절요가 나오고, 그 게임의 종류가 바둑이다 장기다 하며 혼동을 일으킨다. 어떤 논자들은 이 기록의 출처가 '고려사세보'라고 한다. 고려사 목종 현종조에 그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잡다한 논지들은 모두 틀렸다. 이 기록은 '고려사절요'에 있고 게임의 종류는 바둑도 장기도 아닌 탄기(彈碁)라는 또 다른 반상 게임이다.
- 有輕敵之心與人彈碁...
(고려사절요 현종세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나오는 강조의 기록은 매우 정확하고 사실적이다. 다만 강조의 전쟁 수행의 모습이 고려사절요가 보다 자세하고 현장감이 있다. 탄기라는 말도 고려사절요에 나온다. 1010년 거란은 강조의 정변을 문제 삼아 거란의 왕이 직접 군대 40만을 동원하여 압록강을 넘는다. 고려는 강조가 목종을 죽이고 현종을 옹립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30만 군대를 동원하여 통주(선천) 근방에서 그들을 맞게 한다. 거란군은 먼저 흥화진(의주)를 포위, 공격하다가 여의치 않자 서경으로 진격해 성을 함락시키고 증흥사 탑을 헐어 버리고는 통주로 와 강조군과 대치를 한다.
강조는 통주 남쪽에 군대를 3개 방향으로 전개시키고 검차(劒車) 부대를 전진 배치하여 거란군의 세번에 걸친 초기 공세를 잘 막아낸다. 전쟁의 양상은 고려군의 우세로 진행된다. 강조의 에피소드는 이 와중에 생겨 난다. 방심을 한 지휘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직역을 하면 적을 가볍게 보고 여러 사람이 모여 탄기를 하고 놀았다는 것이다. 이곳에 바둑 기가 나온다 하여 강조의 진중 놀이가 바둑이라 하고 어떤 논자는 장기 기(棋)라 하며 여러 설을 퍼트린다. 그러나 진실은 탄기다. 탄기는 고대의 한중일 삼국에 유행하던 또 다른 반상 게임이다.
송대의 명사 이청조(1084-1155)는 '타마'라는 놀이를 만들며 '박색' '탄기' '저포' 등은 요즘 전하지 않는다 했고 '포박자'에는 엄자경 마원명 엄무는 위기의 묘수였고 마합은 한 고을의 탄기의 고수였다(昔有馬合鄕侯善彈碁)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 백과사전 격인 '태평어람'은 위기, 투호, 박, 저포, 탄기, 상희 등의 놀이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탄기는 바둑이나 장기보다는 수준과 흥미는 낮으나 알까기 등의 유치(?)한 수준은 벗어난, 지금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어떤 게임인 것이다.
탄기는 나무판 위에서 작은 나무로 만든 기물을 튕(彈)기며 놀던 게임이다. 탄기는 두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할 수도 있었다. 고려사절요의 기록에 여인(與人)이 탄기를 했다는 기록이 그것을 증거한다. 이 기록의 해석에는 재론이 있을 수 없다. 역사학의 가장 기본적인 룰이 하나 있다. 이해상관이 없는 제3자가 언제라도 검증할 수 있을 때 역사적 사실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게임의 시대다. 하루에도 한두 개씩의 게임이 만들어지고 시험되다가 속절없이 사라진다. 백 가지 게임이 만들어져 하나의 게임이 성공하여 대박(?)을 내는 모양이다. '바투'도 이 역사적인 게임의 역사에 출현하여 한껏 날개를 펴고 있다. 바둑을 원용한 게임으로 재미와 함께 전파력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바둑의 부속놀이 중에 오목과 알까기 그리고 '삽식'으로 알려진 끼워먹기 등을 기억한다. 이래저래 '바투'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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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선공팔
인당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