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 --------------
1. 淸國의 고수 '범서병'
2. 한수대가 누구인가.
3. 朝-淸 고수의 만남.
4. 기보 한점.
조선과 중국의 바둑교류는 사실 연조가 깊다. 중국의 25사는 조선과 일본의 바둑을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나 일본서기 등도 25사의 바둑기록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중일 동양삼국의 바둑은 2천여년간 쉬지 않고 계속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구당서'는 848년 대중(大中)2년 일본의 견당사가 입조를 하자 견당사를 통솔하고 온 왕자가 바둑을 잘둔다고 하자 '고사언'으로 하여금 대국을 하도록 한다. 이 기록은 당나라의 대(對) 신라 외교사에 등장하는 '양계응' 내용과 비슷하다.
조선을 비롯한 동양삼국의 바둑교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찰지다. 바둑이 사신단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취미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사신단의 유력자들이 바둑을 이해하고 사신단 안에 별도로 고수를 배치하여 불시에 있을지 모를 대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때의 바둑은 국가대항전이기 십상이다.
'이요'의 사행단을 따라나섰던 한수대 이세중의 실력은 조선국왕에게 보고될 정도로 검증된 것이었다. 한수대 이세중은 '오유당연행록'에 동시에 등장한다. 한수대는 승정원일기에 바둑과 연관되어 등장한다는 것은 필자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조청 간의 바둑의 고수들의 교류는 시원하게 찾아지지 않는다. 다만 전주이씨 안양군파 9대손 철산 이세중(?- 1770)이 주목된다. 이세중은 그의 친구로 추정되는 인물이 아들에게 보낸 서찰에 범서병, 시양하라는 청나라 바둑고수가 기적같이 포착 되고 있다.
- 세중은 호서국기(湖西國碁)다. 연경을 여러번 다녀왔으며 평생을 바둑에 벽을 갖고 연경에서 범-시 두 사람을 만난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세중은 조선바둑이 청국에 약하지 않다고 했다. 세중은 낙노(酪奴)였다.
이세중이 주목받는 인생을 산 것은 아니었다. 자재군관이란 신분으로 사행단을 수행했던 신분이니 내놓을만한 벼슬을 산 것도 아니었다. 이 기록에서 호서국기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기호, 낙하, 근기 등으로 부르던 조선후기의 지방 약칭은 이세중이 낙향을 해 살던 홍주(홍성)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세중은 호서의 국기로 불린다. 이 일대에서 최고의 고수란 의미겠다. 이 말은 '유본학, 정약용, 정원용, 이유원 등 유수한 조선의 문인들이 '향기' '군기' '도기' '국기'라 했으니 달리 설명이 필요치 않다.
범-시는 범서병 시양하를 말한다. 조선의 고수로 청국의 고수와 만났던 기억을 생의 영광으로 알았다고 한다. 이세중은 조선의 바둑이 청국의 실력에 뒤지지 않는다 말한다. 조선고수의 자존심이 담긴 말이다.
이세중은 낙노(酪奴)였다 말한다. 낙노는 즐거움의 노예란 의미로 바둑의 노예란 말인 듯하다. 오늘날의 말로 바둑마니아 또는 폐인(?)이라 하겠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바둑의 고기록을 찾아 백방으로 탐문을 했다. 바둑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역사서와 각종 문적을 뒤지며 참으로 많은 옛기록을 수집할 수 있었다. 한수대 이세중의 기록도 승정원일기, 오유당연행록, 안양군파세보 속에 단 몆 줄의 기록으로 파편처럼 산재한 기록들이 취합되어 조청 간의 바둑교류라는 큰 그림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한수대와 범서병 시양하 등과의 한판 바둑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조선고수들과 청나라 고수들의 접점을 더이상 좁히지 못했다. 그것은 필자의 과문 탓이겠지만 아직은 첫걸음에 불과한 것이기에 내일에 기대를 건다. 엉성하고 듬성듬성한 투망을 짜놓고 역사라는 깊고 큰 바다 속에 투망하는 한가한 어부의 그물에 언제쯤 대어는 입질을 해줄 것인가.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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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뀐지
달선공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