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협의 사행단을 수행했던 한수대(韓壽大)는 승정원일기에 이름이 전하는 고수다. 한수대를 영조에게 소개한 사람은 서평군 이요(李撓)다. 이요는 종친으로 덕원군 이서와 더불어 바둑의 마니아이면서 강력한 패트런으로 바둑사에 간헐적으로 이름이 전해지던 시람이다. 그러나 이 두사람을 바둑과 연결지어 자신있게 언급한 사람이 없고 논거도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이요는 영조시대를 대표하는 명필로 알려져 있다. 영조가 자신의 생모인 최씨의 비문을 그에게 맡길 정도로 뛰어난 필체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실제로 그의 글씨가 여러 점 남아있기도 하다.

이요는 여러번 북경사행단을 정사(正使)의 신분으로  수행한 외교관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의 생몰연대도 정확하게 모르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이요는 풍족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유지했다. 이요는 금기서화를 주창하던 사람이다. 예능을 보는 눈이 있던 그는 풍족한 재산을 털어 많은 예능인들을 보듬고 지원하는 일에 몰두한다. 이옥은 자신의 문집에 서평군이 집안에 음악인 십여 명을 두고 있었고 첩실들마저 모두 노래와 춤을 이해할 정도라 했다. 이옥의 정보를 남공철도 증언한다. 남공철은 '최칠칠전'을 쓰며 서평군을 언급한다. 최칠칠은 화가 최북을 말한다. 최북은 최남선이 조선의 바둑고수의 한 사람으로 꼽을 정도로 바둑에도 재능이 있었다.  

이요가 최북을 불러 바둑을 한판 둔 모양이다. 판세가 불리하자 이요가 한수 물려달라 했고 성격 괄괄한 최북이 바둑판을 엎어버리고 나가버렸다는 요지가 남공철이 지은 최칠칠전이다. 최남선도 이 기록을 보고 최북을 바둑인으로 지목한 듯하다. 이요는 서예 음악 바둑에 단순한 관심을 넘어 상당한 조예가 있어 그 방면의 예인들을 거두고 아낌없는 후원을 한 것이다. 이요는 그들에게 용돈을 지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의 예능을 국가에 도움이되는 방향으로 이끈다. '병세제언록'에 증거가 있다. 병세제어록에 최천약이 당대의 조각가로 유명했는데 이요가 그를 보고 공수반(노라의 전설적인 조각가) 따로 없다 하며 영조에게 추천을 하고 소개를 한다.

이요는 실용을 중요시한 사람이다. 개인의 예능은 존중되어야 하고 그 개인의 예능은 자신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위한 예능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요가 최천약이나 한수대를 영조에게 추천하고 소개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요는 한수대를 영조에게 소개한다. 한수대는 김순협을 따라 북경을 다녀온 적이 있다. 김순협은 이요보다 한참 먼저 죽은 사람이다. 이요는 한수대를 자신이 군관(북경사행단의 임시 관직)으로 부려보아 잘 안다 하며 그의 바둑실력이 기국선수(碁局先手)로 대단하다 말한다. 영조는 그 정도로 잘 두나, 묻고는 이요의 건의를 받아들인다.

이요는 종친으로 덕권군 이서와 더불어 조선바둑의 강력한 패트런이었다. 이 두 사람은 무이정사에 수백명의 식객을 두고 예능인들을 키우고 보듬던 안평대군을 빼 닮은 사람들이다. 덕원군 이서는 유찬홍이 조선중기 바둑의 최고수라 칭했던 바로 그 사람이기도하다. 이요는 덕원군 이서나 안평대군과 비슷하지만 내용은 조금 달랐다. 이요는 예능을 즐기고 뽐내는 사치의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와 국가에 활용을해야 된다고 보았다. 예능인들의 재주를 사회와 국가의 적재적소에 심어 그들의 활동이 개인과 호사가들의 사치(?)를 벗어나 만인의 것이 되기를 바라고 원했던 것이다.

한수대는 이요의 지원을 받아 마음껏 자신의 바둑자질을 펼치고 국가에도 보국을 하는 예능보국(藝能報國)을 한다. 한수대는 조선후기의 전설적 고수인 김종귀보다 앞선 사람으로 북경사행단을 수차례 수행했고 지방의 수령자리를 몇 곳 돌며 나름의 영예도 누린다. 바둑으로 나라에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던 조남철의 기도보국(棋道報國)이 따로없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