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는 전통과 품위의 가치에 깊고 넓은 힘을 갖는다. 바둑은 2천년 이상의 역사와 전쟁 점술 천문 등을 원용한 게임으로 동양역사 전반을 흘러온 가장 대표적인 오락게임으로 음양사상에 충실했던 동양 문화사 속에서 단순 오락게임을 넘어 '그 무엇'의 가치(價置)를 갖는다.
바둑이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문자 종이의 동전(東傳)과 보폭을 함께 할 정도로 길다. 바둑은 서기 470년 삼국사기에 포착된 이후 삼국유사 화랑세기 고려사 등에 출몰하며 황남대총, 분황사, 미륵사지 등에서 바둑판 바둑알이 발굴되어 이 땅의 바둑사의 충실함을 보여준다.
혹자는 한국사 속에 바둑사의 부재를 기록의 부족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바둑의 기록은 소위 전통의 범주에서 논의되는 그 어떤 문화적 형식보다 많다. 오늘날 세계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판소리의 상한연대가 18세기를 벗어나지 못함을 알면 비교가 될 것이다.
한국역사에 바둑의 사료는 매우 많다. 그동안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완전 방치되어 오던 사료의 결집을 통해 새로운 바둑의 역사와 가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일차로 사료의 출전과 원문을 모으고 최소한의 국역을 하고 소량 복사본이라도 출간하는 것이 한국바둑계의 가장 중차대한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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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3건) 삼국유사(2건) 고려사(10건) 고려사절요(20건) 25사(5건) 조선실록(380건) 승정원일기(280건)
묘지명, 묘갈명, 각종 행장 (30여 건)
(고구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기의 인물들의 묘지명이나 묘갈명 속의 바둑기록도 상당수 있다)
홍제전서(50건) 일성록(22건) 추안급국안(8건) 지방감영지(10건) 각종연행록 (20건) 장서각고문서, 남명문고, 존경각문고 등 4대 학술기관 고문고 (300여 건) 기타개인문집(500여 건) ---> 총2000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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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소리이자 가장 한국적인 소리로 포장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끄는 판소리 등에 비추어 보면 바둑의 굼뜬 걸음을 실감한다. 정사 야사 개인문집에 각개전투로 흝어져 있는 2천여 건의 바둑기록을 도외시한 채 기록이 없어 연구를 못한다는 말은 무지하거나 한가한 말이다.
바둑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바둑은 고급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재미와 사회 교훈성을 모두 충족한 보기드문 문화 재료다.
바둑의 의미와 가치는 역사 속에서 찾아져야 한다. 한반도의 바둑은 2천년이란 긴 역사의 담론의 기반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역사 속에 살아 숨쉬는 저 깊고 넓은 전통의 지원이 있었던 덕이다. 누가 찾아주는 것도 아니다. 바둑인들 스스로 찾아야 한다. 바둑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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