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각 소장의 기보. 위기십결을 혁가십결로 기록하고 있다. 18-9세기의 작으로 보인다)

논어는 무종식지간위인(無終食之間違仁)이고  유어의(喩於義)라 한다.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인 것이다. 선비는 이 마음으로 상달(上達)하고 소인은 하달(下達)한다. 이 단순하고 우직한 마음의 지향에서 사생취의(捨生取義)라는 위대한 동양적 가치가 생긴다. 사생취의는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아사세동(我死世動)이다.

선비는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 선비에게 오락은 중요치 않다. 때를 보아 목숨도 초개같은 선비에게 오락이 자리할 틈은 없다. 그러나 선비가 단 하나 예외를 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둑이다. 바둑은 금기서화(琴碁書畵)다.

금기서화는 '당서'에 처음 보이는 족보 있는 말이다. 금기서화는 25사, 삼국사기, 고려사, 덕천실기등 동양 삼국의 역사서에 모두 등장한다. 동양의 선비들은 바둑을 자랑으로 알았다. 금기서화는 단순한 오락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선비의 공부에는 음악이 있다. 공자는 음악을 모르면 선비일 수 없다고 했다. 논어에는 나는 음악을 안다(樂其可知也)쓰고 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사람대접 받기 힘들었다. 그림을 모르는 선비는 무참하다. 이곳에 바둑이 있다.

바둑은 한자의 역사와 함께 하는 오래된 놀이다. 논어는 놀고먹는 것보다 바둑이라도 두라(以奕爲爲之猶賢乎)했지만 공자의 후학인 선비들은 아예 바둑을 사예(四藝)의 하나로 특정했다. 이유는 바둑이 담아내는 함의가 놀이 이전에 선비의 목표인 도의 가치와 닮은 까닭이다. 선비는 택기선지야(擇其善知也)를 추구하던 사람이다. 선비의 선은 인의예지를 덕(행)하는 것이다.

바둑은 논어의 재판(?)이다. 선비는 바둑 속에 논어가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것을 믿었다. 학이편의 식무구포(食無求飽)는 논어의 덕목이다. 밥을 먹어도 적당히 먹는 것, 위기십결의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이익을 탐하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항당편은 국궁여야(鞠躬如也)라 한다. 상대 앞에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라는 것, 위기십결의 입계의완(入界宜緩)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로편은 태이불교(泰而不驕)를 말한다. 긍이부쟁(矜而不爭) 위이불맹(威而不猛)이다. 자존을 지키며 다투지 않는 것, 위엄을 갖고 설치지 않는 것은 위기십결의 공피고아(攻彼顧我)다. 논어는 군이부당(群而不黨)을 추구한다. 선비는 무리짓지 않고 파당을 만들지 않는다. 위기십결의 신물경속(愼勿輕速)이다. 신중하되 가볍지 않은 것 군이부당보다 멋진 말이다.

술이편은 포호빙하(暴虎憑河)를 어리석다 한다. 맨손으로 호랑이와 맞서고 큰강을 헤엄쳐 건너는 것이 포호빙하다. 위기십결의 피강자보(彼强自保)다. 적이 강한 곳에서 싸우는 것은 포호빙하다. 자로편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말한다. 주변에 친절하고 좋은 얼굴로 대하되 함께 결탁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을 금하는 말이다. 위기십결은 세고취화(勢孤取和)를 말한다. 고립된 곳에서 화해를 도모하라는 말은 화이부동이며 부화뇌동의 다른 말이다.

논어의 덕목은 무소취재(無所取材)다. 선비는 멈출줄 알아야 한다. 선비가 아니라도 적당한선에서 멈출수 있는 것은 삶의 지혜다. 바둑은 버리고 두라고 한다. 작은것을 버리고 큰것을 보존하는 것 봉위수기(逢危須棄) 말이다. 논어는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라 말한다. 오늘을 버리고 내일을 살라고 말한다. 오늘을 안살고 내일을 사는 방법은 사소취대(捨小取大)다. 오늘의 이익은 항상 작고 보잘것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오늘보다 내일을 기대하는 미래의 대의(大義)는 얼마나 멋지고 희망적인가.

위기십결은 사소취대로 내일의 희망을 전한다. 선비는 택기선자이종지(擇其善者而從之)를 좇는 사람이다. 선비는 선(善)을 택해 가는 사람이다. 바둑은 기자쟁선(碁者爭先)을 선으로 추구한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선수가 중요하다. 선수는 한판 바둑의 방향타며 선비가 가는 택기선의  목표다.

위기십결은 송나라 시대에 처음 보이는 말이다. 조선은 혁가십결이라했다. 선비는 바둑에 일정 부분 도가 있음을 알았다. 선비는 바둑이 예이자 도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바둑에 음양의 이치외 기삼백(朞三百)의 천문사상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놀라며 신기해 했다. 선비는 그 바둑에 논어의 가치를 부여(?)했다. 바둑이 수만가지 놀이의 왕으로 군림하며 오늘에 이른 것도  바로 그들 선비의 격려와 후의가 있었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