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현기경'은 중국 원대의 순제 9년(1349년)에 안천장(晏天章)과 엄덕보(嚴德甫) 두 사람이 공동편저한 기서인데 '昔者堯舜造棋以敎其子 或子 疑之以爲 丹朱商均之愚 聖人宜敎之以仁義禮智之道 豈爲倣閑之具 (그 옛날 중국 고대의 황제 요순은 바둑을 창안하여 그 아들에게 이를 가르쳤다고 한다.) 류의 허접한 바둑사를 거부하고 당대에 사실주의 역사쓰기를 천명(?)한 명저다.

바둑은  형상으로 보아 하늘은 둥글고(天圓) 땅은 네모진 모양(地方)과 흡사하게 만들어졌고 흑백의 다툼에는 천지음양동정(天地陰陽動靜)의 도리가 작용한다. 바둑을 두어 가는 기반(棋盤) 위에는 하늘의 별과 같이 질서정연함이 있고 국면의 추이는 풍운의 변화와 같은 기운을 함축하고 있다. (현현경 서문)

현현기경은  전설류의 글쓰기 대신 저자 나름의 치열한 고증과 인용을 들어 '바둑의 역사와 가치'를 말한다. 마융이나 정현 등의 학자의 바둑론은 물론 노자(老子)까지 등장(?)한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랜된 (서울대 고서도서관인 장서각) '현현경'에 노자의 바둑론이 수록되어 있다. 노자는 바둑을 무엇으로 생각했을까.

(현현경 노자부분)

바둑은 좋은수가 악수가 되기도 하고 악수가 좋은수가 되기도 한다. 침입의 수가 좋은 경우가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방향을 결정하고 선후수를 고려하며 급박하게 압박하고 때로는 느리게 행마할 때도 있다. 돌을 잇는 데만 집착 말고 돌을 버려 뒷일을 도모할 수도 있다.

처음에 작았던 것이 나중에 커지고 외세를 강하게 가지려면 내세를 정돈하고 동쪽을 치려면 서쪽을 먼저 친다. 생로가 부실하면 눈날 자리를 들여다보고 반면을 고려해 패를 만든다. 기세가 필요할 때 강하게 나가고 약한 곳에서 싸우면 안된다. 때를 보아 침입을 하고 의심이 없을 때 결단을 한다.

이것은 바둑두는 사람들의 유미(幽微)이니 잊어서는 안된다. 천하의 모든 일에는 이와같은 이치가 있다.

바둑의 많은 다른 명칭 중의 하나인 유현(幽玄)도 이곳에서 나온 말이다. 현현경이란 말도 노자의 도덕경 속에서 취한 말이다. 그러나 노자가 과연 이 글을 썼을 것이란 판단은 할 수 없다. 노자 연구에서 밝혀진 성과도 아직은 없다.

현현경은 바둑을 세상일과 결부시켜 판단한다. 바둑의 궁리와 속성이 세상의 이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 조금더 심층적으로 따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