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행이 주목한 반신수(潘愼修)는 역사상 거의 무명이다. 반신수에 대한 역사의 기록은 거의 한줌에 불과하다. 오대시화(五代詩話)에 반신수가 송태종을 위해 바친 시가 전하는 정도다. 반신수와 송태종의 역사상의 접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 하겠다. 그러나 민노행이 지목한 송사열전(宋史列傳)에 '반신수전'이 없다는 게 문제다.

'송사'는 원대에 만들어진 기전체 역사서다. 토크토(脫脫, 1314-1388)가 책임자로 본기 47권 지162권 표32권 열전250권으로 구성된 남북송 319년간을 기록하고 있다. 열전에는 거의 1천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반신수는 없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충격을 받았다. 민노행이 보았던 자료는 무엇이었을까.

반신수는 송태종의 '기대조'로 친소관계가 있었던 점은 오대시화로 확인이 된다. 그들이 친해진 것은 '옹희북벌' 직후로 보인다. 
송태종은 북송건립 19년후 979년 대요전쟁을 일으켜 고량하(高梁河)로 진격한다. 화북지역인 연운 16주를 탈환하기 위해 출정한 전쟁에서 송태종은 처절하게 패배한다. 10만의 병력으로 '유주성' 공략에 나서 3만의 요군에게 막혀 참담한 패배를 당한다.

송태종은 철군한 후 절치부심끝에 14년 만에 재차 전쟁을 벌여 다시한번 패배를 한 후, 요에게 조공을 바치는 굴욕적인 조약을 맺고 퇴각을 한다. 반신수의 위기십결이 송태종의 마음을 얻은 것은 두번에 걸친 전쟁의 패배가 준 교훈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송사'는 바둑마니아였던 송태종의 모습을 복수(復數)로 보여준다. 송태종은 바둑은 병법의 일종이라 했다.

필자는 '송사열전'에서 반신수를 찾지 못하고 탐색 범위를 넓혔다. 송사는 꼭 송사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사는 사가(史家)에 따라 다소 불신을 받는 사서다. 정조 같은 사람은 삼국지와 송사는 믿을 수 없는 사서다 할 정도였다. 중국에서도 이 점을 인식했는지 몇번에 걸쳐 송사를 다시 편찬하는 수고를 한다.

송사기(宋史記)나, 송사기사말본(宋史記事末本), 송사신편(宋史新編) 등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200권에서 25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부피의 사서다.

필자는 반신수를 찾기 위해 이들 사서 외에 혹시나 하여 송서(宋書)부터 뒤졌다. 송서는 '심약'(441-513)이 편찬한 남송의 역사서로 100권으로 구성된 기전체 사서다. 민노행이 송사를 언급한 이상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사서가 '송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도 반신수는 없었다.

필자는 다시 민노행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의심은 없었다. 조선의 고증학자 민노행의 진정성을 믿기에 민노행의 시점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볼 참이었다. 
민노행은 유중달을 잘 알고 있다. 유중달은 유씨홍서의 저자다. 민노행은 유중보도 잘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민노행이 참고한 수천 종의 참고서적에 유중보의 책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명제연구소 조성만소장 소장본 선기무고.
아래의 사고전서 바둑책 목록 속에 선기무고가 보인다.

사고전서에 바둑에 관한 책들은 수십 종에 달한다. 이들 태반이 조선에도 들어와 있었고 지금에도 실물이 확인 된다. 민노행의 명수지문이 해제되면서 위기십결의 저자도 학자들의 눈에 띄어 위기십결의 저자로 반신수를 지목한 사람도 있다. 어떻게 묻고 따져봤는지는 모르겠다.

[林鴻 編 .碁經 . 忘憂淸樂集 / 李逸民(宋) 撰 . 適情錄 / 林應龍(明) 撰 .秋仙遺譜 / 저克明(明) 撰 . 奕史 / 王穉登 撰 . 奕藪 / 蘇之軾(明) 撰 . 仙機武庫 1 / 陸玄宇(明) 輯 -- 仙機軾庫 2 / 陸玄宇(明) 輯 .潞藩輯纂萬彙仙機碁譜 1 / 吳貞吉(淸) 輯 .兼山堂奕譜 / 徐星友(淸) 輯 .  官子譜 / 陶式玉(淸) 輯 .官子譜 / 林則徐(淸) 輯評 -- 奕妙 / 吳峻(淸) 輯 .桃花泉奕譜 / 范世勳(淸) 撰 .奕理指歸圖, 1 / 施襄夏(淸) 撰 ; 錢長澤(淸) 繪圖 .奕理指歸圖 2 / 施襄夏(淸) 撰 ; 錢長澤(淸) 繪圖 .奕理指歸續編 / 施襄夏(淸) 撰 . 過伯齡先生四子譜 / 過文年(淸) 撰 .奕程 / 張雅博(淸) 撰 . 餐菊齋棋評 /  周嘉양(淸) 撰 -- 寄靑霞館奕選 寄靑霞館奕選續編 1 / 王存善(淸) 輯 -- 寄靑霞館奕選 寄靑霞館奕選續編 2 / 王存善(淸) 輯 . 瀋景齋奕譜約選 / 楚桐隱(淸) ; 章芝楣 輯 .  橘中秘 / 朱晉楨(明) 輯 .適情雅趣 / 徐芝(淸) 輯 .心武殘編四卷首 / 薛丙(淸) 輯 .竹香齋象戱譜]

-사고전서 속의 바둑책들.

필자는 다시 민노행의 명수지문과 민노행의 행적을 추적했다. 사서를 뒤지는 것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기록 하나를 보게 된다. 한중일 삼국의 바둑계에서 1천년 이상을 설왕설래해 온 위기십결의 저자 논쟁을 종결시킬만한 자료로 보인다.  마지막회에 그것을 알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