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의 사전적 의미는 '한 사회의 중요한 행동양식이나 상징구조다.' 인류학자들은 '정형화 할 수 있는 기호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모든 인간의 능력이 문화다'라 표현한다. 이를 '클리포트기이츠'는 '상징의 형태로 구체화된 의미의 유형'이라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는 서양에서 18세기부터 생겨난 예술 지식 교양을 통칭하는 '가치'인식이며. 18세기 서양의 계몽주의자들이 전파하기 시작한 계몽주의와 이상주의를 담아낸 유럽문명의 발전상이다.

우리는 이런 문화의 범주 안에서 바둑문화를 말한다. 바둑문화를 묻는 질문에 바둑은 예와 도라 곧바로 답을 하면서도, 왜? 바둑이 예이며 도냐는 2차 질문에는 궁색에 빠진다. 바둑은 문화라는 범주 안에서 '클리포트기이츠'의 정리로 이해된다. 그리고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특별함도 가미되어 '존재의 가치'를 충분히 발현하는 문화체계로 동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동아시아 삼국은 바둑을 문질(文質)의 하나로 이해했다. 문질은 문(文)과 덕(德)으로 통칭되던 문화와 비교되는 동양의 언어다. 문과 덕은 세상의 가치가 발현되는 시작으로 본 동양의 사유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람이 정조와 정약용이다. 정조는 자신이 덕과 문의 시작이자 끝이라 했고, 정약용은 임금이 사는 곳 경성(서울)이 덕과 문이 피어나는 곳(德文之華)이라 했다.

동양의 덕과 문은 시대의 지식인들이 추구이자 도달점이었다. 유협은 '문심조룡'에서 '문의 형식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어떤 때는 발전하고 어떤 때는 퇴보한다. 옛날과 지금이(시공을 떠나) 서로 대면 한다.(質文沿時終古雖遠曠焉如面) 말한다. 정조와 다산은 유협의 말에 동조한다. 변화무쌍한 세상풍토 속에서 변하면서 본질은 변하지 않는 무엇이 있고 그 무엇이 바로 문과 덕이란 것이다.

위양스(余英時)는 가치세계와 실재세계의 관계의 문제를 동전의 양면이라 했다. 가치는 철학이자 문화다. 하여 인간의 질서와 도덕가치를 따져 묻는 곳에서 세상의 모든 '가치'는 신(神)과 대면한다는 위양스의 말은 바둑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동양의 지식인들은 덕과 문의 보충교재로 금기서화(琴碁書畵)를 꼽았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바둑이라는 심원한 오락의 통섭을 통해 전천후(全天候)의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전인격의 추구는 오늘날의 지덕체인의 육성과도 통하는 말이다. 전인격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유어예(遊於藝)의 경지 터득'이었다. 유어예의 경지는 금기서화를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바둑이 덕과 문의 추구, 그리고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금기서화의 한 자리를 지켜낸  이유다.

바둑은 수천년 동양의 역사와 보폭을 함께 해오며 당장 고대와 현대가  대면할 수 있을 정도로 원형을 유지 해 왔다. 동시에 바둑은 역사의 최고의 인물군들의 손때 묻은 에피소드가 녹아든 스토리가 있다. 전통과 스토리 속에 절대의 승부를 다투는 게임의 속성은 바둑이 일개의 오락의 범주를 벗어나 감히 '가치'를 논하는 문화가 된 것이다.

바둑이 예와 도라는 말은, 문은 도를 실어 나르는 기구(文載道之器)에서 온 말이다. 바둑이 문과 덕의 한 개념인 예와 도를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바둑은 동아시의 삼국이 공유했던 금기서화의 전통에서 하나의 문화트랜드로 자리잡은 독특한 문화체계다. 한중일 삼국은 이 문화체계를 모토로 세계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전통의 문화인 바둑이 세계를 향한 장정에 나선 것이다. 바둑이 변방의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동아시아 문화의 세계화는  물론 올림픽 종목의 편입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