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반정으로 조선의 16대 군왕이된 인조는 숭명(崇明)이 극한점에 달해 있던 시대에 쇠퇴하는 명과 절명등청(折明騰淸)으로 세계의 질서를 바꾸려한 청(淸)나라의 등쌀에 기를 펴지못한 왕이었다. 중립적인 외교전을 펼치고 있던 광해군과는 달리 전통적인 존명(尊明)으로 명나라와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청의 욕구를 뿌리치려 했던 인조는 이미 광해군시절에 국내에 들어와 눌러앉은 모문룡(毛文龍)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모문룡은 명의 요동지역 책임자로 있다가 청군의 압박에 밀려 조선으로 쫓겨와 있으면서도 조,명,청 3국의 첨애한 긴장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던 소인배로 조선과 명 양국의 골칫거리였다.
모문룡은 광해군 실각에 흠(?)이 있는 인조의 편을 들어준다는 구실과 명을 배반하고 청에 붙으려는 조선을 견제한다는 명목의 양패를 들고 조선과 명의 조정을 농락하며 자신만의 이익을 탐하고 있었다.

모문룡은 매년 10만 석의 양곡과 온갖 공물을 조선에 요구했고 조선은 허리가 휘면서도 부합했다. 청은 이 점이 못마땅하여 계속 조선에 모문룡의 축출을 요구하며 일전불사의 상태에 들어갔다. 인조는 사세가 급박하자 북병사 정충신(鄭忠臣)을 불러 모문룡과 군영(軍營)의 허실을 묻는다. 정충신은 공주출신의 무장으로 이괄의 난에 공을 세워 인조의 총애를 받는 무장이다.

인조는 모문룡의 마음이 이중적이어서 믿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거기다 모문룡이 군대를 조련까지 하고 있다니 바둑으로 치면 위험이 어느 정도나 되냐 묻는다.
이에 정충신이 대답을 한다. 군대를 조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병졸과 군수물자가 충족되어 있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자신이 볼 때 모문룡은) 혼자두는 바둑이다(상대의 생각은 고려치 않고). 이는 병법을 아는 자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조는 그렇다면 우리와 일전을 벌인다면 어떻겠느냐고 다시 묻는다. 정충신은 간단하게 대답한다. (모문룡의) 모양이 이와 같으니 조선군이 허를 찌른다면 (모는) 무사치 못할 것이다.
이 기록은 인조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과는 조금 다른 점을 말해준다. 명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서인의 당수(?)에 불과한 인조가 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군영에 선제공격을 가하면 어떻겠느냐 묻고 있는 것이다. 이날의 일을 인조실록은 간단하게 기록하고 있다.

겨울철의 방어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안주를 불가불 지켜야 합니다. 만약 안주를 지키지 못하면 삼현(三縣) 역시 지킬 수 없습니다. 다만 군사를 더 보태지 않으면 결단코 성을 지킬 수 없으니, 반드시 포수(砲手) 6천, 7천 명을 더 보태야만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상하다. 모문룡에대한 공격 등의 말은 아예 언급되어 있지 않다 . 명에 대한 불손(?)한 언급이라 여긴 때문이다. 이 점이 승정원일기의 가치다. 실록보다 정밀하고 가감없는 기록물인 것이다.

정충신은 조선에 들어와 있던 모문룡의 부대가 오합지졸임을 알고 있었다. 요동에서 밀려난 농민들과 일부 명군의 패잔병에 불과한 무리들이 명을 등에 엎고 설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당시 조선의 무장들의 판단이었다. 사실 모문룡은 병법이나 치민(治民) 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모문룡은 명의 군벌  '위충현'에 붙어 일신의 영달을 꾀하던 허접의 인물이고 휘하의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며 그 수도 수천에 불과하다고 정충신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모문룡의 막하(부하장수)들은 거의 두 마음을 먹고 있다고 한다. 일단 유사시 이런 체계로는 전혀 전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정충신의 판단이다.

모문룡의 이중성은 조선과 명을 곤란에 빠트리면서 두 나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1년전(1627년) 실감한 일이기도 했다. 그해 1월 청태조는 명장 '아민'과 참모장 '아제격'에 청 8기 중 2기를 내주며 모문룡을 치게 한다. 청태조는 주요작전을 하달하며 부수적으로 사세를 보아가며 조선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청태종실록)

아민이 거느린 청의 기병 3만은 전격적으로 압록강을 건넌다. 모문령은 철산에 있던 군영을 가도로 급하게 옮기고 바다를 방패 삼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전쟁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민은 그것을 알고 군대를 곧바로 조선의 안주 평양 개성으로 진격시킨다. 이것이 정묘호란이다. 그야말로 아무런 대책없던 조선은 서둘러 아민과 교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대등하던 국가관계가 형제의 나라로 바뀐 것이다. 아민은 전과물로 서북지역에서 5만여 명의 조선인을 포로로 잡아 철군한다.

이 사건으로 조선과 명은 충격에 빠진다. 모문룡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들어난 것이다. 인조와 정충신이 대담을 나누던 이 시점에 명에서도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환관 '원숭환'을 요동으로 보내  모문룡을 유인해내어 살해를 하고는 조선에 사과의 편지를 보내게 된다. 명사(明史)는 이때의 일을 이렇게 기록하고있다. 모문룡이 요동정벌을 빌미로 조선의 변방에 머물며 호사를 누리면서 우방인 조선을 병들게 했다는 것이다.

모문룡의 죽음 이후 명과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청과는 더욱 소원해진다. 인조는 숭명사상이 뼈속까지 박혀 있던 서인의 아우성 속에서 광해군의 중립적 외교를 보좌했던 '윤희'를 외교참모로 삼아 나름의 대청 압박에 대처를 해보지만 끝내 병자호란의 대참화와 삼전도의 수모를 감내한다. 인조는 대명숭존에 가장 적극적이던 '윤황'과 '김상헌'에게 막말을 퍼붙는 것으로 울분을 달래보지만 위로가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인조는 윤황에게 고상한 소리에 혈안이 되어 난의 패배를 자초한 물건이라 힐난하고 김상헌에게는 대놓고 나를 도둑놈으로 만든 장본인이라 말한다. 청류 김상헌은 후대에 안동김문의 종장이자 노론의 자랑으로 추종된 인물이지만 인조에게 김상헌은 허명을 탐하는 혼자만의 독존에 사로잡힌 옹고집일 뿐이다.

역사는 결과의 비평서인 탓에 인조는 조선의 군왕들 중 가장 쓸개 빠진 군왕의 한명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인조도 따지고 보면 나름의 몸부림을 치던 군왕이었음을 알게 된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시대의 파고를 맞고 견디며 힘들고 슬프게 한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모문룡은 조선과 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던 의미없는 인물이었다. 하여 역사는 한 허접한 인물의 발탁이 시대와 역사에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묘호란시 부원수로 병자호란시 원수로 전란의 최전선에 서 있던 정충신은 모문룡의 허실을 혼자두는 바둑으로 일찌기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아슬아슬한 시대의 최전선에도 바둑의 담화는 살아있는 것이다.

(원문)
姜碩期曰, 臣在閤門外, 亦論毛將之事, 蓋漢人之往來者, 龍川·鐵山之人, 所必的知, 而狀啓之人, 亦不能詳知, 至如千家莊, 相去不遠, 而毛兵去留, 亦未詳知, 此事可悶。忠信曰, 臣來時偵探, 則千家莊有毛兵若干, 而今則撤歸云矣。上曰, 聞爲賊所捉云, 若然則必有散亡之人, 而不能詳知, 惡在其有邊臣也? 忠信曰, 毛兵雖多, 必不能與賊戰, 但毛師古無去處, 故爲之辭耳, 必虛言也。上曰, 彼甚叵測, 遲速間, 必叛中原, 其時我國, 必受其害矣。忠信曰, 毛將之心, 凡三變, 魏忠賢當權時, 自結於忠賢, 及新皇帝卽位, 欲爲自全之計, 潛通于虜, 因致曲虎來到, 而其心欲觀勢, 猶豫未定, 及黃戶部出來, 無介州移鎭之命, 故仍囚曲虎以自明。今則雖無與虜和, 虜必不從矣。上曰, 雖囚曲虎, 勢急則不無投降之理矣。忠信曰, 前日欲攻椵島之說, 皆毛也做出, 以聞於天朝, 宜卽奏聞以自辨。上曰, 卿言是缺 然不可輕易爲之。忠信曰, 毛將之情狀, 武之望洞知, 缺載於其題本中, 至以安史爲比云矣。上曰, 其題本中缺來乎? 忠信曰, 邊應璧來時, 譯官持來矣。缺上曰, 如漢執韓信計, 則甚爲便當, 而何可必乎? 忠信曰, 缺有人則必不置之矣。上曰, 椵島軍人, 皆爲缺心乎, 否乎? 島中人情, 如何? 苟人心不服, 則渠雖跋缺無如之何矣。忠信曰, 雖未能詳知, 只毛家, 數千餘兵, 爲心腹, 其餘皆不服, 蓋島中不服者, 三分之二云矣。上曰, 毛家, 何如是之多乎? 忠信曰, 他姓亦或冒以爲毛家也。其餘則皆不服, 雖欲入虜中, 衆必不從矣。上曰, 何以如是不服也? 忠信曰, 軍需·銀子, 皆以米升代給, 故衆皆怨之。且其姪子毛承祿等, 如土偶人, 而不恤士卒, 故如是也。曰, 其腹心如此, 則不足畏也。且自古跋扈者, 必鍊武講武, 而今毛也, 只博奕云, 何以如此? 忠信曰, 蓋疎於兵革, 雖軍器, 亦只以白杖受點, 其不知兵, 可知也。上曰, 雖然, 猶勝於我國之兵矣。忠信曰, 彼則收合待令, 我兵則空虛, 安能敵乎? 但毛營中, 馬兵不多, 而頃者, 自上給馬十餘疋, 後勿更給, 可也。上曰, 自中原不來耶? 忠信曰, 船路險遠, 運馬未易也。且頃聞賣騾云, 似有回去之意矣。上曰, 我國近於毛營, 而至今不知其兵之多寡, 未知幾何人也? 忠信曰, 或云二萬, 或云三千矣。姜碩期曰, 胡良輔天使時, 隨入蛇浦見之, 則布列於遠近山野者, 似甚多矣。忠信曰, 二萬兵布列, 則見之亦不少也。上曰, 點兵時見之, 則可知其虛實矣。碩期曰, 其時見之, 則非兵者亦多矣。忠信曰, 今者, 又以黃戶部銀, 劫賣於商賈, 故商賈皆怨, 相戒不來云, 如此而豈能久全乎? 上曰, 渠亦似失常云矣。忠信曰, 聖敎至當, 凡人尙不可欺, 況欺天朝而能久乎? 上曰, 冬防事, 何以料理乎? 忠信曰, 安州不可不守, 若不守安州, 三縣民, 亦不可守也。以本道兵難守, 必雜以炮手, 凡缺 則可以防矣。然兵多則繼糧亦難矣。上曰, 自合缺氷至五朔間耳, 儲糧未易, 他道兵徵發亦難, 若缺歇冬防也。上曰, 以六七千, 可守乎? 忠信曰, 皆軍缺守也, 民丁則雖萬, 無益也。必須客軍雜三分之缺可守也。上曰, 西路之事, 非徒胡也。毛亦如是, 缺腹背受敵, 他日必貽禍於我國, 其處將官, 亦皆預缺而爲之備, 可也。忠信曰, 其處將官, 亦何嘗不慮也? 上曰, 他日如有毛變, 則平安道之兵, 足以當之乎? 忠信曰, 毛兵雖不精, 衆寡異勢, 難敵也。且毛之形勢孤獨, 則不足甚畏, 而挾胡則難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