承政院日記.
조선실록의 3배나 되는 방대한 기록의 보고 속에 들어 있는 수백 건의 바둑의 기록이 세상에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국역(國譯)이 아직 8퍼센트도 되지 않은 승정원일기 속에서 바둑의 기록을 찾아내어 國譯을 하고 의미를 더해줄 것이다.
그간 연재하던 [조선史바둑傳]을 40회로 일단락 짓고 [승정원일기]를 후속 칼럼으로 시작해 봅니다. 주1회 연재를 원칙으로 하며 작가의 허락없이 무단전재하거나 인용하는 것은 저작권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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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났네. 난이났네. / 다박골서 난이났네.
진을 친다 진을 친다. / 달래방천 진을 친다.
정주산성 진을 친다.
(토벌군 군가)
역사는 19세기초인 1811년 12월 18일부터 1812년 4월 19일에 끝났던 평안도 지방의 민중봉기를 홍경래의 난이라 규정한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서북인의 차별과 세도정치의 작폐에 반발한 지역봉기라 기술되어있다.
홍경래가 몰락한 양반의 후예로 서북인에 대한 차별과 당대의 정치 유력층인 안동 김문의 발호에 불만을 품은 봉기라는 역사인식은 놀랍게도 일본인 학자인 소전성오(小田省吾) 전천효삼(田川孝三)등의 간략한 논문 한두 편에 기대어 만들어진 것이다.
소전성오나 전천효삼은 일제시대 활약한 학자다. 그의 연구는 일본제국주의 조선역사관인 조선 강제합병의 당위성 추구에 보폭을 맞춘 사심(私心)이 개입된 역사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속에서 나온 홍경래의 상이 21세기 광명천지한 세상에서도 일점일획의 가감없이 계속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학자들의 역사쓰기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산 정약용이나 성호 이익 등의 연구 논문이 각기 수백 편씩 쏟아져 나온 것은 이미 말한 바 있다. 원효에 대한 논문은 자그마치 8백 편을 넘을 정도다. 인간 원효가 한국불교의 태두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체적으로 몇 종의 저서만 온전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연구논문이 8백 편을 넘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눈치빠른 독자들은 가늠이 될 것이다. '연구비 있는 곳에 논문 있다'는 것이다. 다산,성호, 원효등을 연구하기 위해 모인 각종학회등 사회적으로 연구비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학자들의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원효는 금강삼매경론, 대승기신론소 등의 저자다.
당시 홍경래군과 관군의 전투를 그린 <순무영진도> |
원효가 위대한 승려이자 사상가임은 분명하지만 그에 과도할 정도로 집중된 연구는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원효를 필요로 하는 여러 분야의 이해관계가 있다. 종단, 불교대학, 원효에 매료된 일부 유력자들의 연구비 지원이 있기에 그 연구비를 타내기 위한 학자들이 줄을 서고 또 다른 원효 판매를 위한 방안들이 강구되며 비정상적인 역사쓰기가 자행된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역사쓰기는 일종의 예술행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는 유장하지만 곳곳에서 격랑을 만난다. 격랑은 혁명이라 하기도 하고 대사건이라고 하기도 한다. 임헌영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임헌영은 당대의 문화비평가다.
역사의 순환 속에 예술이 있다. 예술은 진보를 향해 나갈 때만 참된 예술이다. 번영 속에서의 예술은 타락이다. 한 시대의 가치보다 한걸음을 먼저 나아가는 예술은 민중에게 역사의식이란 것을 심어준다. 그것이 예술의 사명이다.
예술은 로맨티즘과 리얼리즘이 본래의 기능이다. 역사가 새로운 가치를 잉태하고 있을 때 예술인들은 로맨티즘으로 민중의 꿈을 대신해야 한다. 역사가 타락한 가치의 혼미 속에서 리얼리즘에 쫒기고 있을 때 예술은 리얼리즘의 기능을 살려 현실타개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외의 모든 예술은 거짓이다.
(임헌영, 상황론, 1972)
오늘의 역사학자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오늘의 작가들은 또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역사쓰기가 비즈니스가 되고, 글쓰기가 생업이 되는 시대에 그것을 묻는 것은 우문인가. 필자는 역사나 한문등에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전문가인지 그것에 대한 의문도 있는 사람이다. "바둑 승정원일기는" 필자의 이런 생각속에서 시작한다. 최선은 다하겠지만 믿지는 마시라. (李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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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靑
홍선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