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어떻게 생으로 먹어요?”

“이 사람아 우리나라도 굼벵이와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고 보이는 쪽쪽 잡아먹는 인간들 많아. 하여간에 정력에 좋다면 시궁창을 뒤져서라도 지렁이까지 국숫발 빨아대듯 쪽쪽거리니 낚시 갈 때 쓸 미끼가 부족하다네.”

“아이구, 드러버라. 근데 말예요, 이차장님. 무당벌레를 생식한다는 건 뭡니까. 맛이 있어 먹는 건 아니잖아요?”

“얘기했잖아 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나도 귀동냥 한 거니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 촉산의 무녀들이 그런 방법을 쓴 것은 일테면 전통과 같은 게지.

저기 말이야. 이태백의 시에 ‘니취(泥醉)’라는 게 나오잖아. 진흙 속에 산다는 끈적끈적한 벌레 말이야. 이태백인 그걸 술에 비유했거든. 술꾼들이 죽어라 술 먹는 이윤 니취라는 술 벌레 때문이라는 거야. 그 벌레는 사람의 힘으론 어쩔 수 없나 봐. 그러니까 간뎅이가 까맣게 썩는 데도 술을 못 끊고 핼레레 하지.”

“그러니까 뭡니까. 촉산의 무녀들이 무당벌레를 생식하는 건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서라는 겁니까?”

“환생이란 시각도 있지만 내 생각은 그쪽이라고 봐. 예전에 제웅 같은 게 있었잖아. 그걸 만들어 상대를 저주하고 고통을 주는 게 역사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잖아. 그런 맥락일 거야.”

“무당벌레를 생식한다고 저주하는 영력이 생길까요?”

“하이고 이 친구 또 삼류기사 쓰게 생겼구만. 음식 맛 떨어지게 고딴 얘긴 고만 접자구.”

다시 몇 순배의 술잔이 돌았다. 취기를 느낀 탁원제가 구로다 그룹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근데 이차장님. 구로다 회장이 방한한 이유가 뭡니까? 관광목적으로 온 것 같지 않던데.”

“표면적으론 관광이 목적이지. 일간신문 경제부 기자와의 미니 인터뷰에서 친환경 사업에 대해 주접을 떨었는데 한다는 소리가 ‘한국인들은 신의 축복을 받은 민족’이라는 거야.”

“미친 넘, 고걸 지금에 알았나. 그래서 쪽발이 새끼들이 죽어라 하고 삼천리금수강산을 곁눈질 했어? 하여튼 고 자식들은 앞에선 손 비비고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니까.”

“이것 봐 탁기자. 난 그런 시각이 마음에 안 들어. 우리가 힘이 있었으면 임진왜란 만나구 일제 삼십오 년이란 시궁창을 뒹굴었겠어. 그게 아니잖아.  비록 어깨동무하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우린 일본을 너무 몰랐어. 세상살이는 야수들이 득시글대는 정글이라잖아. 약육강식의 시대니 힘이 없으면 밀리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게 세상살이 아니것어!”

“그래서 이차장님은, 과거는 과거구 현재는 현재니까 1에서 9까지만 얘기하고 10이 넘으면 접어두자는 겁니까?”

“이 사람도 차암. 내 얘긴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자는 거지.”

“구분? 이거 왜 이러셔. 지금도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정신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피켓 들고 외치고 있어요. 이차장님은 그분들의 한맺힌 절규가 안 들려요? 그런데도 구분입니까. 이거 왜 이러셔!”

“아이구 애국자 나왔다 애국자 나왔어!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니가 그렇게 싫어하던 일본 아이들에게 당하기 전에 우리가 진즉 자신들을 돌아봐야 했다는 거지. 생각해 봐. 동대문에서 뺨 맞고 서대문에서 소란 떤다구 누가 알아주나. 좀 더 올라가 임진왜란을 보자고. 쪽발이 놈들이 훈도시 차고 부산에 상륙할 때 조정 대신들은 어땠어? 당파싸움뿐이었잖아! 상대가 조금만 잘 돼도 눈을 치켜뜬 게 조선이란 나라의 대신들이었다구!”

“알았어요, 그만두자구요. 선조들 씹어서 득될 것 없으니까. 근데 구로다 그룹에서 어떤 친환경 사업에 손을 댄답니까?”

“물(水)이라 들었는데···.”

“물?”

“그런 소문 있었어. 정부에서 일본과 무슨 협약이라는 걸 맺었는데, 차관 비스무리한 것을 내놓은 게 구로다 그룹이었거든. 그 소식을 듣고 정읍(井邑)인가 계룡산 어디에 산다는 허준호(許俊鎬) 선생이 광화문 앞에서 자해 소동을 벌였잖아.”

“아, 그런 일 있었어요. 그날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수 오미자(吳美子)가 리사이틀 하고 있었죠. 뽕짝 가수에게 문화회관을 대관시킨 게 첨이라고 난리들이었어요. 그날 허준호 선생이 대한민국 국기 흔들며 1인 시위했잖아요. 차암, 그 양반 어떻게 됐지?”

“곤욕을 치렀겠지. 그 일로 구로다 그룹이 강력하게 항의해 명동에 파라다이스 모텔을 짓게 했다는 뒷말 있잖아.”

“그럼 아끼꼬는 뭡니까? 구로다 그룹에서 키운 겁니까?”

“능력 있으면 어느 기업인들 이미지 살리려고 얼굴 마담으로 안 키우겠어. 아끼꼬라는 아가씨 인물도 빠지지 않고 눈이 동그랗고 피부도 곱잖아. 얼굴이 그만하면 머릿속이 비게 마련인데 석학이란 말이야. 문학박사라는 게 나이롱 뽕으로 딴 게 아니야. 게다가 <단군 신화>의 재조명에 일본인이 리포터로 나섰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삐삐가 울었다. 토요일 오후에 사무실에서 연락 올 일이 없는데  해 떨어진 시각에 삐삐가 경기를 일으키며 자지러졌다. 연락을 하자 취재부 박치수(朴治秀)의 다급한 호출이었다.

“접니다, 박치수예요. 오늘 가수 오성희 만나 인터뷰 끝내고 간단히 식사했거든요. 내용을 정리할 겸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이상한 게 하나 왔어요. 전화상으로 말씀드리기가 그렇고 하여튼 빨리 오세요. 오실 때까지 기다릴 거니까.”

달칵 전화가 끊겼다. 이렇듯 무례하게 전화를 끊었던 적이 없고 보면 ‘그 자식이 한껀 했나?’ 하는 구시렁거림이 튀어나왔다. 한달음에 계단을 튀어 올라가 사무실 문을 열어젖혔다.